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부터 내달 2일까지 'ICISTS 2019' 개최···창업행사도 연계
방학 반납하고 매일 일심동체, 발로 뛰며 예산 절감
다채로운 국제 행사로 성공 기대 높아

호기심 많은 KAIST 학부생들이 모여 매년 국제 대학생 컨퍼런스를 개최한지 15년. 행사는 아시아 최대 규모 국제 대학생 컨퍼런스로 발전을 거듭했다. 학부생들만의 열정으로 과학기술이 사회와 조화를 이루는 방법을 고민하고 토론하는 행사를 매년 열면서 국내외 참가자들의 호응을 이끌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올해 유독(?) 어려움을 겪었다. 십수년전과 달리 학생들이 선호하는 행사가 바뀌었고, 단체 활동보다 인턴십, 해외파견 등의 개인활동을 선호하는 경향이 많아졌다. 설상가상으로 학교에서 받던 지원금이 큰 규모로 삭감되고, 행사장과 기숙사 예약에도 차질이 생겼다.

오랜 전통을 이어오던 단체에서 변화를 주도하기는 쉽지 않았을 터. 학생들은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을 반납한채 행사를 준비해 왔다. 후원사를 찾아 다니며 발품을 팔고, 주제는 대중과 접점을 이루도록 했다. 새로운 방식의 창업 페스티벌도 전격 도입하면서 어느때보다 풍성한 행사를 마련했다.  

11일 'ICISTS 2019' 행사를 준비하는 이들이 모여 진행상황을 공유하고 있다.<사진=강민구 기자>
11일 'ICISTS 2019' 행사를 준비하는 이들이 모여 진행상황을 공유하고 있다.<사진=강민구 기자>
◆방학 반납하고 행사 준비 매진···"협력하며 일하는 방식 배워"

11일 아침 KAIST 창의학습관 내 한 강의실. 학생들이 부서별로 돌아가면서 현재 진행상황을 공유한다. "항공권 가격을 최대한 아꼈다"면서 "국내 거주 외국인 연사자를 찾았다" 등 예산절감 방안을 발표하는 발표자의 모습에서 고심의 흔적이 묻어 나온다.

이어 분과별 회의도 진행된다. 각자 노트북을 펼쳐놓고 일을 하며, 이야기를 나눈다. 회의와 토론은 아침부터 시작해 저녁까지 지속된다. 

올해 단체에 참가한 학생들은 총 47명. 이들은 지난해 겨울방학에 이어 올해 여름방학을 반납한채 행사 막바지 준비에 매진하고 있다.

이정현 수리과학부 학생은 "여름방학을 포기하고 참가자들과 함께 행사를 만들어나가고 있다"면서 "참가자였다가 행사를 보다 풍성하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합류해 국제협력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우진 전기전자공학과 학생은 "사실 시간과 힘이 많이 드는 일"이라면서도 "어려움 속에서 남들과 힘을 합쳐 무엇인가 이뤄나간다는 점이 좋다"고 말했다. 

'ICISTS KAIST' 학생들의 회의 모습.<사진=강민구 기자>
'ICISTS KAIST' 학생들의 회의 모습.<사진=강민구 기자>
◆'ICISTS 2세대'로의 전환점···창업 페스티벌도 도입하며 변화 모색

"이대로면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회칙개정까지 하며 안좋았던 부분을 버렸습니다. 올해가 'ICISTS 2세대'로 전환점입니다."(박기현 ICISTS KAIST 회장)

"트렌드 변화에 따라 전통적인 컨퍼런스 방식에도 변화가 필요합니다. 학생 창업, 네트워크, 기술, 아이디어 등을 융합한 새로운 행사가 합쳐지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정다호 ICISTS KAIST 재정부장·그래피티 페스티벌 총괄)

ICISTS는 지난 2005년 시작돼 전 세계 20여개국, 60여개 대학 소속 학생 300여 명이 참여하는 국제 학술대회로 성장했다.

