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S, 자기공명영상으로 원자 스핀 자기장 시각화

교신저자 안드레아스 하인리히(Andreas Heinrich) 양자나노과학 연구단장(좌)과 제1저자 필립 윌케(Philip Willke) 양자나노과학 연구단 연구위원(우). <사진=IBS 제공>
교신저자 안드레아스 하인리히(Andreas Heinrich) 양자나노과학 연구단장(좌)과 제1저자 필립 윌케(Philip Willke) 양자나노과학 연구단 연구위원(우). <사진=IBS 제공>
원자 한 개를 관찰할 수 있는 자기공명영상(MRI) 기술이 개발됐다. 지금까지 MRI는 분자 단위로 측정할 수 있었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분자를 이루는 원자까지 측정 가능해졌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정밀도가 한층 높아질 수 있을 전망이다. 

IBS(기초과학연구원·원장 김두철)는 안드레아스 하인리히(Andreas Heinrich) 양자나노과학 연구단과 미국 IBM이 공동 연구를 진행한 결과 기존의 분자 수준 MRI보다 100배 이상 해상도를 높인 기술을 개발했다고 2일 밝혔다. 

MRI는 병원에서 병을 진단할 때 쓰인다. 자기장이 발생하는 커다란 자석 통 안에 인체가 들어가면 고주파가 발생한다. 이때 고주파는 신체 부위에 있는 수소원자핵을 공명시키고, 각 조직에서 나오는 전자기파를 측정해 영상을 얻는다. 

MRI 기기 촬영에는 보통 수억 개 원자 스핀이 필요하다. 원자 스핀은 한 방향으로 정렬하면 자성을 띠어 모든 입자가 갖는 '자석의 씨앗'으로 비유되기도 한다. 지금까지 MRI는 분자 수준까지 측정할 수 있는 연구가 이뤄졌으나 해상도가 나노미터 수준에 그쳐 개별 원자를 또렷이 보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사람이 직접 식별할 수 없는 수준의 자성 현상을 갖는 물질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개별 원자 스핀 시각화가 필요하다. 눈으로 볼 수 있어야 나노 구조물을 정확하게 만들 수 있어서다. 

연구진은 '주사터널링현미경'(STM)에서 해결책을 찾았다. 주사터널링현미경은 아주 뾰족한 금속 탐침을 시료 표면에 가깝게 스캔해, 탐침과 시료 사이에 흐르는 전류로 표면 원자를 보는 장비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탐침 끝에 원자 여러 개를 묶은 스핀 클러스터를 부착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연구진은 스핀 클러스터가 안정적인 탐침 원자와 달리 자기장을 띠어 시료 원자의 스핀과 자기적인 상호작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또 초고진공, 극저온 조건을 적용해 탐침이 시료 표면에 더욱 가까이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이후 시료 원자 주변으로 탐침의 스핀 클러스터를 움직이며 원자 한 개를 시각화하기 위해 실험을 거듭했다. 

연구 결과 연구진은 표면 위 원자 하나와 스핀 클러스터 사이의 자기적 공명을 읽는 데 성공했다. 원자 한 개와 자기적 공명 에너지를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기존 분자 수준 MRI보다 100배 높은 해상도로 원자 하나를 또렷하게 촬영할 수 있게 됐다.

안드레아스 하인리히 연구단장은 "병원에서 MRI로 사진을 먼저 찍어야 진단과 치료를 할 수 있듯, 물리적 시스템도 정확히 분석해야 변형과 응용이 가능하다"며 "이번 연구로 원자들의 성질을 스핀 구조라는 새로운 측면에서 확인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된 기술을 사용해 단백질이나 양자시스템처럼 복잡한 구조 속 원자를 스핀 상태들을 시각화할 계획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피직스'(Nature Physics)에 7월 2일 오전 0시에 게재됐다.

원자를 관측할 수 있는 MRI 실험도. <사진=IBS 제공>
원자를 관측할 수 있는 MRI 실험도. <사진=I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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