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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흐르는 모든 곳 실험실···400년 물 기록역사 담았다

[대표 연구실 ⑪]건설연 水文연구팀, 소중한 자원 '물' 지속확보 연구
청계천 공사 '물순환' 연구 "제일 먼저 발 담가"
국내 427년 물 역사 기록 정리·동적수자원평가시스템 첫 국산화
건설연에는 물의 흐름과 관련된 다양한 연구를 하는 수문연구팀이 있다. 이들은 도시개발에 필요한 수문모델링뿐 아니라 장마나 가뭄 등에 대비하기 위한 물 흐름 등 연구를 위해 현장으로 출동한다. <사진=김지영 기자>건설연에는 물의 흐름과 관련된 다양한 연구를 하는 수문연구팀이 있다. 이들은 도시개발에 필요한 수문모델링뿐 아니라 장마나 가뭄 등에 대비하기 위한 물 흐름 등 연구를 위해 현장으로 출동한다. <사진=김지영 기자>

하늘에서 내리는 비는 강으로 흐르거나 땅에 스며 지하수가 되고, 식물에 흡수돼 증발산 되는 등 순환을 한다. 하지만 신도시가 건설되면? 촉촉한 땅이 아스팔트로 덮이고 건물이 들어서면 물 순환과정에 변화가 생긴다. 이를 잘 예측하지 못하면 큰 홍수나 산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다.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물의 흐름, 수문학(水文學, Hydrology)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수문모델개발연구팀(이하 수문연구팀)이다.
 
'수문'하면 흔히 수심과 유량의 조절을 위해 설치하는 수문(水門)을 떠올리기 쉽지만 수문연구팀이 하는 연구는 물 수(水)에 글월 문(文)자를 쓴다. 수문연구팀의 리더 김현준 박사는 "우주 안의 여러 천체에 관한 연구를 천문학(天文學)이라 말하듯, 수문학이란 물에 관한, 물의 움직임을 연구하는 것을 말한다"고 설명했다.
 
수문연구팀은 2000년 초반 과학기술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1세기프런티어사업을 시작으로 태동했다. 당시 가뭄 등 물 문제가 심각한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관련 R&D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지며 '수자원의 지속적 확보기술개발 사업단'이 탄생했다. 건설연의 김승 박사가 단장을 맡았고 건설연에 연구단이 설치됐다.
 
수문연구팀은 프론티어사업을 통해 국내 첫 유역물순환해석 프로그램 CAT의 국산화에 성공했다. 해외실정에 맞게 개선한 디와트(DWAT)도 개발했다. 청계천 복원과정도 참여했다. 복원공사구간의 수질과 생물서식환경 등을 실시했다. 연구비는 따로 없지만 우리나라의 물 흐름 역사를 연구하기 위해 조선왕조실록에 담긴 427년간의 홍수와 가뭄 관련 기록을 모두 찾아내정리했다. 양주시와 일산 등 신도시 개발에 필요한 모델링뿐 아니라 장마나 가뭄이 발생하면 팀을 꾸려 현장에 출동한지도 10여년이 넘었다.
 
소중한 자원 물을 지속확보하고 가뭄과 홍수 등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연구를 하는 수문연구팀을 찾았다. 인터뷰에는 팀의 리더 김현준 박사와 팀의 수석연구원 장철희 박사가 참여했다.
 
◆ 청계천 복원공사, 흐르는 하천 물 첫 발 담근 연구자들
 
"저희는 남들처럼 따로 실험공간이 없어요. 자기 자리에서 컴퓨터로 주로 연구를 하다 보니 보여드릴게 많지 않아서 괜찮으실지 모르겠습니다." (김현준 박사)
 
연구실이라고 하면 흰 가운을 입은 과학자들이 비커와 스포이트, 다양한 분석 기계를 활용해 연구하는 모습이 떠오르지만 수문연구팀은 연구실이 따로 없다. 농어촌공사와 환경부, 기상청
, 한국수자원공사 등으로부터 수집한 소유역별 자료를 활용해 연구하거나, 직접 현장에 나가 분수계(하천유역을 나누는 경계)와 유역의 특성분석을 위해 데이터를 수집한다. 물이 흐르는 곳이라면 어디든 수문연구팀의 연구실이다.
 
