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연, 머리카락 두께 1/10 크기의 미세 수중로봇 성공
화학반응으로 유영·원격 이동제어…방사성폐수 정화 60배 빨라

국내 연구진이 친환경적으로 방사성세슘을 제거하는 미세 수중로봇 개발에 성공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장 박원석)은 박찬우 해체기술연구부 박사팀이 원격제어로 방사성폐수 속을 헤엄치며 세슘을 감지·제거하는 화학적 미세 수중로봇을 최초로 개발했다고 19일 밝혔다.

방사성 세슘 제거를 위한 화학적 미세 수중로봇 개념도 <사진=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방사성 세슘 제거를 위한 화학적 미세 수중로봇 개념도 <사진=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방사성폐수는 원자력 시설 운영·사고 등 다양한 상황에서 발생된다. 폐수에 포함된 다양한 핵종 중 세슘은 물에 잘 녹아 외부 유출 가능성이 높은 반면 제거가 까다롭다. 또한 고에너지의 감마선을 방출해, 인체와 환경에 유출될 시 장기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같이 세슘은 방사성폐수 정화과정에서 중요한 핵종이다. 기존의 세슘 제거는 수동형 흡착제를 이용해, 작업자의 피폭을 예방하기 위한 까다로운 준비가 필요했다. 또한 사용한 흡착제와 설비 자체가 2차 폐기물로 남는 한계가 있었다.

이번에 원자력연이 개발한 화학적 미세 수중로봇은 머리카락 두께의 10분의 1인 약 7μm(마이크로미터) 크기로, 육안으로는 파우더처럼 보인다. 기본 몸체는 세슘을 흡착하는 페로시안화구리(copper ferrocyanide)를 입힌 이산화규소 마이크로 입자로 구성됐으며, 입자 한 쪽 면에 백금 촉매와 니켈을 코팅해 운동 능력을 갖췄다.

입자에 코팅 된 백금 촉매는 과산화수소와 반응하면 산소 방울이 생긴다. 방사성폐수에 미세 로봇과 과산화수소를 함께 넣어 산소 방울을 추진력으로 움직인다. 또한 니켈은 자성을 띠어 외부에서 자기장으로 로봇의 이동을 제어할 수 있도록 했다.

기포를 발생하며 이동하는 화학적 미세 수중로봇 <사진=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기포를 발생하며 이동하는 화학적 미세 수중로봇 <사진=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화학적 미세 수중로봇은 기존의 움직이지 않는 수동형 흡착제에 비해 세슘 제거 속도가 60배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폐수 속에 세슘과 비슷한 특성의 경쟁 이온이 존재해도 98% 이상의 세슘을 성공적으로 제거해. 폐수 정화에 소요되는 시간을 크게 단축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자기장을 이용해 외부에서 원격으로 제어하기 때문에 방사선 노출을 최소화하며, 세슘 포획 후 미세 로봇만 회수해 방사성폐기물로 분리·처분할 수 있어 효율적이다.

연구를 주도한 박찬우 원자력연 박사는 "미세 수중로봇은 방사성폐수 처리에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올 수 있을 뿐 아니라 수계환경 정화, 산업폐수 정화 등에도 활용할 수 있다"라고 하며 "보다 친환경적인 추진체를 개발하고 원격제어기술을 보완해 2023년 상용화를 목표로 연구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원석 원자력연 원장은 "원자력연구원은 원자력 안전을 위한 다양한 기술을 준비하고 있다"라고 하며 "앞으로도 국가 현안 해결을 지원하기 위한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미래원자력연구센터 사업으로 수행됐으며, 연구결과는 환경분야 학술지 '유해 물질 저널(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 5월 호에 게재됐다. 지난 5월 27일에는 관련 특허 등록을 완료했다.

연구를 주도한 박찬우 원자력연 박사가 미세수중로봇을 현미경으로 확인하고 있다 <사진=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연구를 주도한 박찬우 원자력연 박사가 미세수중로봇을 현미경으로 확인하고 있다 <사진=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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