올해 ICISTS는 예산이 삭감되고, 기숙사와 행사장 활용이 어려워지면서 프로그램 시간표가 5번 이상 바뀌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15주년을 맞아 KAIST 서울 캠퍼스에서 개최하려던 기념 행사가 무산되고, 학내 캠프 개최로 대전 캠퍼스 내 행사장과 기숙사 활용도 어렵게 된 것이다. 

박기현 회장은 "올해초 학교 지원 예산 감소, 기숙사 활용문제, 서울 행사 개최 무산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면서도 "예산에 맞춰 행사를 변경하고, 후원을 받기 위해 보다 발품을 팔고, 행사 개최 방식에 변화를 주며 어려움 속에 행사를 차질없이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위기에 임원진 학생들도 협력했다. 회칙 개정에 모두 공감하고, 선배들에게 자문을 구하며 하나하나 변화를 추진했다. 정다호 재정부장은 "500군데가 넘는 곳에 메일을 보내고, 오프라인으로 기업들을 찾아다니며 후원을 요청했다"면서 "부딪히고 성장하며 소통법을 알게됐다"고 말했다. 

이러한 노력 끝에 준비한 행사는 오늘 29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KAIST 학내에서 'ICISTS 2019'와 '제1회 그래피티 스타트업 페스티벌'로 구분해 열린다.  

올해 행사는 '과학의 미학: 표현(The Art of Science: Expression)'이 주제로 선정됐다. 과학 이미지를 보다 풍성하고 아름답게 그리는 표현들을 탐구하기 위해서다. 여러 매개체를 통해 과학을 쉽게 설명해주는 커뮤니케이터의 역할을 조명한다.

행사에는 유재준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조재원 UNIST 도시환경공학부 교수의 기조연설을 비롯해 알바로 카시넬리(Alvaro Cassinelli) 홍콩대 교수, 김정현 픽사(PIXAR) 기술감독 등의 강연이 마련됐다. 

참가자들이 함께 토론하며 '과학 대중화'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시간도 갖는다. 200여명이 넘는 참가자가 6개조를 이뤄 팀워크를 다진다. 권명석 홍보부장은 "과학·공학도가 아니라 대중들의 눈높이에 맞춰 '과학대중화'라는 테마를 선택했다"면서 "페임랩처럼 연극 도구 등을 제공해 함께 표현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행사 마지막날에는 '제1회 그래피티 스타트업 페스티벌'도 열린다. 행사는 투자 게임, 토크 콘서트, 창업기업과 20대 구직자를 연결해주는 매치메이킹 등이 어우러졌다. 학부생들이 직접 창업 행사를 만들고, 창업가의 이야기를 전한다는 목표를 담았다.

투자 게임은 스타트업 대표들이 창업에 얽힌 자신들의 이야기를 무대에서 선보이면 참가자들이 미리 지급받은 게임 머니를 마음에 드는 기업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총 3라운드로 승부를 벌이며 투자를 많이 받은 순서대로 다음 라운드에 진출한다.

결승전 진출 시 50만 원이 지급되며 우승을 차지한 기업 대표에게는 100만원이 상금으로 수여된다. 20대 참가자들에게 자신이 창업한 스타트업을 알리고, 선배 창업가, 투자자(VC)와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진다. 투자 게임이 끝난 후에는 참가자들과 스타트업 대표들이 직접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도 마련됐다. 

정다호 재정부장은 "애초 핀란드의 슬러시(SLUSH)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하려 했으나, 글로벌 투자사 조언으로 보다 색다른 프로그램을 기획해 선보이게 됐다"면서 "학부생들이 직접 만든 행사에 참가하며, 도전정신과 창업가 마인드를 되새겨보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ICISTS KAIST'를 이끌고 있는 학생들.정다호 재정부장, 박기현 회장, 권명석 홍보부장(왼쪽부터 차례로)<사진=강민구 기자>
'ICISTS KAIST'를 이끌고 있는 학생들.정다호 재정부장, 박기현 회장, 권명석 홍보부장(왼쪽부터 차례로)<사진=강민구 기자>

'ICISTS 2019' 학생들의 단체사진.<사진=ICISTS 홈페이지>
'ICISTS 2019' 학생들의 단체사진.<사진=ICISTS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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