도시개발계획이 진행되는 곳의 모니터링도 수문연구팀 역할이다. 판교, 세종시, 일산 등 도시개발 2~3년 전부터 지역 하천에 수위계와 유량계를 달아 관측을 했다. 아스팔트가 깔리면서 벌어지는 문제점들을 예측하고 우수(雨水)침투시설을 어떻게 갖추면 물을 풍부하게 쓸 수 있는지 등을 도시개발 관련자들에게 제시해 왔다.
 
홍수나 가뭄이 들었을 때도 현장에 나간다. 하천에 흐르는 물의 속도와 단면적, 수위별 유속을 계산해 다양한 유량 데이터를 얻는다. 이렇게 수년간 축적한 데이터는 향후 가뭄이나 홍수 때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수자원량을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장철희 박사는 현장에서 겪은 다양한 에피소드를 공유했다. 그는 "홍수와 가뭄이 어떤 이유로 발생했는지와 피해복구에 기여할 수 있도록 조사하는 것이 우리 역할이다. 주민들에게 도움이 되겠다는 사명감으로 열심히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사진=김지영 기자>장철희 박사는 현장에서 겪은 다양한 에피소드를 공유했다. 그는 "홍수와 가뭄이 어떤 이유로 발생했는지와 피해복구에 기여할 수 있도록 조사하는 것이 우리 역할이다. 주민들에게 도움이 되겠다는 사명감으로 열심히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사진=김지영 기자>
특히 홍수 유량측정은 위험한 작업으로 연구자들도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김현준 박사는 "잘못하면 떠내려갈 수 있다. 최소한 3명이 팀을 꾸려 작업을 하고 있다"면서 "파주시 적성면에 20년 넘게 운영하고 있는 시험유역이 있다. 그곳 컨테이너에서 며칠씩 숙박하며 모니터링한다"고 설명했다.
 
심한 홍수나 가뭄 등으로 현지 조사 갈 때 중요한 점이 있다. 막대한 피해를 입은 현지 주민들의 이해를 구하는 것이다.
 
장철희 박사는 "우리가 당장 가뭄 홍수를 해결해드릴 수는 없지만 주민들의 고충을 잘 듣고, 어떤 목적으로 연구를 하는지 설명해드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홍수와 가뭄이 어떤 이유로 발생했는지와 피해복구에 기여할 수 있도록 조사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분들에게 향후 충분히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사명감으로 열심히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는 다행히 심한 가뭄이나 홍수가 없어 피해현장 연구가 적었다. 대신 모델링 대상 지역인 충남 보령, 북한과 인접한 강원지역의 한탄강 대상 현지 조사를 실시했다.

장 박사에 따르면 한탄강댐 상류 지역의 많은 농경지가 이곳의 물을 끌어 쓴다. 현지 조사를 통해 가뭄과 홍수 등을 예측할 수 있도록 자료를 모으고 있다. 북한과 인접한 만큼 향후 북한 수문모델링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에는 한탄강댐 대상 현지 조사를 통해 모형시스템도 구축한 상태다. 이 외에도 팔당댐 인근 경안천 현지조사도 꾸준하게 진행 중이다.
 
장 박사는 "경안천은 도시와 밀접한 지역에 위치해 있다. 홍수나 가뭄 등에 영향있던 지역이라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문연구팀은 청계천 복원공사 중 물과 관련된 모니터링연구를 수행했다. 청계천 개방 전 가장 먼저 발을 담그고 유량 조사를 한 연구자들이 수문연구팀이다.<사진=대덕넷 DB>수문연구팀은 청계천 복원공사 중 물과 관련된 모니터링연구를 수행했다. 청계천 개방 전 가장 먼저 발을 담그고 유량 조사를 한 연구자들이 수문연구팀이다.<사진=대덕넷 DB>

"청계천 복원공사를 할 때 물과 관련된 모니터링은 저희가 맡았죠. 허벅지 깊이의 청계천에 바지를 걷고 들어가 유량을 조사하기도 했어요. 그 모습을 보며 지나가는 시민들이 '물고기 잡냐' 며 한참 구경하다 가고 그랬죠.(웃음)"(김현준 박사)
 
야외 연구현장에서의 에피소드 하면 잊을 수 없는 것이 '청계천 복원공사'다. 복원공사가 대대적으로 이뤄지려는 시점에 물과 관련된 모니터링이 하나도 없는 것을 알게 된 '수자원의 지속적 확보기술개발 사업단'이 서울시에 모니터링을 제안했다. 연구는 김현준 박사를 중심으로 4명의 수문연구팀이 진행했다.
 
