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6년 발족… 60여년간 반도체 소재 개발 올해 타네이치 사장 취임, 新경영체제로 '310억엔 설비 투자'

일본이 우리나라를 대상으로 3개 품목의 소재에 대해 규제를 시작했습니다. 수출의 약 20%를 차지하는 반도체 핵심소재를 수입하기 어려워지며 수출시장도 위기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한편에서는 일본의 수출규제를 전화위복으로 삼아 우리의 소재개발 기술력을 높이자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위기를 기회로 삼을 좋은 기회죠. 하지만 소재개발은 장기전입니다. 인내심을 갖고 연구개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상대를 제대로 알아야 전략을 짤 수 있습니다. 규제 대상인 3개 품목으로 반도체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기업들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포토 레지스트를 생산 판매하는 '도쿄오카공업' 'JSR', 불화수소를 생산 판매하는 '스텔라 케미파', '쇼와덴코', '모리타 화학 공업', 플루오린폴리이미드를 생산 판매하는 '가네카', '다이 킨 공업' 순입니다. (순서는 바뀔 수 있습니다.) <편집자 편지>

일본 정부가 지난 4일부터 ▲포토 레지스트(감광제)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플루오린폴리이미드 등 3개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를 시행했다. 모두 반도체 핵심소재들이다.
 
위 소재들은 일본이 세계 시장 점유율 70~90%를 차지하는 품목들이다. 중국, 대만, 러시아 등 다른 나라에서 대체 가능한 소재들을 수입하려는 움직임이 여러모로 펼쳐지고 있지만 쉽지않은 상황이다. 
 
레지스트의 경우 여러 종류가 있지만 이번 수출규제 대상이 된 포토 레지스트는 5nm 등 초미세화 공정 반도체 제조에 사용하는 EUV(극단 자외선)공정의 핵심소재다. 이 소재를 생산 판매하는 곳이 도쿄오카공업(東京應化工業, 이하 TOK)과 신에츠 화학공업, JSR 등이다.

박영준 서울대 명예교수에 따르면 반도체 선폭을 10nm 이하로 만드는 기술은 세계에서 2~3곳 밖에 없다. 이것이 가능하느냐에 따라 시장의 승패가 갈린다. 10nm 이하의 선폭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에 꼭 필요한 포토 레지스트가 공급되지 않으면 대당 2000억원에 해당하는 ASML의 EUV용 반도체 장비가 무용지물이 된다.
 
◆ 포토 레지스트 세계 시장 점유율 상위 '도쿄오카공업'
 

 

포토 레지스트 세계 시장 점유율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일본의 도쿄오카공업.1962년 일본에서 처음으로 포토 레지스트를 출시하는데 성공하면서 약 60년간 반도체 관련 소재연구를 하며 세계시장을 점유하고 있다.<사진=TOK 홈페이지>
포토 레지스트 세계 시장 점유율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일본의 도쿄오카공업.1962년 일본에서 처음으로 포토 레지스트를 출시하는데 성공하면서 약 60년간 반도체 관련 소재연구를 하며 세계시장을 점유하고 있다.<사진=TOK 홈페이지>
일본 가나가와현에 있는 TOK는 반도체나 액정 디스플레이 제조에 필요한 포토 레지스트 등 화약 약품 제조장치를 제공하는 회사다. 1673명(2018년 12월 기준)의 종업원을 둔 중견기업으로, 우리나라 기업들도 TOK를 통해 다양한 종류의 레지스트를 수입해 사용하고 있다.

반도체 최첨단 공정인 불화아르곤(ArF) 노광(리소그래피)용 포토 레지스트 점유율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와 함께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세정액이나 신나, 현상액 등 고순도 화학제품 등도 판매 중이다.
 
TOK가 처음부터 반도체를 겨냥한 소재를 판매한 것은 아니다. 1936년 도쿄 오우카 연구소로 발족한 TOK는 축전지에 사용되는 정제 수산화칼륨을 일본 자체 산업화 시키면서 이름을 알렸다. 이후 1955년 흑백 TV 형광제 접착제를 제조해 판매하다 1962년 일본에서 처음으로 포토 레지스트를 출시하는데 성공하면서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첨단소재들을 개발 판매하기 시작했다. 
 

