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과기연차대회서 '총장포럼' 열려
바텀업연구·평가제도 변화·대학강의 변화 등 의견

이공계출신 대학총장 7인이 '대한민국 미래 10년을 말하다'를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상단왼쪽부터 김기선 GIST 총장, 김우승 한양대 총장, 박형주 아주대 총장, 아래 왼쪽부터 신동렬 성균관대 총장, 오세정 서울대 총장, 전호환 부산대 총장, 정진택 고려대 총장) <사진=과총 제공>
이공계출신 대학총장 7인이 '대한민국 미래 10년을 말하다'를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상단왼쪽부터 김기선 GIST 총장, 김우승 한양대 총장, 박형주 아주대 총장, 아래 왼쪽부터 신동렬 성균관대 총장, 오세정 서울대 총장, 전호환 부산대 총장, 정진택 고려대 총장) <사진=과총 제공>
몇 년 사이 이공계 출신 총장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서울대, 고려대, 한양대 등 수도권 주요 대학에 최근 부임한 총장들은 모두 이공계다. 성균관대는 지난 1월 600년 역사상 첫 이공계열 총장을 임명했다.
 
AI와 4차 산업혁명 등장으로 과학기술이 중요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공계 총장들이 말하는 우리나라 미래 10년을 위한 방향은 어떻게 설정해야 할까. 7명의 총장이 '대한민국 미래 10년'을 위한 대학의 교육 방향과 움직임을 주제로 토론하는 자리를 가졌다.
 
4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회장 김명자)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19 대한민국과학기술연차대회'를 개최했다. 매년 마련했던 기조 강연 대신 이공계 총장들과 '대한민국 미래 10년을 말하다'를 주제로 청중과 교감하는 패널토론이 펼쳐졌다.
 
참석한 총장은 김기선 광주과학기술원(GIST) 총장, 김우승 한양대 총장, 박형주 아주대 총장, 신동렬 성균관대 총장, 오세정 서울대 총장, 전호환 부산대 총장, 정진택 고려대 총장 등 7인(이름순)이다.
 
이들은 과학기술계의 역할과 미래 과학기술교육과 인재를 키우는 방안, 연구 자율성과 산업기술혁명을 위한 규제 완화, 노벨상 수상 등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토론했다. 특히 우리나라 과학기술과 과학 인재육성,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기 위해 "유연함과 공감 능력, 인간을 생각하는 융복합이 중요"하다며 "일반적인 강의 전달 수업은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 내용을 Q&A로 정리한다. (총장 포럼과 행사 전반적인 내용은 과총 홈페이지 통해 시청 가능하다 https://youtu.be/AWMdOQ4gbGA)

한편, 행사를 축하해주기 위해 많은 과학기술계 선배들이 참석한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서면축사를 보내왔다.

​문 대통령은 "지금 대한민국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세계 각국이 첨단기술의 주도권과 신산업 선점을 둘러싸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이때, 국민들이 우리 과학기술인들에게 거는 기대와 신뢰는 그 어느 때보다 높다"면서 "정부는 늘 현장의 목소리를 귀담아들으며, 혁신을 향한 과학기술인의 모험을 든든히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과총이 주최한 '2019 대한민국과학기술연차대회'가 4일 코엑스에서 열렸다.<사진=과총 제공>
과총이 주최한 '2019 대한민국과학기술연차대회'가 4일 코엑스에서 열렸다.<사진=과총 제공>

 
Q. 현 대학의 교육은 좋은 편이 아니라는 평가도 있다. 무엇이 문제라고 보시며 융복합 인재를 키우는데 걸림돌은 무엇이고 어떤 해결방안이 있을까.
 
A. (김기선) 앞으로의 교육내용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키워드 하에 중요한 도구(AI 등)들을 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보수적이라고 알려진 의과대에서도 그런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하버드대에서는 이수해야하는 ICT 강의가 늘어나고 있다. 모든 학생이 졸업 전 AI 과목을 필수로 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올 정도다. 세상이 혁신적으로 변하고 있다. 새로운 도구와 내용을 배워야 한다.
 
또 하나는 이제는 지식이 많은 사람에서 적은 사람으로 흘러가는 교육은 끝났다는 거다. 인터넷에 이미 다양한 지식이 있다. 인터넷이 교육 도구가 되고 선생님은 가이드를 하는 거다. 학습 내용에 따라 여러 방법론이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방법들이 융합돼야 한다.
 