김 박사팀은 2003년부터 복원공사 구간에 대해 수질을 측정하고 생물서식환경 등을 조사했다. 수질 및 생태 모니터링을 실시, 청계천 유역의 물순환을 해석하고 왜곡된 물순환 체계를 바로 잡을 수 있는 대안을 정부에 제시했다.
 
특히 청계천의 큰 물줄기인 인왕산, 남산, 북악산의 유량을 측정하고 얼만큼의 물을 내보내야 청계천에 물이 흐르는지 등을 연구했다. 상류에서 흐르던 물이 중간에 새지는 않는지, 없어졌다면 어디로 흘러가 어떤 현상을 일으키게 되는지 등을 모니터링했다. 청계천 유량을 측정하기 위해 복원공사 중 처음으로 하천에 바지를 걷고 들어가기도 했다. 희한한 모습에 시민들이 한참 구경하고 가기도 했단다.
 
청계천 복원사업은 2005년 10월 마무리돼 도심 속 하천으로 재탄생해 많은 시민이 찾는 공간이 됐다. 하지만 현재 청계천에 흐르는 물은 산에서 온 물이 아닌 지하철에서 나오는 지하수와 한강의 물을 사용하고 있다.

김현준 박사는 "청계천 복개는 하천의 모습을 되살렸으니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면서도 인공적인 물이 흐르는 현재 청계천 모습이 아쉬운 듯 보였다.
 
김현준 박사는 수문연구를 하면서 개인적으로 궁금했던 과거의 물흐름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조선왕조실록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472년간의 가뭄, 하천공사, 홍수 등 내용을 직접 찾아 폴더별로 정리했다.<사진=김지영 기자>김현준 박사는 수문연구를 하면서 개인적으로 궁금했던 과거의 물흐름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조선왕조실록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472년간의 가뭄, 하천공사, 홍수 등 내용을 직접 찾아 폴더별로 정리했다.<사진=김지영 기자>

◆ 취미가 연구로…과거 472년간의 물 흐름 연구

"수문연구를 하다 보니 과거에는 어땠을까 궁금했습니다. 1999년부터 조선 왕조실록의 기록을 정리하기 시작했어요. 이를 통해 홍수 가뭄을 조사해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논문도 쓰고 연구도 하고 글도 썼죠."(김현준 박사)
 
김현준 박사 책장에는 조선왕조실록에 담긴 472년간의 수문 기록을 정리한 폴더가 꽂혀있다. 장철희 박사와 함께 ▲가뭄 ▲하천공사 ▲홍수 등을 직접 찾아 폴더별로 정리한 것들이다. 연구비 없이 개인적인 호기심에서 자료를 정리한 것들이다.
 
국내에서 조선왕조실록 관련 수문연구를 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 관련된 자료를 찾거나 공동연구에 대한 제안이 수문연구팀으로 이따금 들어온다. 김 박사팀은 최근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으로 고고학자들과의 공동연구를 수행하여 과거 벽골제, 제천 의림지 등 저수지가 논에 얼마큼 기여 했는지를 연구해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강원도 설악산의 토왕성 폭포의 물줄기를 보기 위해 얼마나 비가 내려야하는지, 또 언제가야 시원하게 폭포가 물줄기를 뿜어내는지를 수문모델링을 통해 규명했다. 토왕성 폭포는 외설악에 위치한 320m높이의 3단 폭포다. 우리나라 최대 폭포로 불리지만 유역면적이 작아 비온 뒤에야 폭포물줄기를 볼 수 있다.
 