 

TOK의 주력상품과 설비. 가운데있는 사진이 이번 수출규제품목인 포토 레지스트다.<사진=TOK 홈페이지>
TOK의 주력상품과 설비. 가운데있는 사진이 이번 수출규제품목인 포토 레지스트다.<사진=TOK 홈페이지>
주력제품은 포토 레지스트지만, 반도체 제조에서 축적된 기술을 활용해 액정 디스플레이 제조 분야에도 진출했다. 소형화가 진행되는 제품에 맞는 '반도체 패키지기술'과 MEMS (마이크로 전자 기계 시스템) 제조 분야,  웨이퍼에서의 미세화에 의존하지 않고 고집적화를 도모 하면서도 동시에 실장 면적을 줄일 수있는 '3차원 실장 분야의 제품도 다루고 있다.
 
매출의 70%가 해외시장에서 발생하는 만큼 세계 시장에 각 거점과 생산공장을 운영하며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안정적인 포토 레지스트 공급을 위해 2012년 9월 삼성전자와 함께 인천 연수구에 'TOK첨단재료주식회사(대표이사 장준)'를 합작 설립했다. ArF 액침 레지스트의 개발 및 생산 등이 여기서 이뤄진다.

TOK첨단재료주식회사는 한국기업과 유일하게 합작해 만든 회사로 대표이사도 한국인이다. 미국, 유럽, 대만 등에도 거점을 두고 있지만 TOK가 출자해 설립했기 때문에 일본인이 대표이사로 활동 중이다.
 
◆ 2019년 新경영체제 도입 '310억 엔 설비 투자'

TOK는 지난 1월 타네이치 노리아키(種市順昭)를 새로운 사장으로 임명했다. 1986년 일본 내 영업직으로 입사후 TOK간부를 지낸 그는 임기와 동시에 생산거점 지원확대와 설비투자를 확대키로 했다.

특히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10억엔을 설비에 투자하며 해외 생산거점 투자도 늘릴 계획이다. 그는 규제 사태가 일어나기 전 4월, 일본경제신문은 그와의 인터뷰를 게재했다. 보도에 따르면 그는 "일본 내에 개발과 생산거점이 제일 많이 분포돼있어 일본 설비투자비율이 제일 높겠지만, 아시아 지역 중에서는 한국에 크게 투자를 늘릴 것"이라며 "TOK첨단재료주식회사의 레지스트 생산 설비를 증강하고 EUV 레지스트 생산 대응도 해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새로운 목표와 3개년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영업이익 150억원 달성 ▲ 첨단 프로세스용 ArF / EUV 레지스트 2018년 대비 2021년 약 40% 성장 ▲초고속 차세대 통신규격 5G 실용화 등이다.
 

 

도쿄오카공업은 올해 신임사장을 맞았다. 그는 새로운 목표와 3개년 계획발표를 통해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10억엔을 설비에 투자할 계획을 밝혔다. <사진=TOK 홈페이지>
도쿄오카공업은 올해 신임사장을 맞았다. 그는 새로운 목표와 3개년 계획발표를 통해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10억엔을 설비에 투자할 계획을 밝혔다. <사진=TOK 홈페이지>
차기 신규사업으로 재생에너지에 중점을 두고 태양전지 관련 재료에 적극 투자 중이다. TOK는 이미 제품화된 Si 결정계 태양전지 패널 생산용 재료 외에도 반도체 재료에 실리콘을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에너지 변환효율이 뛰어난 CZTS 계 태양전지 소재 등을 개발해 사용자 평가를 받는 중이다. 희귀 금속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방법으로 태양전지 패널의 제조 비용 절감이 될 수 있는 소재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타네이치 사장이 일본경제신문과 인터뷰한 내용에 따르면 "신규사업 중 광학소재쪽에서 성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빛을 컨트롤하는 구조를 만들기 위한 가공재료와 임플란트 분야, 유기 EL의 고굴절률 재료 등 응용 전개를 도모할 것"이라며 "2015년부터 인수·합병 등 시장 조사 전담팀을 두고 있다. 새로운 혁신을 만들어낼 기업과 적극적으로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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