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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만 가냐고요?"···'딴짓' 예비의사들의 작은 반란

'메디컬 매버릭스' 본격화···KAIST 공학도 중심축
의사도 사회적 역할 필요···산업·정책 등 진출
의사들이 병원에서 환자를 진료하는 모습은 우리에게 익숙한 풍경이다. 그런데 이러한 고정 관념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병원 밖 세상을 꿈꾸는 '예비의사'들이 작은(?) 반란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함께 모여 자발적·신생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전통적인 의대생 진로에서 벗어나 창업, 금융, 헬스케어 산업, 법 관련 기관 등 다양한 임상 외 진로를 함께 고민하고 소통하며 새로운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그 주인공은 지난 6월말 KAIST 공학도 출신 의학전문대학원생을 중심으로 발족한 '메디컬 매버릭스(Medical Mavericks)'라는 단체이다. 전국 의과대학, 의학전문대학원에서 비임상 진로에 관심있는 학생들을 모아 지난 달 25일 기업가, 작가, 언론인, 금융 전문가를 초청해 개최한 세미나에는 300여명이 몰려 비임상 진로에 대한 의학도들의 인식 변화를 입증했다. 

메디컬 매버릭스에 의하면 '2019년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조사'에서 44% 가량의 학생들이 다양한 진로에 관심이 있다고 답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생각을 가진 학생들을 함께 모으고, 시너지를 내기 위해 단체가 시작됐다. 

비임상분야로 의학전문가 유입을 활성화시키고, 임상분야로 진출하는 학우들에게도 넓은 사회를 보게 함으로써 급변하는 미래 의료 환경에 대처하도록 돕겠다는 취지에 주변에서의 관심과 호응도 이어지고 있다. 

메디컬 매버릭스가 진행한 진로세미나에 참석자들이 몰렸다.<사진=메디컬 매버릭스 제공>메디컬 매버릭스가 진행한 진로세미나에 참석자들이 몰렸다.<사진=메디컬 매버릭스 제공>

◆ KAIST 출신이 중심축으로 활동···'딴짓하는 의사(?)'들 힘모아

"예비의사 이전에 학생이고 자유로운 꿈을 꿀 필요가 있습니다. 사회적으로도 의학전문가의 각 분야 진출이 이뤄질 때 시너지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회장을 맡은 최재호 차의학전문대학원 본과 2학년 학생은 메디컬 매버릭스 시작 배경을 이같이 설명했다. 최 회장은 지인들과 대화하며 '의대생들이 딴짓하는데 눈치가 보인다', '임상외 진로에 대한 정보를 얻기도 힘들다'는 의견들을 듣고, 이를 엮어 네트워킹 조직을 시작했고, 명칭에는 '개성이 강한자'라는 의미를 담았다. 비임상 분야 진로를 꿈꾸는 의대생들이 자발적으로 네트워킹 조직을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의대생들이 비임상 분야 진로를 꿈꾸게 된 이유는 다양한 분야를 전공한 것도 작용했다. 경영대, 기자, 법조인, 이공계 등 다양한 진로를 놓고 고민하다 온 이들이 많다. 중국에서 8년 살다가 온 예과 학생도 있다. 
메디컬 매버릭스를 이끌고 있는 학생들의 단체사진. 현재 의대를 다니며 같은 내용을 공부하고 있지만 서로 다른 꿈과 취미, 재능, 관심사도 갖고 있다는 점을 표현했다.<사진=메디컬 매버릭스 제공>메디컬 매버릭스를 이끌고 있는 학생들의 단체사진. 현재 의대를 다니며 같은 내용을 공부하고 있지만 서로 다른 꿈과 취미, 재능, 관심사도 갖고 있다는 점을 표현했다.<사진=메디컬 매버릭스 제공>

현실적으로 그동안 의대생의 진로는 의사면허를 취득하고, 병원에서 일하는 것으로 한정됐다. 상대적으로 안정된 직업의 길이 열려있고, 학업이 바쁘다보니 다른 길로 눈을 돌리기 쉽지 않은 환경이다. 임상외 진로를 반대하는 교수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외부활동을 하다보면 상대적으로 성적장학금과도 멀어진다는 점도 감수해야 한다. 