수문연구팀은 이 연구를 위해 2000년부터 2018년까지 속초기상대에서 관측한 강우와 기상자료와 SNS에 올라온 토왕성 폭포의 촬영일자를 비교하며 모은 데이터로 30년정도의 시간을 시뮬레이션했다. 그 결과 일강우량이 100mm가 넘었을 때 비 온 뒤 하루 정도 장쾌한 물줄기를 볼 수 있고, 일강우량 50mm이상 올 경우 일반적인 물줄기를, 일강우량 30mm일 경우 연간 55일정도 약한 물줄기를 볼 수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김현준 박사가 직접 정리한 조선왕조실록 물 관련 자료들을 소개하고 있다.<사진=김지영 기자>김현준 박사가 직접 정리한 조선왕조실록 물 관련 자료들을 소개하고 있다.<사진=김지영 기자>

◆ "물관리 모델, 점진적 국산화 목표"
 
"물관리를 위한 툴은 대부분 미국모델을 씁니다. 그 모델을 점진적으로 국산화시키는 것이 목표입니다."
 
김현준 박사는 연구팀의 가장 큰 성과로 'CAT 프로그램'의 개발을 꼽았다. 그에 따르면 2000년 초반 국내 프로그램이 없어 수문모델링은 대부분 미국과 일본모델을 가져다 썼다. 사업단은 프런티어사업을 하면서 연구모델의 필요성을 느끼고 국산화를 통한 독립을 계획하기 시작했다.
 
김 박사는 "총 9년의 연구기간 중, 마지막 4년을 남겨둔 시점부터 독자적 기술을 개발, 연구 3년차에 CAT라는 국내 첫 수문모델 초기 버전을 완성했다"면서 "현재 한강 유역 전체에 이용 가능한 수자원량을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장기적인 기상자료를 통해 장래 가뭄, 홍수 등을 예측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물의 흐름을 해석하는 기본 방정식은 어느 나라든 동일하지만 지역 환경은 차이가 있다. CAT은 국내 사정을 반영해 좀 더 정확하게 물흐름 분석이 가능하다. 그는 "선진국에서 개발한 모델들은 논에서 물이 어떻게 이동하는지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 논이 차지하는 구간도 일부인데다 땅이 넓어 습지로 인식하게 돼 있다"면서 "CAT는 아시아의 큰 특징인 논에 대한 정확한 해석과 물의 이동 등 현실에 맞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CAT개발에 어려움도 있었다. 프런티어사업이 성과물을 이전해 수익을 창출시켜 연구개발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과정을 갖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 김 박사는 "수문모델링은 사용자가 한정적이다. 기술이전을 하긴 했지만 10개 정도 팔았다. 그다음 연구비도 끊겨 CAT 연구가 중단됐다"고 회상했다.
 
연구는 중단됐지만 CAT모델에 관심이 있던 기후변화연구단에서 CAT버전 업그레이드를 제안했다. 1.0에서 3.0까지 업그레이드에 성공한 수문연구팀은 최신 버전을 지난 5월 런칭해 홈페이지에서 누구나 내려받을 수 있게 했다.
 
CAT를 해외버전으로도 만들었다. 2012년에 CAT모델을 영국 유역에 적용해 연구결과를 논문으로 내는 등 성과를 내기도 했다.
 
그는 "영국에서도 자국의 툴을 가지고 있지만 관측자료에 기반한 경험적 모델로 도시화 과정에 사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면서 "우리 모델을 활용해 도시화에 따른 변화 값을 반영해 작은 유역과 도시의 물흐름을 조절해야 하는지 등을 분석하고 모델검증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수문연구팀은 CAT를 해외실정에 맞게 개선한 디와트를 개발했다. 환경부가 WMO(세계기상기구)에 참여해 개발도상국의 수자원 평가 프로그램을 지원하겠다고 선언하면서 CAT 활용방안이 제안된 것을 계기로 만들어졌다. 간단한 조작만으로 자국의 수자원량을 파악해 수자원 관련 정착 및 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  디와트는 우간다, 부탄, 러시아, 아르헨티나, 자메이카, 뉴질랜드 등 6개국을 대상으로 적용해 활용성을 평가받았다.

물관리 프로그램 국산화를 진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곳에서 해외 모델을 사용하고 있다.
 
김현준 박사는 "그 모델들을 점진적으로 국산화시키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며 "정부 지원을 받아 개발한 만큼 CAT도 국내에 더 많이 알려 사용할 수 있도록 교육 중이다. 꾸준한 교육을 통해 국내 사용자를 만들고 디와트 또한 전 세계적으로 쓸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민국 대표 연구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수문모델개발연구팀.<영상= 대덕넷 뉴미디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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