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핵융합연, 플라즈마기술연구센터 사업 속도
"종자 발아와 생육 촉진, 미생물 제거와 병 저항성 증진으로 안전한 먹거리"

국가핵융합연구소 플라즈마기술연구센터는 플라즈마 파밍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플라즈마 수처리된 종자(오른쪽)와 대조군의 발아 후 성장 차이가 나타났다.<사진= 길애경 기자>
국가핵융합연구소 플라즈마기술연구센터는 플라즈마 파밍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플라즈마 수처리된 종자(오른쪽)와 대조군의 발아 후 성장 차이가 나타났다.<사진= 길애경 기자>
#1 용기에 씨앗을 올리고 뚜껑을 덮자 플라즈마 장치가 가동되면서 아래쪽 물에서 기포가 일었다. 뚜껑 위 유리의 작은 격자 무늬마다 보라빛 불이 반짝인다. 종자를 심기전 플라즈마 수처리를 하는 과정이다. .

#2 감자와 당근 저장고. 뿌리식물의 취약점인 곰팡이 살균을 위해 플라즈마 처리 기체를 저장고에 넣어주었다. 일반 저장고의 감자와 당근은 한달이 안돼 곰팡이가 번지며 시들어가는 반면, 플라즈마 처리 기체를 주입한 저장고의 감자와 당근은 여전히 싱싱한 상태다.

'번개가 잦으면 풍년이 든다.' 날씨와 관련된 속담이다. 번개는 구름 사이에서 일어나는 전기의 공중방전 현상인데 공중의 질산과 아질산 가스가 비와 함께 떨어져 벼의 성장을 돕는다. 번개와 풍년은 전혀 근거없는 이야기가 아닌 셈이다. 과학기술로 번개를 생성해 농작물에 적용하면 어떨까.

13일 전라북도 군산시에 위치한 국가핵융합연구소 플라즈마기술연구센터(이하 플라즈마센터)를 찾았다. 플라즈마센터는 플라즈마와 농식품 기술을 접목, '플라즈마 파밍(Plasma Farming)' 실현을 위해 연구개발에 매진 중이다. 인류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는데 기여한다는 자부심으로 2014년부터 국내 대학, 연구기관과 같이 융합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물질의 4번째 상태로 알려진 플라즈마는 우주의 99%를 채우고 있다. 특성은 전기전도도가 매우 높고, 전기장과 자기장에 반응한다. 또 플라즈마에 부가적인 힘이 가해지면 물결파처럼 번지는 파동 특성도 갖고 있다. 플라즈마의 종류는 태양이나 오로라 같은 지구 대기원 밖의 우주 플라즈마, 공장이나 실험실에서 쓰이는 산업 플라즈마(저온, 열플라즈마),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는 초고온 플라즈마로 구분된다.

산업 플라즈마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환경, 에너지 등 첨단 산업분야에 활발하게 활용되며 적용 분야가 확대되는 추세다. 최근에는 의료와 농식품 등 바이오 분야에서 융합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플라즈마센터의 플라즈마 파밍 사업은 생산, 저장유통, 식품안전, 고부가가치 바이오 소재, 농식품 폐기물 처리, 플라즈마 파밍 플랫폼 등 6개 분야로 나눠 기초연구와 핵심요소 기술 개발을 진행 중이다. 플라즈마 기술은 미생물 증진을 가능케하는 활성 기능과 미생물 살균, 농산물 숙성 억제 등 비활성 기능을 모두 가지고 있어 미래 농식품 산업의 혁신 기술로 기대된다.

이날 처음 방문한 곳은 플라즈마 수 처리 종자 실험실. 플라즈마 적용으로 종자의 발아와 생육을 돕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플라즈마 수처리 된 종자는 볍씨의 경우 일반 씨앗보다 20%이상 발아율이 높다. 씨앗을 뿌리고 10일 후에는 플라즈마 수처리를 하지 않은 씨앗보다 거의 배정도 성장이 빨랐다.

플라즈마 파밍 프로젝트 책임자인 김성봉 혁신기술연구부장은 "플라즈마 수로 세척한 씨앗이 잎과 뿌리가 더 크고 튼튼하게 자라고 있다"면서 실험 중인 씨앗 싹을 들어 보였다.

다음은 버블 플라즈마 실험실. 투명한 용기에 빨강, 노랑, 초록의 파프리카가 담겨 있고 전원을 넣자 용기 아래의 물에서 큰 거품이 일었다. 물과 거품이 위로 올라오며 파프리카의 표면을 씻어준다. 버블 플라즈마를 활용하면 야채나 과일의 살균 효과가 높다. 내년께 상용화 할 예정이다.

플라즈마 처리된 기체를 활용하는 연구도 활발하다. 음식점에서 볼 수 있는 두개의 음료 저장 냉장고안에 고구마와 양파, 당근이 담긴 투명한 플라스틱 용기가 각각 들어 있다. 3개월정도 지난 상태로 일반 플라스틱 통의 고구마와 당근은 이미 표면이 쭈글꾸글 말라있고 곰팡이도 피었다.

반면 플라즈마 처리 기체가 들어가는 플라스틱 통안의 감자와 당근은 여전히 싱싱하게 보인다. 플라즈마 처리 여부에 따라 저장 가능 기간이 크게 차이 나는 것. 숙성도를 결정하는 에틸렌 가스 존재 차이 때문이다.

김 부장은 "뿌리 식물은 곰팡이에 약한데 플라즈마로 미생물을 살균해 곰팡이가 생기지 않는다"면서 "또 과일과 야채는 숙성호르몬인 에틸렌 가스를 갖고 있어 부패하는데 플라즈마 처리 기체를 저장고에 넣어서 에틸렌 가스를 제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축산물 살균, 플라즈마 장치 연구도 이뤄지고 있다. 플라즈마 발생 순간을 영상으로 촬영하면 에너지 방향을 할 수 있어 보다 정교한 플라즈마 장치 개발이 가능하다. 플라즈마 촬영은 방송의 스포츠 영상보다 1만배 정도 빠른 속도로 찍어야 한다.

플라즈마센터는 농생명 산업에 특화된 전북 군산 새만금에 위치해 지역 연구기관들과 협력하며, 플라즈마기술 기반 스마트 저장 시스템 개발과 실증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유해 미생물 살균, 숙성억제 기술은 신선한 농 축수 식품의 저장성을 향상시키를 수 있는 토탈 솔루션으로 기대된다. 비가열 식품에 적용할 수 있는 플라즈마 기술 개발을 위한 공동연구도 활발하다.
  
김 부장은 "플라즈마기술을 농식품 전주기에 적용해 고생산성, 친환경의 농축수산업을 구현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안전한 식품을 제공하면서 플라즈마 농식품 융합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면서 "이를 통해 미래 신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플라즈마 기술 기반 스마트 팜, 스마트 축사도 개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역량 있는 중소기업과 벤처, 다양한 연구기관과 협력해 플라즈마 파밍 생태계를 성공적으로 조성하겠다"면서 "미래 인류의 먹거리 문제 해결에 기여하고 농식품 강국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플라즈마센터는 지난 5월 초 복합연구도 준공을 통해 연구시설과 인프라를 확충, 플라즈마 파밍 사업을 한단계 도약할 수 있는 안정적 연구환경을 마련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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