최 회장은 "의사면허소지자들도 각자 꿈을 가질 수 있고, 의사라는 영역으로 진로가 한정될 필요는 없다고 본다"면서 "다양한 직업을 꿈꾸는 이들이 네트워킹하고,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단체를 시작했으며, 앞으로 공학-의학 전공 학생들이 교류하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환경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 단체의 중심축은 KAIST 출신 학생들이다. 공학을 전공한 이들은 저마다 이유로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진로를 택했다. 그 과정에서 교수, 동료 학생 등 외부의 안좋은 시선도 이겨내야 했다.

최 회장은 KAIST 전기·전자공학과와 기술경영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컨설팅, 금융 분야를 꿈꾸고, 미국으로 유학을 준비하다 공학과 의학 접목을 결합해 사업화하겠다는 생각에 의전에 진학했다. 

최 회장은 "KAIST에서 칵테일·교육 봉사 동아리, 증권사 인턴 등 30개 이상의 대외활동을 수행하며 꿈이 많이 바뀌었다"면서 "외부의 안좋은 시선도 있었지만 의학으로 개원하는 것이 아니라 공학, 의학, 경영을 접목해 사회에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에 진로를 택했다"고 설명했다.

단체에서 팀원으로 참여하는 김요섭 핏케어 대표, 강예원 학생도 유사한 사례이다. 김요섭 대표는 KAIST 신소재공학과와 생명화학공학과, 기술경영학과를 졸업했다.

KAIST 신소재공학과를 졸업한 강예원 차의과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학생은 "의대는 상대적으로 주변에 관심을 돌릴 기회나 외부활동에 참여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다"면서도 "비슷한 생각을 가진이들이 모여 네트워킹하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참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강 학생은 "공학과 의학 지식을 살려 진로를 고민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요섭 핏케어 대표는 KAIST 창업원의 각종 교육, 세미나에 참가하며 창업에 관심을 가졌다. 병원에서도 원인을 찾지 못했던 관절염이 군대에서 체중관리와 운동으로 좋아지면서 공학과 의학을 살린 헬스케어 산업에 관심을 가져 의대에 진학했다. 현재 휴학하고 스타트업 대표로 활동하며 지난해부터 개발한 개인맞춤형 운동 처방 솔루션을 선보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김 대표는 "의대에 진학하며 KAIST에 미안한 마음도 갖고 있고, 주변에서도 달가워하지 않은 분위기도 있었지만 KAIST에서 도전정신과 기업가정신을 배워 창업에 도전하고, KAIST에서 받은 혜택을 사회에 돌려줘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 "급변하는 의료환경에서 학생들의 변화가 실질적 의료계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안정보다 도전을 추구하는 가치가 확산되길 바라며, 진정성을 입증하며 시선을 바꾸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의사들이 보건정책, 제약회사, 헬스케어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살려 제대로 된 상품이나 정책을 추진하는 것을 도울 수 있다"면서 "진료과정에서도 소통, 경영, 법률 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을 응원하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선배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김경철 미즈메디 경영원장은 "연구자, 임상진로, 비즈니스를 모두 경험한 사회 선배로서 예비의사들도 병원 외 분야로 진출해 벤처 등 사회 각 분야에 관심을 갖고 진로를 선택하는 것도 필요하다"면서 "국내 1% 수재들이 재능과 경험을 살려 국가 산업 활동에 접목하면 국가·사회적 의미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최재호 메디컬 매버릭스 회장이 KAIST에서 활동한 모습.<사진=최재호 회장 제공>최재호 메디컬 매버릭스 회장이 KAIST에서 활동한 모습.<사진=최재호 회장 제공>

메디컬 매버릭스가 진행한 진로세미나 참석자들의 단체 사진.<사진=메디컬 매버릭스 제공>메디컬 매버릭스가 진행한 진로세미나 참석자들의 단체 사진.<사진=메디컬 매버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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