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챔피언 ④] 쎄트렉아이, 창업 20주년 새로운 미래
최근 3년간 R&D 투자율 20%, 매출 규모 큰 폭 증가 기대
박성동 의장 "신생 벤처 지원, 대덕을 우주 스타트업 성지로"

박성동 쎄트렉아이 의장은 기업에게 R&D는 지속성을 위한 '젊은 피'라고 정의했다. 쎄트렉아이는 2015년부터 3년간 매출액의 20%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했다.그 결과 새로운 기술의 신제품을 선보이며 해외 정부기관과 판매 계약까지 체결, 올해 매출액 규모가 큰 폭으로 상승할 전망이다.<사진= 길애경 기자>
박성동 쎄트렉아이 의장은 기업에게 R&D는 지속성을 위한 '젊은 피'라고 정의했다. 쎄트렉아이는 2015년부터 3년간 매출액의 20%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했다.그 결과 새로운 기술의 신제품을 선보이며 해외 정부기관과 판매 계약까지 체결, 올해 매출액 규모가 큰 폭으로 상승할 전망이다.<사진= 길애경 기자>
"R&D요? 기업에겐 젊은피죠. 회춘 역할을 한다고 할까요."

인공위성 토털 솔루션 기업 쎄트렉아이 박성동 의장의 말이다. '기업에게 R&D의미는 무엇인가'라고 물으니 그는 망설임 없이 '젊은 피'라고 정의했다. 기업의 지속성을 위한 투자라는 의미다.

우리별 1호의 주역으로 대한민국의 우주시대를 연 KAIST 출신들이 1999년 설립한 회사 '쎄트렉아이'. 우주기술 불모지 대한민국을 위성 강국 반열에 올려놓는데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쎄트렉아이는 최근 3년간 매출액대비 연구개발(R&D)비 투자율을 대폭 높였다. 2015년 20.1%, 2016년 23.1%, 2017년 17.7%로 평균 20%에 이른다. 연구개발에 집중투자하며 쎄트렉아이는 관측 위성 신제품인 SpaceEye-X(해상도 0.5m) 개발에 성공했다. 올해 3월 해외 정부기관과 SpaceEye-X 위성 판매 계약까지 체결했다. 계약금액 752억원으로 쎄트렉아이의 매출 규모도 단숨에 끌어올릴 전망이다. 사업기간은 2024년 10월까지다.

박 의장은 "매출액 중 20%를 R&D에 투자하는 것은 부담이긴하다. 그러나 고객의 눈높이가 점점 높아지면서 더 민감한 신뢰도를 가진 제품이 요구된다. 새로운 기술로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R&D를 지속해야 한다"면서 "연구도 기초 핵심 실용화 단계가 있듯이 회사도 단계가 있다. 기업의 생존은 보장되는게 아니라 생존 능력 유지를 위해 공부해야한다"며 R&D 투자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올해로 쎄트렉아이는 창립 20주년을 맞는다. 그동안 미국, 유럽 등 우주기술 선진국의 기술을 따라잡는데 집중했다면 이젠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는 쪽으로 가고 있다. 누구도 가지 않은 길로 미래를 준비 중이다. 박 의장은 "과거에는 선진국의 기술을 따라잡는 검증된 도박(?)이었다면 지금은 우리만의 기술력으로 누구도 알 수 없는 길을 가는 진짜 도박인 셈이다. 새롭게 가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 성공하겠어? 우려로 시작, 정부과제 대신 기업이 해야할 연구 집중

우리별 주역들이 창업한 쎄트렉아이는 창업 20주년을 맞으며 위성시스템, 지상시스템, 위성영상 서비스, 영상분석 서비스 등 인공위성 토털 솔루션 기업으로 글로벌 무대에서도 기술력을 인정 받고 있다. 특히 R&D에 집중하며 새로운 우주 기술 개발로 새롭게 길을 만들어 가는 중이다.<사진= 쎄트렉아이>
우리별 주역들이 창업한 쎄트렉아이는 창업 20주년을 맞으며 위성시스템, 지상시스템, 위성영상 서비스, 영상분석 서비스 등 인공위성 토털 솔루션 기업으로 글로벌 무대에서도 기술력을 인정 받고 있다. 특히 R&D에 집중하며 새로운 우주 기술 개발로 새롭게 길을 만들어 가는 중이다.<사진= 쎄트렉아이>
쎄트렉아이의 창업은 갑작스럽게 이뤄졌다. KAIST인공위성연구센터에서 위성을 연구하던 우리별 1호 개발 주역들은 센터의 예산문제로 실업자가 될 위기에 처하면서 창업을 결심한다. 한해, 한 세기가 저물어가는 1999년 12월 29일, 지도교수를 포함한 지인들이 자본금을 마련하며 창업에 나섰다. 그야말로 십시일반의 엔젤투자였다.

