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 마틴 KAIST 인문사회학부 교수, 대전시립미술관 초청대담
한국형 SF 영화에 대한 주목 "과학자 많은 대전에 실마리 있다"

마틴 교수는 한국영화가 해외관객들에게 소구되기 위해 다른 이미지로 포장되기도 했음을 밝혔다. <사진=윤병철 기자>
마틴 교수는 한국영화가 해외관객들에게 소구되기 위해 다른 이미지로 포장되기도 했음을 밝혔다. <사진=윤병철 기자>
"한국 SF가 할리우드 아류작이란 인식을 넘으려면 과학자의 일상 소재로 방탄처럼 친근하게 다가가야죠"

다니엘 마틴 KAIST 인문사회학부 부교수는 28일 대전시립미술관(선승혜 관장)에서 열린 '영화와 미술, 기생충에서 어벤져스까지'란 주제 대담에서 이같이 밝혔다. 

90년대부터 한국영화를 연구해 온 영국 출신의 마틴 교수는 "한국영화는 2000년대 후반까지 해외에 소개될 때 새로운 포스터로 변형됐다"고 말했다. 남북한 첩보요원의 애증을 다룬 '쉬리'가 여전사 액션물로, 순수한 인간성을 다룬 코미디 '웰컴투동막골'이 '배틀그라운드 6.25'란 제목과 이미지로 영국에 소개됐다.   

이런 이유에 대해 그는 "당시 한국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선입견을 가진 서구권에 소개되려면 동족전쟁 같은 강한 이슈나 충격적인 폭력과 성적인 측면이 부각될 수밖에 없었다"며 "현재는 오리지널 제목과 이미지 그대로 소개될 정도로 한국이 많이 알려졌고, 칸 영화제 수상작 '기생충'은 인류보편적인 이미지텔링의 성취도 이뤘다"고 설명했다.

해외에 그대로 소개돼도 통할만큼 반열에 오른 한국영화지만 유독 SF 장르가 빈약한 이유에 대해 그는 "한국 관객은 국가와 민족적인 역사에 강한 관심을 갖는 경향이 있는데 반해 국산 SF에 대해선 할리우드의 아류작이란 인식이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실제로 '괴물' 외엔 국산 SF 영화 흥행작이 드물다. 2013년 본격 타임슬립을 다룬 '열한시'는 87만명 관객에 그쳤다.

마틴 교수는 SF가 주류가 된 할리우드영화의 배경을 설명했다. 세계대전이 휩쓸고 간 50년대는 무기와 기계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고, 아폴로 우주선을 쏜 60~70년대는 과학과 우주에 대한 기대감이 있어 영화가 이를 반영했다는 것이다.

그는 "SF는 미래를 알고싶은 대중 심리를 투영하고 나아갈 전망을 끌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분석했다.

한 관객은 "성간 여행을 다룬 인터스텔라를 보고 자녀가 미래에 대한 호기심과 인간에 대한 경외감을 갖고 과학자의 꿈을 키우고 있다. 한국 관객도 SF를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2014년 개봉한 인터스텔라는 노벨상 수상자인 킵 손이 자문했고 국내서 천만관객을 달성했다. 

마틴 교수는 "한국서 만들 SF는 할리우드같이 거창한 스케일보다 일상의 삶에서 시작해야 한다. 생소함을 넘어선 친근함으로 세계인에 다가선 방탄소년단을 본받을 필요가 있다"며 "과학도시인 대전에 그 실마리가 있다"고 지목했다. 

이어 "굿즈 등 다양한 부가사업이 전개되는 할리우드 SF처럼, 한국도 멀티미디어 산업 측면에서 SF를 기획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마틴 교수는 한국영화 전공자로 2012년부터 KAIST에서 인문사회학의 수단으로 영화 리터러시를 교육해왔다. 그는 사이언스픽션(SF) 애호가로 지난해 세미나 '스타트랙의 발견'을 열었다.

한편 대전시립미술관은 매월 미술과 관련된 융합 초청대담을 지속 개최할 예정이다.

SF 애호가 다니엘 마틴 KAIST 교수 <사진=윤병철 기자>
SF 애호가 다니엘 마틴 KAIST 교수 <사진=윤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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