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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단상] 대덕단지,日 규제 뛰어넘는 '해결사' 역할을

대일 갈등 이후 전국적 관심 급부상...소재 등 개발 최적지
과학자들 "국민 성원 보답 기회, 도전해보자" 공감대
대덕연구단지가 온 국민의 주목을 받고 있다. 1973년 단지 설립이래 가장 높은 관심의 대상이 된듯하다. 장관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와 대기업 및 중소기업 등 기업인들도 대덕에 발걸음을 많이 하고 있다. 오는 14일에는 국무총리가 대덕을 방문할 예정이다. 일본과의 무역 갈등이 심화될 수록 기술 자립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대덕이 해결사로 급부상되기 때문인듯 하다.

대덕을 찾는 사람들은 연구자들에게 일본이 규제하고 있는 소재와 부품의 핵심기술 개발과 국산화에 역량을 모아 달라고 한 목소리로 당부했다. 정부는 소재부품 연구개발 예산 증액부터 기술개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R&D 인력의 노동시간 규제 완화, 패스트 트랙(fast track) 도입과 같은 프로세스 혁신도 약속했다. 기업인은 애로 기술의 공동 연구 등을 제안했다.

과학기술계도 이례적으로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KAIST는 100명의 전·현직 교수진이 자문단을 구성해 기업의 기술개발을 돕겠다고 나섰다. KAIST 자문단 구성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대기업과 소재, 부품 중소기업에서 애로기술을 호소해 왔고, 교수진도 바로 진단팀을 구성해 해결방안을 찾고 있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은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을 위해 기술개발 논의와 측정 표준확립 시간 단축 등 다각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해 가고 있다.

연구 현장에서는 정부 관료, 대기업, 중소기업 관계자가 한꺼번에 출연연에 온 일도 거의 처음이라면서 기술 자립의 계기로 만들어 가자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그동안 메르스와 미세먼지, 구제역, 지진 등등의 사회 문제에서는 한 켠으로 비켜나있던 것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우리가 주역이라며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이다.

◆ 사회적 이슈에 무심했던 과학기술계 "이번엔 우리가 해결사"

그동안 사회적 이슈에 과학기술계가 나서는 일은 거의 없었다. 출연연 연구자들은 과제 중심의 연구에 익숙해지면서 당장 도움을 줄 수 없다는 인식에 사회 현안에 관심을 갖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과학기술이 추구하는 새로운 과학적 사실 발견과 인류의 삶의 질 개선에 어떤 기여를 했는가라는 질타와 투입되는 연구개발 예산에 비해 성과가 없다는 지적이 반복돼 왔다.

한국의 과학기술은 1973년 과학입국 명제아래 대덕연구단지가 출범하며 중화학, 전자, 화학, 통신 등 여러분야에서 큰 기여를 해 왔다. 덕분에 한국은 후진국에서 가장 빠른시간 안에 선진국 입구까지 오르며 많은 나라들이 부러워하는 국가로 성장했다. 하지만 연구개발 시간이 오래 걸리는 기초연구는 여전히 약한 편이다. 기술 축적도 부족하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전자산업  등 한국 기업들이 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지만 제품에 들어가는 소재와 부품 핵심 기술은 일본에 의지하는 상황이었다.

때문에 한국의 경제는 가마우지(가마우지 새의 목 아래 끈을 묶어둬서 새가 먹이를 잡으면 끈을 당겨 삼키지 못하도록 해 목에 걸린 물고기를 어부가 가지고 간다) 경제로 비유되기도 했다. 한국의 수출이 늘어도 이익은 결국 일본에게 돌아간다는 의미에서다.

이번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는 한국의 기술 개발 패턴에 경각심을 준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자국의 기술력을 갖추지 않고 해외에 의존할 경우 언제든지 위기가 반복될 수  있다는. 기초연구는 시간과 비용이 요구된다. 기술 축적도 필요하다. 현재 소재와 부품 강국은 미국, 일본, 독일 등 과학선진국이 차지하고 있다.

◆ 각분야 25개 출연연 집적지, 대덕의 기술력 제대로

대덕연구단지에는 이공계 출연연 25개중 19개가 위치해 있다. 소재, 반도체, 화학, 전자 등 각분야 이공계 박사급 인력만 해도 1만5000여명 이상이 집중된 곳이다. 이미 나온 성과들 중에 사업화 과정을 통해 기여할 부분도 논의해 볼 수 있다. 인프라, 인력, 연구 역량을 다 갖췄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정부와 대기업, 중소기업 관계자들이 대덕연구단지를 연이어 찾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꼭 짚고 넘어가야할 부분이 있다. 우리나라 연구개발 성과는 지나치게 성과 중심으로 흐르면서 시장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많았다. 관료는 관료대로 빠른 성과를 강요했고 그런 흐름에 익숙해진 연구자는 미래 동력 창출보다는 성과가 보장되는 쉬운 연구에 치중하는 분위기였다. 이런 흐름이 반복되면서 기술 축적과 선도적인 기술개발을 더디게 한 면도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같은 연구 패턴으로는 안된다는 의미다. 

또한 대덕단지내의 공동 대응도 필요하다.현재는 KAIST와 출연연이 각기 애로사항을 접수하고 해결방안을 찾고 있다. 초기 단계이기에 그렇다고 이해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수요자인 기업 입장에서는 창구 일원화 요구가 나온다. 어디에 이야기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연구계 입장에서도 정보를 공유하고,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는 것이 보다 효율적일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일을 계기로 대덕단지가 환골탈태할 필요가 있고, 구성원 모두에게 분명한 목표가 있다. 문제의 해결은 객관적 시선으로 바라볼 때 방향을 찾을 수 있다. 최진석 서강대 명예교수는 인간의 진화 방향은 주관성을 극복하고 객관성을 확보할 것인가의 방향으로 진화해 왔다고 말한다.

최 교수에 의하면 플라톤은 어떻게 억측(doxa)에 빠지지 않고 인식(episteme)에 도달할 것인가를 가장 중요한 주제 가운데 하나로 삼았다. 그는 "분명한 계승자 가운데 한 명이 데카르트이며, 그 계승의 최고봉은 칸트다. 데카르트 시기에 인간은 변화가 세계의 진상임을 받아들이고, 그 변화하는 세계의 법칙을 발견하는 데 집중했다"면서 "인식(episteme)이 중요한 이유는 거기에 도달하려는 노력이 정확한 인식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인간에게 세계와 관계하는 효율성을 증가시키고 영혼의 정화도 그 단계에서 가능해진다"고 설명한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대덕연구단지는 국가연구소 집적지로 연구개발을 위한 인력, 인프라 최적지다. 연구자들은 이미 과학기술로 산업 발전에 기여해본 경험을 갖고 있다. 무엇보다 과학기술 역량으로 한일간의 갈등을 해결하자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대덕연구단지의 역량을 제대로 보여 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셈이다. 이번 기회에 출연연 연구자로서 한국 과학기술의 저력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연구자의 자존감을 되살리며 대덕연구단지의 기술력으로 우리나라가 과학 선진국 반열에 우뚝 서고, 국민들에게도 자부심을 줄 수 있는 역할을 해내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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