창의재단, 탐구대회와 동아리 교류회 합친 '청소년 과학캠프' 열어
출연연 탐방, 과학자·과학크리에이터 강연, 매스댄스 등 프로그램
"경쟁보다 협력, 과학 전공자의 다양한 미래 모습 보여주려"

항공우주 종목에서 비행체 발사를 준비하는 팀. <사진=한효정 기자>
항공우주 종목에서 비행체 발사를 준비하는 팀. <사진=한효정 기자>
#50여 명 학생이 모인 체육관. 중앙에 학생 둘이 나와 발사구에 직접 만든 모형 비행체를 꽂았다. 고개를 숙이고 손으로 발사구를 톡톡 치며 각도를 정교하게 조절했다. 한숨을 한 번 크게 쉬고 페달을 힘차게 밟자, 3시간 동안 만든 비행체가 강당을 가로질러 날아가 바닥에 있는 과녁판에 안착했다. 첫 골인에 여기저기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맞은편 건물에서 펼쳐진 초등부 과학토론 결선대회. 4개 팀이 상대방 발표의 허점을 어떻게 공격할지 소곤대며 진지하게 팀원과 작전 타임에 들어갔다. 질의응답이 시작되자, 탁구공처럼 오가는 날카로운 질문과 침착한 답변. 한 시간 동안 이어진 토론에서 평정심 유지는 기본, 예의도 빠트리지 않는다. 

지난 8월 30일 대전 KT인재개발원은 이른 아침부터 모인 전국 초·중·고 학생 500여 명으로 북적였다. 한국과학창의재단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날부터 2일간 '2019 전국 청소년 과학캠프'를 개최했다.

올해 행사는 37회를 맞은 과학탐구대회와 청소년과학탐구반(YSC) 교류회를 합쳐 1박 2일 캠프 형태로 진행됐다. 대회 외에도 대전에 있는 7개 정부출연연구원을 방문하는 '오픈랩', 수학 춤을 배우고 협동 작품을 만드는 '융합의 밤', 과학자·과학크리에이터 강연 등 프로그램이 처음으로 마련됐다.

과학토론 초등부 결승에 오른 네 팀이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사진=한효정 기자>
과학토론 초등부 결승에 오른 네 팀이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사진=한효정 기자>
과학탐구대회에는 교내부터 시·도 대회까지 3단계 예선을 통과한 155개 팀 310명 학생이 ▲항공우주 ▲융합과학 ▲과학토론 ▲메카트로닉스 종목에 참여했다. 

본선 진출자들은 대회 현장에서 주어진 주제로 즉석에서 작품을 설계하고 만들었다. 항공우주는 비행체를, 융합과학은 일상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풀 작품을, 메카트로닉스는 코딩을 사용해 기계를 제작하는 종목이다. 과학토론에서는 사회 문제를 해결할 과학적 방안과 실험계획을 발표하고 팀별로 질의응답을 한다. 모든 종목에서 2명이 한 팀이 된다.  

항공우주에서 1차 비행 시도를 끝낸 한 중학생은 "수업 외 시간에 친구, 선생님과 수도 없이 비행체를 만들고 날리는 연습을 해서 그런지 긴장도 안 된다"고 말했다. 

막 토론 예선을 끝내고 나온 대구정화여중팀과 광양용강중팀 학생들은 "예선 현장은 살벌했지만, 몸이 아닌 머리를 써서 대결을 펼치는 게 재밌다"고 이야기했다.

용강중팀 학생은 "토론에서는 상대방 주장의 빈틈을 바로 파고들어 논리적으로 말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며 "이번 대회에서 지식도 깊고 수준이 높은 친구들을 많이 만나며 내가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걸 느꼈다"고 털어놨다.

같은 팀 학생은 "같은 자료를 봐도 서로 관점이 다른데, 내가 놓친 부분을 다른 친구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들어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정화여중 학생은 "계속 내 이야기만 하는 게 아니라 상대편 말을 듣는 훈련도 할 수 있다"며 "쉽지 않지만 앞으로 다른 전국 대회에도 도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과학에 관심이 많다는 이 학생들은 초등학교 교사, 화학공학연구원, 과학수사 경찰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심사위원 앞에서 직접 설계하고 제작한 비행체의 특징을 설명하는 학생들. <사진=한효정 기자>
심사위원 앞에서 직접 설계하고 제작한 비행체의 특징을 설명하는 학생들. <사진=한효정 기자>