사무실에는 책상 몇 개가 전부였다. 그런 상황에서 우주기술 불모국 한국의 신생벤처 이름으로 인공위성 제작을 수주해야 했다. 자신감과 패기가 전자산이었지만 IMF외환 위기라는 현실과 장담할 수 없는 미래는 모두에게 두려움을 주기에 충분했다. 멤버들 중 불투명한 미래에 부담을 느끼며 대학이나 대기업으로 진로를 바꾼 이도 있다. 창업멤버였던 박성동 의장은 '창업선언문'을 작성하고 회사를 살리기 위해 앞만보고 달려왔다고 고백했다.

박 의장은 "당시 창업선언문은 우리가 왜 창업을 하는지 목표를 뚜렷이 담고, 사람, 고객, 회사 운영면에서 균형을 잃지 않기 위한 내용이었다. 체계적이거나 형식을 갖추지 않았지만 목표와 취지를 분명히 담으면서 앞만 보고 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기업차원에서 해야 할 연구개발에 주력했다.

"책상 몇 개로 시작해 지금까지 오는 동안 정부 과제는 가능한 하지 않았죠. 회사의 R&D는 분기단위로 결정되는데 정부 과제는 속도가 더디기 때문에 하고 싶은 연구를 할 수 없어요. 당장 매출이 조금 꺾이더라도 다음으로 올라가기 위해 우리만의 R&D에 집중합니다."

쎄트렉아이는 추구하는 방향과 기술력을 해외에서 인정받았다. 그리고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UAE(아랍에미리트) 등에서 위성 제작을 수주하는데 성공한다. 영국과 프랑스 등 세계적 우주기업들과 경쟁하며 스페인 위성을 수주, 엄격한 기준의 고신뢰도면에서도 인정 받았다.

2008년 6월, 쎄트렉아이는 코스닥 시장에 진입했다. 사업영역도 위성본체, 지구관측용 카메라, 핵심부품, 영상서비스 등 위성기술 토탈솔루션 기업으로 글로벌 무대에서도 기술력으로 국내 우주기술의 위상을 높여가고 있다. 지난해 쎄트렉아이의 매출은 461억원 규모. 박 의장은 지난 3년간 R&D에 집중투자한 이후  SpaceEye-X 개발 성공과 제작 수주로 매출 볼륨이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박 의장은 "기업에게 R&D는 기업 성장의 수단이지 목적이 되면 안된다. 목적이 되면 자칫 밑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뿐"이라면서 "우리는 회사 자체 투자로 R&D에 집중, 빠르게 성과를 내며 해외 고객의 만족도를 높인다"고 회사의 R&D전략을 밝혔다.

그는 이어 "물론 R&D에 집중하는 시기에는 성과가 조금 낮아질 수 있다"면서 "이전에는 미국과 유럽이 뭐하는지 따라가면 됐는데 지금은 모든게 새로운 기획으로 가야 한다. 인공지능, 블록체인 등 연결분야를 고민하고 있다. 공부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조금 더 빨리 움직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 "미래 준비 재미있다" 기업의 미래 '사람'에 방점

쎄트렉아이는 R&D에 주력하는만큼 사람에 방점을 둔 경영을 강조한다. 인재 확보를 위해 학벌보다 개인이 가진 전문성을 최우선으로 한다. 실제 쎄트렉아이에는 마이스터고 출신의 고교생도 박사급 연구원들과 어깨를 나란히하며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근무하면서 본인의 역량 개발을 위한 학습이 필요할 경우 대학, 대학원 진학도 지원한다.

교육과 복지도 차별성을 갖는다. 직급별 교육은 물론 신입사원은 업무에 투입되기전 대표이사가 직접 나서서 회사의 비전과 가치를 공유한다. 또 회사의 역사와 각 부문을 소개하고 회사안에서 동료간 지켜야할 매너와 에티켓 교육까지 이뤄진다.

직원들의 역량 개발을 위한 교육은 외부강사를 초청해 진행한다. 글쓰기, 문서작성, 이슈 트랜드 읽기 등 필요로 하는 교육을 마련하고 런치특강 등 다채로운 시간대로 편성해 구성원들의 참여를 높인다. 쎄트렉아이의 복지는 다채롭다. 안식년, 생명보험, 실손보험 가입은 기본, 국내외 학회 참석 기회 제공으로 개인의 역량개발을 위한 기회를 마련해준다. 사람에 방점을 둔 쎄트렉아이의 경영방침과 일맥상통한다.

