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현 픽사 테크니컬 아티스트, KAIST 찾아
기존 기술 활용해 예술 확장··· "과학·예술 경계 이미 허물어져"
'ICISTS KAIST' 15주년, 과학의 미학·표현 주제로 소통

"인공지능이요? 픽사 애니메이터와 비주얼 아티스트들도 디노이징(denoising)과 같은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미지 랜더링에 시간을 절약하고, 빠른 일처리를 지원합니다."

최근 국제대학생 컨퍼런스 'ICISTS KAISTS' 참가차 방한한 김정현 픽사 테크니컬 아티스트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설명했다.

김정현 아티스트는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이다. 드림웍스에서 9년, 픽사에서 3년을 보내며 아티스트 겸 엔지니어로 경력을 쌓았다. 애니메이션 카3, 토이스토리4, 인크레더블2 등에서 나온 의류 관련 장면이 그의 손을 거쳤다. 내년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는 애니메이션 '소울(soul)'의 테크니컬 아티스트로도 참여하고 있다. 

예술과 기술의 만남으로 컴퓨터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가 탄생했으며, 기술이 지속적으로 발전하며 예술적 표현력 증대와 창의적 스토리텔링이 가능해졌다. 예를 들어 장면속 먼지, 거미집을 표현하거나 잎의 모습을 보다 사실적으로 구현할 수도 있다. 복잡한 장면은 데이터 최적화와 인공지능 기술로 빠르게 처리할 수 있게 됐다.  

김정현 아티스트는 "픽사에서도 신기술들을 임직원들이 학습하며 활용을 모색하고 있다"면서 "내부의 대학에서 머신러닝을 비롯해 도예, 판화 등 과학과 예술 관련 수업을 들으면서 역량을 키우고, 실제 업무에도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 기술 발전으로 예술 표현력도 증가···창의적 스토리텔링 위한 기반 확보

김정현 픽사 테크니컬 아티스트.<사진=강민구 기자>
김정현 픽사 테크니컬 아티스트.<사진=강민구 기자>
김정현 아티스트에 의하면 이미 공학과 예술의 경계는 허물어진 상태다. 과학과 예술의 경계가 허물어지며, 과학기술의 접목으로 애니메이션 제작에도 보다 정교한 표현까지 가능해지고 있다.

이전에는 예술이 기술에 제한됐다. 이제 기술 발전에 따라 아티스트의 영감이 사라지지 않도록 지원하는 역할까지 한다. 기존에 5~6시간 걸리던 작업을 예술가와 공학자의 협업으로 분 단위로 단축시키는 것이다. 

협업을 장려하기 위해 픽사에는 유연하면서 다양성이 존중되는 문화가 사내에 확립돼 있다.

직원들도 아티스트와 엔지니어 배경 인력이 공존한다. 아티스트와 엔지니어는 서로 차이가 있고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분위기이다.

그러면서도 서로 소통하며 타협점을 찾으며 발전의 계기로 삼는다. 예술가의 영감이 사라지기 전에 공학기술로 구현하며 창의적 스토리가 나올 수 있도록 장려한다. 

회사 차원에서도 맥주파티, 초콜릿 시식회, 치료견 치료 등을 통해 긍정적 사내 문화를 조성하며 이들의 소통을 지원한다.

애니메이션 제작 과정에서도 매일 회의를 통해 20~30명의 전문가들이 모여 리뷰하는 과정을 거친다. 장면속 이야기 구성부터 바람세기, 옷의 움직임 등을 꼼꼼히 체크하며 피드백한다. 이를 통해 이야기 구성과 애니메이션 품질을 강화시키는 기회로 활용한다.  

김정현 아티스트는 "아티스트와 엔지니어 간 생각의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맞춰나가고 있다"면서 "상대방의 의도를 읽고, 원하는 근본을 파악해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아티스트는 "이른바 견습자(practitioner)로서 자신이 일하는 분야를 한정짓지 않고 다양한 분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면서 "자신의 일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면서도 주변의 피드백을 받으며 개선하는 오픈마인드가 중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ICISTS, 15회차 맞아···"다양한 배경 학생들과 교류하며 미래 리더로 성장"

한편, 올해 15회차를 맞은 ICISTS KAIST는 지난 29일부터 시작해 2일까지 KAIST 학내에서 열린다.   

올해 행사는 '과학의 미학: 표현(The Art of Science: Expression)'이 주제로 선정됐다. 과학 이미지를 보다 풍성하고 아름답게 그리는 표현들을 탐구하기 위해서다. 여러 매개체를 통해 과학을 쉽게 설명해주는 커뮤니케이터의 역할을 조명한다.

이광형 KAIST 교학부총장은 "학생들이 열정을 갖고 만드는 ICISTS KAIST의 15회차 행사를 축하한다"면서 "과학과 예술은 융합되고, 경계를 넘으면서 인류 문명 발전에 중심축을 담당하고 있으며, 참가자간 상호작용하며 새로운 통찰력을 얻는 시간을 갖길 희망한다"고 축사를 전했다.  

박기현 ICISTS KAIST 회장은 "과학기술과 사회를 접목해 논의하는 ICISTS KAIST가 15회차를 맞았다"면서 "다양한 배경의 학생들이 만나 교류하고, 영감을 받으며 미래 개척자이자 리더로 성장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기조강연에서 유재준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과학에서 호기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자연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의문을 갖고, 호기심을 갖는 것이 과학적 탐험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유 교수는 "과학은 자연과 마음 간 대화"라면서 "관찰, 측정, 실험, 이론, 모델, 가설 등을 통해 과학적 검증이 이뤄지고, 피드백하는 과정에서 호기심, 겸손함, 열린마음, 창조성, 회의론과 같은 과학하는 자세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Yixuan Zhou 중국하얼빈공업대 학생은 "ICISTS KAIST와 교류가 있어 이번 행사를 찾게 됐다"면서 "과학과 사회에 대해 대학생들이 모여 서로 소통하면서 영감을 얻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참가 소감을 전했다. 

올해 'ICISTS KAIST' 행사는 '과학의 미학: 표현(The Art of Science: Expression)'을 주제로 열렸다.<사진=강민구 기자>
올해 'ICISTS KAIST' 행사는 '과학의 미학: 표현(The Art of Science: Expression)'을 주제로 열렸다.<사진=강민구 기자>

KAIST 대학생들이 매년 만드는 이번 행사에는 해외에서도 학생들이 참여했다.<사진=강민구 기자>
KAIST 대학생들이 매년 만드는 이번 행사에는 해외에서도 학생들이 참여했다.<사진=강민구 기자>

박기현 ICISTS KAIST 회장이 환영사를 전하고 있다.<사진=강민구 기자>
박기현 ICISTS KAIST 회장이 환영사를 전하고 있다.<사진=강민구 기자>

유재준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가 기조강연에서 발표하고 있다.<사진=강민구 기자>
유재준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가 기조강연에서 발표하고 있다.<사진=강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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