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련해독탕과 보중익기탕은 동의보감에도 나왔다. 황련해독탕은 급성 염증, 패혈증, 급성 폐렴, 고혈압 등에 처방됐고, 보중익기탕은 결핵성 질병을 비롯한 만성 소모성 질병, 기혈 부족, 만성 피로 등을 치료할 때 쓰였다. 이후 치매 질환에도 효능을 보여 활용됐다.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치매센터가 발표한 2018 치매 현황에 따르면 국내 65세 이상 치매 환자는 70만 5437명으로 추정된다. 치매 치료제 개발이 시급하나 근본적 치료제가 없는 실정에서 한약제제가 치매 치료와 증상 완화에 해법으로 떠올랐다. 

한의학에서 치매 치료는 허와 실을 가려 이뤄진다. 허증 치매는 주로 뇌의 노화로 인해 발생하는 경향이 많고, 실증 치매는 몸 안의 '담음'(기의 흐름이 순조롭지 못해 생긴 일종의 수독)으로 인해 발생하는 경향이 많다. 

정수진 박사 연구팀은 한약제제의 치매 치료 효능을 과학적으로 입증하고자 동물실험을 했다. 먼저 연구팀은 베타 아밀로이드 응집체를 마우스 뇌에 주입해 알츠하이머 치매를 유도했다. 그 후 보중익기탕을 투여한 실험군과 그렇지 않은 대조군을 비교했다. 

실험 결과 실험군이 대조군보다 공간인지능력이 향상됨을 확인했다. Y-미로시험에서 보중익기탕을 투여한 실험군은 행동 비율이 약 37%까지 향상됐다. 또 어두운 곳으로 이동하려는 습성에도 전기충격이 가해지는 공간임을 기억해 해당 공간으로 이동하지 않는 행동 지연 시간을 측정하는 시험도 진행했다. 대조군이 머뭇거린 시간은 12초였지만, 실험군이 공간을 인지해 행동을 지연한 시간은 220초까지 늘어났다. 

황련해독탕 효능을 분석하기 위해 연구팀은 마우스에 양측 경동맥 결찰로 혈관성 치매를 유도했다. 그 후 이어진 Y-미로시험에서 황련해독탕 추출물을 투여한 실험군은 대조군보다 행동 비율이 20% 향상됐다. 물건을 식별하는 실험에서도 효능을 보였다. 또 황련해독탕을 투여한 마우스 뇌 조직에서 미세아교세포 활성이 억제되는 등 염증 저해 효능도 확인했다. 

정수진 박사는 "이번 연구는 치매 유형별 치료에서 한의학적 변증에 기반한 한약 처방의 효능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것"이라며 "향후 변증 처방의 약리기전 연구를 보강하고 충분한 임상시험을 거치면서 알츠하이머성 치매와 혈관성 치매에 대한 한의학 치료 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종열 원장은 "치매는 근본적인 치료 방법이 없어 치료제 개발이 시급한 질환"이라며 "이번 연구 결과는 치매에 대한 한의약 치료의 가능성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것이며 후속 연구를 통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로 이어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한의학연 기관고유사업과 보건복지부 한의약 선도기술개발사업 지원을 통해 수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뉴트리언츠(Nutrients) 및 몰레큘스(Molecules)에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