근무 시간도 유연근무제 이용 등 자율성을 강조한다. 내년부터 시행될 주52시간제가 필요하지 않을 정도란다. 실제 회사 관계자는 주52시간제에 따른 출퇴근  클릭 등 시스템이 직원들의 자율성을 헤칠까 염려하기도 했다.

박성동 의장은 "52시간제는 업력이 있는 기업은 시스템으로 운영이 어느정도 가능하지만 스타트업은 예외가 필요하다. 데스밸리에서 살아남으려면 초기에 에너지를 집중 투입해서 극복해야 한다"면서 "제조 생산 분야와 달리 R&D 분야는 서로 믿으며 일하는 분위기가 필요하다. 사회적 합의와 예외가 있어야 기업주, 근로자 모두 만족하는 제도가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 20주년 맞는 쎄트렉아이, 대덕을 우주 스타트업 성지로

쎄트렉아이는 1999년 12월 29일 KAIST인공위성연구센터에서 위성을 연구하던 우리별 1호 개발 주역들이 센터의 예산 문제로 실업자가 될 위기에 처하면서 갑자기 창업에 나섰다. IMF 외환위기 등 당시 쉽지 않은 상황에서 박 의장은 '창업선언문'을 작성하고 앞만 보고 달려왔다고 고백했다.<사진= 길애경 기자>
쎄트렉아이는 1999년 12월 29일 KAIST인공위성연구센터에서 위성을 연구하던 우리별 1호 개발 주역들이 센터의 예산 문제로 실업자가 될 위기에 처하면서 갑자기 창업에 나섰다. IMF 외환위기 등 당시 쉽지 않은 상황에서 박 의장은 '창업선언문'을 작성하고 앞만 보고 달려왔다고 고백했다.<사진= 길애경 기자>
쎄트렉아이는 사옥을 전민동에서 문지동으로 옮겼다. 박성동 의장은 KAIST 출신 선 후배들과 한가지 계획을 갖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밝혔다.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지만 삼촌 그룹(멘토 그룹)으로서 우주 분야 젊은 창업자들이 대덕에서 꿈을 펼치게 하고 싶다는 계획이다. 전민동 사옥(현재 실험실 일부가 남은 상태지만)을 우주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것.

"우리 세대는 창업하면서 많은 풍파를 겪었던게 사실인데 후배들이 그런 어려움을 덜 겪게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몇몇 후배 기업들을 지원하고 있는데 전민동 사옥을 이용해 우주스타트업들이 모일수 있도록 하면 서로 화학적 반응이 일어날 것이라 믿습니다. 선배들은 그들을 도와주고 박수치는 역할을 하려고 합니다."

박 의장은 대덕은 인재들이 모이는 KAIST와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있어 과학기술 기반의 창업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KAIST는 창업 기반을 다지는 역할을 충분히 해 왔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과학기술 기반 KAIST 출신들이 속속 창업을 했고 그중 괜찮은 기업들도 많다. 우리도 여러 기업에 지원하고 있다"면서 "다만 창업은 아이디어만으로 하기보다 사업적 관점으로 충분히 준비해서 팀단위로 창업하는게 가장 이상적이고 생존률도 높다. 대덕은 그런 창업이 가능 한곳"이라고 조언했다.

끝으로 그는 기업 입장에서 필요한 정부 R&D 지원 정책도 제안했다. "정부의 민간기업 지원 프로그램은 기업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지 못하면 밑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습니다. 기업의 R&D 지원은 상한 총량제를 두면서 기업이 고용과 매출을 늘리고 수출과 로열티가 발생하면 총량을 같이 올려주는 방식으로 가야 합니다."
 

◆ 쎄트렉아이는
1999년 12월 29일 KAIST인공위성연구센터에서 위성 연구하던 KAIST 출신들이 위성시스템 개발과 관련 서비스 사업 영위를 목적으로 창업에 나섰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위성시스템을 개발하고 수출하는 기업으로 성장 2008년 6월, 코스닥 시장에 진입했다.
2014년과 2015년 위성영상판매사업과 방사선감시사업에 이어 2018년 7월 위성영상기반 데이터 분석 서비스업을 주요로 하는 법인을 설립했다. 2015년부터 3년간 R&D에 집중투자하며 올해부터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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