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호 KAIST 교수·유석종 KISTI 박사팀 공동 연구
노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후천적 뇌 돌연변이가 질병과 연관된다는 사실 밝혀

알츠하이머병의 발병에 체성 유전변이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를 통해 기존 알츠하이머병 유전체 연구에 새로운 틀을 제시하고, 다른 신경퇴행성뇌질환 연구에도 활용될 전망이다.   

KAIST(총장 신성철)는 이정호 의과학대학원 교수, 유석종 KISTI 국가슈퍼컴퓨팅본부 박사 공동 연구팀이 노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후천적 뇌 돌연변이가 알츠하이머병의 새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이론을 제시했다고 16일 밝혔다. 

연구팀은 52명의 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게 얻은 사후 뇌 조직에서 전장 엑솜 유전체 서열(whole-exome sequencing) 데이터 분석으로 알츠하이머병에 존재하는 뇌 체성 유전변이를 찾아냈다. 이어 뇌 체성 돌연변이가 알츠하이머병의 중요 원인으로 알려진 신경섬유다발 형성을 비정상적으로 증가시킨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노인성 치매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알려진 알츠하이머병은 전 세계 GDP의 1%를 차지할 정도로 사회, 경제적 소모비용이 큰 질환이다. 하지만 알츠하이머병을 일으키는 분자 유전학적 원인은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고 있다.

기존 알츠하이머병 유전체 연구는 주로 환자의 말초조직인 혈액에서 전장유전체 연관분석(Genome-wide association study)을 하거나, 이미 가족력이 있는 환자에서 발견된 일부 유전자들에 대한 유전자 패널 분석으로 이뤄졌다. 

연구팀은 산발성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에게 내후각피질에서 신경섬유다발이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에 주목해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 조직에서 직접 엑솜 유전체 데이터를 생성해 알츠하이머병 뇌-특이적 체성 유전변이를 발굴했다.

연구팀은 알츠하이머병 환자와 정상인의 해마 형성체 부위를 레이저 현미 해부법으로 정밀하게 오려냈고, 저빈도의 체성 유전변이(Somatic mutation)를 정확하게 찾아내기 위해 대용량 고심도 엑솜 시퀀싱 데이터를 생성하고 저빈도 체성 유전변이 분석에 특화된 분석 파이프라인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 체성 유전변이가 실제 존재함을 체계적으로 규명하고, 체성 유전변이의 누적속도와 신경섬유다발 형성과의 관련성을 알아냈다. 

연구팀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KAIST 교원 창업 기업 소바젠(대표 김병태)을 통해 알츠하이머 질환의 진단과 치료제 개발에 나설 예정이다. 

유석종 KISTI 박사는 "연구팀이 구축한 저빈도 체성 유전변이 분석 파이프라인과 빅데이터 분석을 위한 슈퍼컴퓨팅 기술로 알츠하이머병의 새로운 발병 원리를 밝혀냈다"며 "타 유전체 기반 연구에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서경배 과학재단, 보건복지부, KISTI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신속한 유전체 빅데이터 분석을 위해 KISTI의 슈퍼컴퓨터 5호기 누리온 시스템이 활용됐다. 

연구에는 박준성 KAIST 박사와 이준학 KISTI 박사가 공동 1 저자로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에 지난 12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PIN1 유전자에 발생한 병원성 뇌 체성유전변이와 신경섬유다발 형성과의 관계 규명.<자료=KAIST 제공>
PIN1 유전자에 발생한 병원성 뇌 체성유전변이와 신경섬유다발 형성과의 관계 규명.<자료=KAIST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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