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펜으로 10월 'Hello 과학마을축제'서 특강
인기 채널 되기까지 숨겨진 비화는?
"대전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 존재 알리고파"


사나고가 대덕넷을 찾아 축제 로고를 만들었다 <영상=대덕넷 뉴미디어팀>

"과학자가 꿈이었어요. 어릴 적부터 뭔가 분해하고 만들길 좋아했죠."

150만 구독 유튜버 '사나고'가 수줍게 말했다. 지금은 과학자가 아닌, 3D 펜 예술가로 우뚝 섰다. 그도 펜 하나로 이렇게 성공하게 될 줄 꿈에도 몰랐다.
 
사나고는 3D 펜 공예로 유튜브에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 3D 펜은 2016년에 등장한 공예 도구로, 열에 녹은 플라스틱 심지가 펜에서 나온 순간 굳는 성질을 이용해 무언가를 만들 수 있다. 비슷한 3D 프린터가 자동 기계라면 3D 펜은 온전히 사람 손과 감각에 달렸다.
 
사나고는 스스로 '3D 펜 장인'이라고 소개하며 다양하고 창의적인 작품들을 선보였다. 드래곤 같은 정밀한 피규어부터 부서진 벽 수리와 실물 크기 소녀상까지 대상을 가리지 않는다. 특히 벽 수리 영상은 해외 시청자 덕에 1400만건의 조회를 기록했다. 그의 손을 거친 흔한 동네 벽은 SNS 성지가 됐다.
 
그의 채널은 구상부터 완성까지 보여주는 게 매력이다. 화면에는 얼굴 없이 두 손만 나온다. 가느다란 선이 어느덧 면과 입체로 변하고 작품이 돼가는 모습을 보노라면 1시간이 그냥 흘러간다. 구독자들은 그의 작품에 대해 '감상을 넘어 힐링'이라고 평한다.
 
사나고 채널은 2018년에 시작해 빠른 성장을 하며 30일 기준 구독자가 150만명에 달한다. 성장률로는 인기 방송인 백종원의 요리비책 채널을 넘어섰다. 그런 사나고가 대전에 거주한다는 사실이 퍼지면서, 지역서는 그의 정체를 추정하는 다양한 말들이 떠다니기도 했다.
 
그동안 얼굴 없는 유튜버로 활동한 사나고의 정체는 권원진, 180cm 키에 안경을 쓴 건장한 청년이다. 그가 10월 5일 대덕특구종합운동장에서 열릴 'Hello! 과학마을축제'에 참여한다. 축제 점심시간을 이용해 3D 펜 특별 강연을 펼치고, 대중에게 3D 펜 사용법을 공유할 예정이다.
 

사나고와의 일문일답. 책상에는 '사나고 표 3D 펜' 상자 <사진=윤병철 기자>
사나고와의 일문일답. 책상에는 '사나고 표 3D 펜' 상자 <사진=윤병철 기자>
- 100만 구독 유튜버는 연예인에 버금가는 인기로 매우 바쁘다고 들었다. 그런데도 이번 인터뷰와 과학마을축제에 참여하는 이유는?
 
"나서질 않는 성격이라 오프라인 행사 참여가 예전엔 드물었는데, 지금은 시민 행사라면 다양한 창작자와 구독자를 만날 수 있으니 의미 있게 여긴다. 대덕넷의 과학마을축제가 시민의 과학문화 참여를 표방한다고 들었다. 행사장에 관련 인사들이 오면, 과학문화 활동들이 더 활성화되지 않겠나. 어린이 대상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주제로 강연하고, 화성도시 만들기 체험에도 손을 보탤 것이다."
 
- 과학문화 활성화라니, 이 분야에 관심 있나?
 
"어릴 적 막연한 꿈이 과학자였다. 집에 라디오든 전자제품을 분해하고 조립하는 게 어릴 적 취미였다. 손재주가 있던 편이고, 미술 전공(전시기획)을 했다. 지금 내 작품에도 오토마타나 키네틱아트가 있는데, 상상하고 실현하는 점에서 과학과 예술은 관련이 깊다고 본다. 전에 긱블(포항공대생들이 운영하는 유명 메이커스 유튜브 채널)과 협업 콘텐츠를 했고, 그 연으로 차기 작을 구상하고 있다."
 
- 듣고 보니 3D 펜이 메이커 활동으로 과학기술과도 연관이 있겠다. 마침 대전이 과학도시인데, 시민이자 크리에이터로서 접점이 보이는가?
 
"공주에서 초중고를 나왔고, 대전서 대학(한남대)을 마치고 현재까지 거주 중이다. 대전은 안정적이라 좋다. (웃음) 지금에야 과학 지식을 전해주는 채널들이 많지만, 그런 지식을 현실에 형상화하는 지속적인 채널은 드물었다. 창작자가 더 많아지면 그런 구심점이 생겨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대전에도 이렇게 활동하는 크리에이터가 있다고 알리고 싶다."
 