메카트로닉스 종목 참가자들이 기계부품에 코딩을 적용해 장치를 만들고 있다. <사진=한효정 기자>
메카트로닉스 종목 참가자들이 기계부품에 코딩을 적용해 장치를 만들고 있다. <사진=한효정 기자>

융합과학 참가자들이 과학·기술·공학·예술·수학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는 작품을 만들고 있다. <사진=한효정 기자>
융합과학 참가자들이 과학·기술·공학·예술·수학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는 작품을 만들고 있다. <사진=한효정 기자>

과학토론 초등부 본선에서 작전을 준비하는 학생들. <사진=한효정 기자>
과학토론 초등부 본선에서 작전을 준비하는 학생들. <사진=한효정 기자>
YSC 교류회에는 중·고등학교 학생들과 교사로 이뤄진 심화 과제 연구 동아리 38팀 160여 명 학생들이 참여했다. 학생들은 동아리에서 실험한 내용이 담긴 포스터를 전시하고 심사관인 과학자들에게 조언을 들었다.

시흥매화고 학생 3명은 제설제와 커피 찌꺼기를 넣어 부식성이 약한 새로운 제설제를 만드는 실험과정을 소개했다. 박진현 학생은 "비슷한 실험을 여러 번 하는 일이 힘들기도 했다"면서 "그래도 이런 실험은 수업 시간에 할 수 없어서 우리에게는 교과서 외 과학을 배우는 좋은 경험"이라고 설명했다.
 
최찬혁 학생은 "오늘 저희 포스터를 본 박사님께서 커피 찌꺼기는 물에 녹지 않아 또 다른 문제를 만들 수 있다고 조언해주셨고 다른 학교 선생님께서는 협업하고 싶다는 메모를 남겼다"고 전했다.

이날 YSC 과학탐구반 학생들은 KBSI, KISTI,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안전성평가연구소, 국가수리과학연구소,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핵융합연구소를 방문했다. 

저녁에 열린 '융합의 밤'에는 전체 학생들이 모여 과학커뮤니케이터에게 '매스 댄스(math dance)'를 배우고, 초·중·고 학생이 팀을 이뤄 튼튼다리, 고무줄 발사총, 골판지 집 등을 만드는 시간을 보냈다.

이튿날에는 '과학기술 진로여행 콘서트'와 '청소년이 만나고 싶은 과학기술인 강연'이 있었다. 문경수 과학탐험가, 임소정 POSTECH 박사과정생, 오상현 GIST 학생은 후배들에게 진로 선택 과정을 들려줬다.

김장성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원장과 황정아 한국천문연구원 박사는 각각 바이오와 천문 연구를 소개했다. 과학 유튜브 채널 '1분 과학' 운영자 이재범 씨와 채널 '과뿐싸'의 과학커뮤니케이터 이선호 씨가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마블 어벤져스 속 숨겨진 과학이야기'를 주제로 발표했다.

최연구 한국과학창의재단 과학문화협력단장은 "학생들이 경쟁보다는 과학에 애정을 갖고 다른 지역 학생들과 어울릴 수 있도록 행사에 변화를 주고 있다"며 "이번에 처음 시도한 융합의 밤, 진로여행 콘서트, 크리에이터 강연 등을 통해 과학자뿐만 아니라 과학기자, 커뮤니케이터 등 여러 진로가 있다는 것도 알려주려 했다"고 밝혔다.

최 단장은 "미국 국제과학기술경진대회는 학생들이 자신의 연구성과를 설명하거나 각자 만든 작품을 시연하고 사회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지 발표하는 방식으로 대회를 진행한다"며 "우리도 이런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하면서 더 의미 있는 대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흥매화고 YSC 동아리 학생들이 과학자에게 실험에 관한 조언을 듣고 있다. <사진=한효정 기자>
시흥매화고 YSC 동아리 학생들이 과학자에게 실험에 관한 조언을 듣고 있다. <사진=한효정 기자>

'융합의 밤' 시간, 과학크리에이터들에게 수학 춤을 배우는 학생들. 체육관이 가득찼다. <사진=한효정 기자>
'융합의 밤' 시간, 과학크리에이터들에게 수학 춤을 배우는 학생들. 체육관이 가득찼다. <사진=한효정 기자>

과학커뮤니케이터들이 함수, 코사인 엑스, 교집합, 사분면 등 수학을 표현한 매스댄스 동작을 알려주고 있다. <사진=한효정 기자>
과학커뮤니케이터들이 함수, 코사인 엑스, 교집합, 사분면 등 수학을 표현한 매스댄스 동작을 알려주고 있다. <사진=한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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