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RI, 6일부터 11일까지 국제가전박람회(IFA) 참가
AI 적용···동작 분석, 음란물 선별·수집 기술 등 전시

#1. 야구 선수를 꿈꾸는 고등학생 A 씨는 요즘 대형 모니터 앞에서 투구 동작을 연습한다. 대형 모니터 왼쪽에선 프로야구선수 투구 동작이 나오고, 오른쪽에선 그 선수를 따라한 A 씨 동작이 나온다. 인공지능(AI)이 자세를 실시간 분석해 점수를 매긴다. 각 신체 부위별 자세 정확도, 동작 수행 속도 등이 나온다. A 씨는 취약한 동작을 확인, 수정 후 다시 연습에 매진한다. 

#2. 여성가족부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는 올 7월부터 불법 촬영물 유포 방지를 위해 AI를 적용했다. 그동안 피해자가 신고하면, 불법 촬영물 게시 여부를 수작업으로 일일이 검색해왔다. 하지만 AI를 활용해 피해 촬영물과 유사한 영상물을 자동으로 선별·수집해 업무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해당 기술을 개발한 이남경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 박사는 "24시간 쉬지 않는 AI는 밤새 찾은 데이터를 아침에 리포팅 해준다"며 "기존 인간이 하던 수작업을 AI가 대체하면서 속도는 10배 이상 빨라졌다"고 했다.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가 개발한 대표 AI 연구가 전 세계에 소개될 전망이다. ETRI는 오는 6일부터 11일까지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되는 국제가전박람회(IFA)에 참가해 대표 AI 연구성과를 소개한다고 밝혔다. IFA는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중 하나다. 이번 전시회에 연구진은 ▲AI 동작 분석 기술 ▲인터넷 오브 미디어 기술 ▲딥러닝 고속처리 시스템 ▲스마트 팩토리 운영제어 시스템 기술을 전시회에 공개한다.

김도형 박사는 2014년부터 AI를 활용한 동작 분석 기술을 개발해왔다. 사진은 기술을 소개하고 있는 모습. <사진=김인한 기자>
김도형 박사는 2014년부터 AI를 활용한 동작 분석 기술을 개발해왔다. 사진은 기술을 소개하고 있는 모습. <사진=김인한 기자>
AI 동작 분석 기술을 개발한 김도형 박사는 "K-POP 댄스, 요가 등을 유튜브를 보고 배우는 데 동작을 따라 하면서 자신이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 피드백이 없었기 때문에 효율적인 학습이 안 됐다"면서 "AI가 전문 강사와 학습자의 동작을 비교해 동작 정확도 점수, 동작 타이밍 정확도, 동작 수행 속도에 대한 점수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김 박사는 2014년부터 동작 수행 관련 연구를 시작했다. 피트니스, K-POP 관련 기업 4곳에 기술이전도 했다. 최근 대기업이 출시한 제품과도 차별성을 지닌다. 김 박사는 "대기업 등에서 출시한 동작 분석 기술은 손으로 센서를 들고 움직인다"면서 "이렇게 되면 동작을 얼마나 오래 수행했는지 소모한 칼로리는 어느 정도인지만 포괄적으로만 알 수 있지만, ETRI에서 개발한 기술은 카메라를 통해 영상을 분석하기 때문에 세세하게 역동적인 동작도 분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해당 기술은 딥러닝, DTW 기반 기술을 활용한다. 영상을 통해 전문가의 자세와 학습자의 자세를 비교·분석해 평가 결과를 제공하는 만큼 해당 기술이 현장에 적용되면 교육용 콘텐츠, 스포츠 자세 분석, 교정 시스템, 의료 재활 클리닉 등의 서비스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남경 실장은 AI를 활용해 유해 콘텐츠, 불법 영상물을 수집·선별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지난 7월부터 여성가족부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에서 해당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사진=김인한 기자>
이남경 실장은 AI를 활용해 유해 콘텐츠, 불법 영상물을 수집·선별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지난 7월부터 여성가족부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에서 해당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사진=김인한 기자>
이남경 실장은 AI를 활용해 불법·유해 영상을 분석, 검증하는 기술을 선보인다. 이 실장은 "미디어로부터 데이터를 얻고, 그걸 분류해 지식 베이스를 구축하는 인터넷 오브 미디어(IoM) 기술이 발달하고 있다"면서 "미디어로부터 얻은 데이터를 분석해 좋은 정보도 생기지만, 유해 콘텐츠, 음란물 등 사용자 프라이버시를 침범하는 콘텐츠도 생기게 됐다"고 언급했다.

이 실장은 "AI가 유해 콘텐츠, 음란물을 학습해 해당 게시물을 찾아내고 있다"면서 "AI가 음란물을 찾아내는 정확도는 98.7%"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AI를 활용해 신뢰할 수 있는 미디어 인프라를 구축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해당 기술은 지난 7월 여성가족부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에 적용됐다. AI를 활용해 피해 촬영물과 유사한 영상물을 자동으로 선별·수집하는 기술을 갖췄다. 그동안 피해 사례가 접수되면 일일이 사이트에 들어가 촬영물을 찾았지만, 이 분야에 AI가 적용되면서 피해자에 대한 신속 지원이 가능해졌다.

ETRI는 딥러닝 고속 처리 시스템과 스마트 팩토리 운영제어 시스템을 소개한다. 고속 처리 시스템은 딥러닝 학습의 성능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소프트웨어, 하드웨어를 함께 설계했다. 딥러닝 분산 학습에 최적화시킴으로써 기존의 분산 환경에서보다 더 빠른 딥러닝 학습 성능을 제공한다. 해당 기술을 활용하면 기존에 데이터 센터를 구축한 기업도 고속 딥러닝 시스템을 만들 수 있게 된다.

딥러닝 고속처리 시스템을 소개하는 박유미 실장은 "농부가 꽃을 잘 키우려면 토양을 잘 가꾸듯 딥러닝이 더 나은 성능을 보이려면 딥러닝 토양도 비옥하게 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딥러닝 고속 처리 시스템을 개발한 것"이라고 비유했다. 

ETRI는 스마트 팩토리 운영제어 시스템도 선보인다. 해당 기술은 3D 프린터나 로봇을 기반으로 하는 개인 맞춤 생산을 위한 스마트 팩토리를 운영하는 기술이다. 특히 모듈형 설계를 통해 제조 라인을 쉽게 변경해서 재구성할 수 있는 장점을 지닌다. 또 실시간으로 스마트 팩토리를 관리하고, IoT(사물인터넷) 센서를 통해 운영 데이터를 관리하거나 분석할 수 있다. 

지난 4월 부임한 김명준 원장은 지난 7월 '국가 지능화 연구소'로 탈바꿈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며 연구인력 1800여 명 중 450명을 인공지능 분야에 투입한 바 있다. 김명준 원장은 "IFA 참가를 통해 연구원에서 추진 중인 AI 연구 성과를 외국에 공개해 해외 기술사업화 마케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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