- 100만 구독자를 돌파한 지 얼마 안 됐는데 벌써 150만이다. 성장 속도가 매우 빠른데 소감이 어떤가?
 
"감사하다. 나도 예상치 못한 유입이다. 해외에 유명한 온라인 커뮤니티인 '레딧'에 퍼져 해외 시청자가 많이 유입됐다. 해외 구독자가 번역에 동참해 주신다. 그동안 한국말 더빙을 일부러 안 넣은 이유는 해외 유입을 바랐던 건데, 번역까지 해주시니 그냥 한국말로 편하게 말해도 되는 게 좋다. 사실 국내 유튜브 구독자는 전 세계 구독자의 2%에 불과하다. 98%의 구독자가 한참 남았다. 이제 시작이다."
 
- 기성세대가 유튜버를 보며 느끼는 충격은 취미로도 충분히 업이 된다는 점이다. 유튜버가 보는 유튜브는 어떤 플랫폼인가?
 
"채널 시작 당시 미술학도(한남대)였다. 시작은 2016년 유명 BJ에게 선사하려고 3D 펜으로 가면을 만들어 SNS에 올렸는데 팬들의 반응이 좋았다. 내 작품이 누구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는 기쁨으로 전업 생각 없이 시작했고 오늘까지 채널을 이어왔다. 현재 유튜브가 주 일터지만 다른 SNS도 같이 운영한다. 플랫폼은 바뀔 수 있고 유튜버란 직종도 수명이 있을 수 있다. 개인적인 유튜버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며 유사 채널과 다른 업의 철학과 기반을 다지는 중이다. 지금은 예술가와 유튜버 사이 새로운 길을 만들어간다."
 
- 이토록 빠른 성장을 보인 채널 경쟁력이 무엇인가?
 
"3D 펜 장인이라 그렇다(웃음)고 스스로 말하지만 단순한 농담에 불과하다. 만들기 채널은 많다. 대신 내가 시작할 때 3D 펜 공예가는 해외에만 몇 있었고 국내선 찾아볼 수 없었다. 그래서 쉽게 시작할 수 있었다. 원래 만들기를 좋아했고 미술(전시기획)을 전공했지만 만들기보다 기획이 앞선다. 그래서 기존엔 묘사 작품이나 이슈를 다뤘는데, 지금은 순수 창작물이 지속성이 좋다고 생각해 기획물을 시도하고 있다. 최근 벽 수리는 도시재생의 관점에서 아이디어가 나왔다. 그리고 작품의 본질에 집중하려 한다. 그래서 최근 소녀상도 그 의미에 대한 논란과 관계없이 대상에만 집중했다."
 
- 구독자 10만명만 넘어도 수입이 월급보다 낫다는데, 150만 구독자에다 자신의 브랜드를 딴 쇼핑몰도 운영하니 수익이 상당하겠다.
 
"채널 편차가 매우 크지만, 평균적으로 100만 구독채널 정도는 되는 듯하다. (비공개) 쇼핑몰은 친형이 운영하고, 브랜드 3D 펜도 협업업체와 수익을 나눈다. 자금투자 제의가 많이 왔었는데, 지금은 자금회전이 돼서 굳이 투자를 받지 않아도 될 정도다."
 
- 앞으로의 계획과 꿈은?
 
"제 작품을 보고 '삶이 무기력했는데 보고 있으니 길을 찾았다'라는 등 마음의 병이 있던 분들이 저에게 얻은 영감으로 고난을 극복했다는 말씀들이 많았다. 누군가의 팬으로 활동을 시작했는데, 이제 내가 내 팬에게 선한 의지를 불러일으킨다는 보람을 얻고 그들에게서 많은 것을 배운다. 그러면서 나 또한 길이 계속 생긴다. 3D 펜으로 유명해졌으니 3D 팬을 계속 전파하겠다는 목표가 있고, 학교 현장에 찾아가 아이들의 소질을 계발해주는 교육사업을 전개할 계획이다. 3D 펜하면 사나고! 권원진의 또 다른 나, 크리에이터 '사나고'로 다양하게 하고픈 거 하면서 살겠다."

사나고가 3D 펜으로 만든 헬로디디 로고(김덕윤 씨 작품)를 들어보이며, 독자에게 축제에서 만날 것을 약속했다 <사진=윤병철 기자>
사나고가 3D 펜으로 만든 헬로디디 로고(김덕윤 씨 작품)를 들어보이며, 독자에게 축제에서 만날 것을 약속했다 <사진=윤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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