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령화 대비 사이보그화·쓰레기도 자원화 등 미래 대비
전문가 의견 통해 순위, 최대 10년간 지원
日정부, '문 샷형 연구개발 제도 관련 회의' 개최

1987년 12월에 개봉해 최근까지 여러 시리즈물을 탄생시킨 영화 '로보캅'. 범인을 쫓다 사망한 경찰이 사이보그 인간으로 재탄생하면서 진행되는 스토리는 인류에게 신선한 충격과 함께  '언젠간 미래엔'이라는 상상을 하게 만들었다. 그 상상은 과학기술과 접목돼 마비된 다리의 재활을 돕거나 움직일 수 있는 로봇 등의 개발로 이어졌다. 

영화속 이야기로 그치지 않고 과학기술은 현재 진행형이다. 노화되고 부상당한 생체조직자체를 사이보그화 시켜 완벽한 재활을 꿈꾸는 프로젝트가 속도를 내도 있다. 일본의 '문 샷(moon shot)형 연구'다.
 
일본이 최근 노령화와 부상 등으로 불편해진 신체 일부를 건강하게 활용할 수 있는 '사이보그 기술'을 비롯해 지구상에 쓰레기를 모두 자원화 시키는 '쓰레기 폐절 기술' 등 25개 기술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일본경제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지난달 31일 '문 샷형 연구개발 제도 관련 회의'를 열고 25개 주제를 결정했다. '문 샷'이란 인류를 달에 보낸 미국의 아폴로 계획과 같이 대담한 발상에 근거하는 연구개발을 말한다. 사회를 변화시킬 정도의 임팩트가 있을 것으로 예상돼 이같이 이름 붙였다.
 
일본은 지난달 말 초안을 통해 ▲저출산 고령화 ▲환경 ▲과학과 기술을 통한 프런티어 개척 등 3가지 주제 설정과 함께 25개의 문샷 목표 후보를 내세웠다. 실현 목표 시기는 2015년에서 2040년, 2035~2060년까지다.
 

주요 문샷 목표 후보
1) 저출산 고령화를 역으로 이용
- 사이보그기술 확립 (2050년)
- 아바타를 통해 세계적으로 활동 (2040년)
- 농림수산업의 완전 자동화 (2040년)

2) 환경 보호와 발전의 양립
- 지구 상에서 쓰레기 제로 (2050년)
- 해외에 의존하지 않는 에너지 수급 제도 (2060년)
- 식품 로스 제로 사회 실현 (2050년)

3) 과학과 기술로 새로운 분야 개척
- 인공동면 기술 (2050년)
- 생명 현상을 디지털모델로서 재현 (2050년)
- 뇌 등의 모든 신경 회로망을 완전히 복제 (2050년)

일본 정부는 전문가 의견을 듣고 우선순위를 매긴 뒤 2019년 말 연구프로젝트 공모를 시작할 전망이다. 5년간 투자금액은 총 1000억 엔이며, 최대 10년까지 지원한다.
 
외신은 "GPS를 개발한 미국 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일본판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야심적인 과제를 통해 국내외 연구자들을 불러들이고 저출산 고령화 과제 해결과 신산업 창출 등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계획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 "저출산 고령화 해결과 신산업 두 마리 토끼 잡겠다"
 

일본 정부는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로봇기술을 도입하고, 고령화로 저하한 신체조직 재생을 위한 '생체조직 사이보그화 기술'을 2050년까지 개발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2040년까지 부족해지는 노동력을 대처하기 위해 현장의 무인화 자동화도 추진한다. 
 
'지구상의 모든 쓰레기를 없애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2050년까지 산업 생활 폐기물이나 배기가스 등을 자원으로 바꿔 오염된 환경 회복과 문명의 발전을 양립하는 기술을 확립한다. 더불어 바다에 버려진 플라스틱 쓰레기를 자동수거하는 시스템도 개발한다.
 
디지털화의 진화와 AI(인공지능)를 활용한 새로운 신산업분야 개척을 위해 2050년까지 노벨상급의 과학적 발견을 자동으로 다루는 AI 로봇 시스템 개발 포함시켰다.
 
이 외에도 동물의 동면구조를 밝혀 사람에게 응용해 장수 실현을 추진하는 인공동면기술도 2050년을 목표로 개발한다.
 
문 샷형 연구개발 제도는 히라이 타쿠야(平井卓也) 과학기술상을 중심으로 제도의 진행 방법이나 목표 후보 등 전문가 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전문가 회의에는 고바야시 요시미츠(小林喜光) 미쓰비시 케미컬 홀딩스 회장을 좌장으로 미디어 아티스트인 오치아이 요이치(落合陽一) 등이 참가하고 있다.

◆ 정부 주도 공격적 연구···우려도

일본 정부가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톱다운형 대규모 연구에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미국과 EU, 중국 등에 비해 예산규모가 크게 뒤쳐져 있다는 것이다. NSF(미국전국과학재단)는 10대 아이디어라고 부르는 사어블 통해 2018년 10월부터 약 3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투입하고 있고, EU는 2018년부터 3년간 27억 유로를 하이 리스크 연구에 투자 중이다. 중국은 중국제조 2025를 통해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외신은 "파괴적 이노베이션 창출을 위해 정부가 톱다운형 대규모 연구를 강화하는 것이 국제적 흐름이지만 일본의 문샷형 연구 지원은 다른나라에 비해 예산규모가 크게 뒤쳐져 있다"고 지적하면서 "일본의 과학기술 예산은 큰 증가를 기대할 수 없는 실정이다. 한정된 예산을 대형프로젝트보다 다양한 기초연구를 지원이나 신진연구자의 육성에 투자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더 크다"고 말했다.

문샷 연구의 성공을 위해 '규제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일본경제신문의 야노 토시히코 편집위원은 지난 10일 기고를 통해 "사회를 바꾸는 기술보급을 위해서는 (연구에 제약이 되는)규제를 없앨 필요가 있다"면서 "정부지원 국립대학 예산이 점점 줄어드는 상황에 1000억엔은 큰 투자액이지만 해외와 비교했을 때 아직 적은 상태다. 꼼꼼하게 예산을 따져비교해 과감하게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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