A. (김우승) 기업이 대학에 프로젝트를 주는 등 산업계도 적극적으로 교육에 참여해주길 바란다. 아마존, 보잉 등 이런 회사들은 대학에 5만5000달러 정도를 준다. 거기서 나오는 프로젝트가 다 좋을 순 없지만 일단 투자하고 좋은 기술이 나오면 회사에 전달한다. 대학교수들도 이런 프로젝트를 통해 연봉을 받으니 엄청나게 뛰어다닌다. 대학에 요구하지 말고 산업체도 적극적으로 참여해달라.
 
A. (신동렬) 4차 산업혁명에 들어오면서 창의성, 도전, 문제해결, 인간과 사회 등 고려할 것이 많아졌다. 이런 것들을 단순히 한 과목으로 배우기 어렵다. 여전히 대학은 교수, 강의 중심이다. 교수 중심->학생 중심으로, 강의 중심->학습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렇게 패러다임이 바뀌지 않으면 미래 주역을 키워낼 수 없다.
 
A. (오세정) 고등교육처럼 문제의 정답을 찾는게 아닌, 주입식 교육이 아닌 다르게 생각하고 비판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줘야 한다. 대학이 학생에게도 신경을 써야 한다. 학생에게 부족한 소양이 뭔지 이야기하고 학생을 지도해 전인적 소양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A. (전호환) 사업단 공모한다고 하면 모든 대학이 다 응모한다. 우리는 모두 서울대가 될 수 없다. 대학이 체계적으로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 교육, 연구, 교양 중심 등으로 말이다. 앞으로 인구도 줄어들 것이다. 대학의 역할론을 정부가 가지면서 정책과 제정분배를 해야 살아남을 것이다.

Q. 과학기술 선진모델로 가기 위해서는 시민참여 독려가 중요하다. 시민참여를 통한 과학기술 발전 모델을 구현할 수 있을까.
 
A. (정진택) 선진국은 시민이 과학기술 분야나 새로운 기술제품개발 참여가 보편화해있다. 우리나라도 그런 연구가 많이 되어가고 있는 듯하다. 과학기술은 앞으로 당면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목적이자 목표가 돼야한다. 그런 부분에 시민의 관심이 무엇인지 잘 보고 반영을 해야 한다고 본다.
 
A. (오세정) 세상이 다양화되고 있다. 다양한 의견이 듣는게 필요한데 아직 과학 행정이나 예산, 문화는 정부가 끌고 가는 게 많은 것 같다. 미국에서 놀란게 몇 가지 있다. 정부가 과학자들에게 할 수 있냐 물었을 때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정부에게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우리는 다양성에 한계를 갖고 있다. 다양성을 가져야 과학기술계가 국민과 함께하고 시민사회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정부 주도에 익숙해지긴 했지만, 민간과 다양성을 주도하고 존중하는 문화가 생겨야 할 것이다.
 
Q. 추격 성장의 눈부신 성장이 다시는 안 올 거라 한다. 신성장 동력의 창출이 그리 쉬운 것도 아니라 어려운 시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파괴적 혁신을 요구받고 있다. 연구개발 자율성과 창의성 재고하면서 동시에 신기술기반의 산업기술 혁명을 이룩하기엔 너무 많은 규제가 있다. 규제 합리화와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A.(김기선) 000은 안 된다는 규제가 아닌, 이거 빼고 다 해도 된다는 규제 만드는 게 중요한 것 같다. 4차 산업혁명시대는 내일이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그런데 정부 주도 탑다운은 좋지 않은 것 같다. 정부가 포괄적인 자율성을 교육기관과 연구기관에 맡기고 결과보다는 과정, 연구의 진실성을 봐주길 바란다.
 
Q. 최근 봉준호 감독이 칸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고, 김연아와 손흥민, BTS 등 문화 체육 예술에서 우리나라가 세계 최정상에 올랐다. 반면 과학계는 지난 50년간 눈부신 성장을 하기도 했지만, 노벨상은 아직 없는 상태. 언제 나올까.

A. (오세정) 남하고 다르게 생각하는 풍토가 생기면 우리나라도 줄줄이 노벨상이 나올 거라고 본다. 지금은 평가가 네이처에 논문을 내야 하는 식이다 보니 새로운 필드보다 남이 한 필드에서 조금 더 성과를 내는게 이득이다. 노벨상은 처음 그 분야를 시작한 사람들에게 주지 않는가. 남이 안가는 길을 가보고 시도해도 인정해주는 풍토가 있다면 노벨상이 나올 것이다.
 
A. (박형주) 노벨과학상 수상 분석 자료를 보면 메인스트림인 경우가 많다. 거대한 난제를 잡아야 받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난제는 성공 가능성이 희박해 실패 가능성이 크다. 연구평가에 대한 다른 잣대가 필요하다. 고위험 연구를 젊은 연구자들이 할 수 있는 토양이 만들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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