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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통사] 日 법무시스템연구소 운영 철학

글: 이순석 ETRI 박사

162차 새통사 모임은 일본 이야기입니다. 일본법무시스템연구소(Japan Legal System Institute, JLSI)인 벤처 'Legal Tech'를 이끌고 있는 Kei HORIGUCHI 대표님을 모시고, 일본의 legal tech의 현황과 JLSI가 추구하는 AI기반의 법무지원서비스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번 자리는 일본에서 공부하고 KAIST 산업공학과에서 석사과정을 마친후 JLSI에 있는 홍유진(Eugene Inseop Hong) 님의 연결로 이뤄졌습니다.

두분은 새통사 강연을 위해 자비를 털어 한국을 방문해주셨다고 합니다. 도전정신을 강조한 강연 내용과 함께 두 분의 모습에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Kei HORIGUCHI 대표님은 약관이지만 일본에서는 유명인사로 이미 잘 알려져 있습니다. 2013년 도쿄대 법학과를 입학해 2015년 3학년때 사법고시에 합격하며 '일본 국가시험 최연소 합격자'라는 타이틀이 따라다니는 분이십니다.

일본에서 도쿄대 법학과는 우리나라의 서울대 법학과 못지않게 의미가 큰 분위기를 감안하면, 도쿄대 법학과 출신에 최연소 사법고시 합격자라는 칭호는 남다른 가치를 갖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학4학년에 사법수습과 함께 졸업을 하자마자 White & Case LLP 라는 미국계 로펌에 합류했습니다. 그러나 실제 변호사 업무를 경험을 하며, 변호사들이 문서화 작업에 많은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는 것을 체험합니다. 변호사들이 보다 창조적인 일을, 본질에 가까운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하겠다는 생각에 지난해 4월부터 JLSI라는 회사를 창업했습니다.

5개월 후에 인공지능 기반의 법무문서작성지원서비스인 Commons Pal 서비스를 런칭했고요. 지금은 일반인들까지 서비스를 확장했습니다. 동시에 법조인들과 로펌의 생산성과 효율성 제고를 목표로 'Lawque' 서비스(https://lawque.com)로 확대·개편 했습니다.

사회 규모가 확대되고 복잡성이 증가하지만 저출산 고령화로 법조인의 숫자가 줄어드는 시대적 상황에서 legal tech의 사업 방향은 전망이 밝아 보입니다. 4만여개 법률사무소 고객을 넘어 일반 시민들에게까지 서비스를 확대하며 도전해 나가고 있습니다.
 
◆ 法理라는 도메인지식

IT 기술을 아무리 많이 알고 있다고 해도 법률이라는 도메인 지식이 없었더라면, IT기술을 어떻게 법률세계에 접목할지 몰랐을 것이다.

법리(法理). 법의 원리다. 이는 일반인들의 상식과는 다르다. 시간을 2004년 행정수도 특별법 위헌 조치가 있었던 시기로 되돌려보면, 법리라는 단어가 그리 생소한 단어는 아니다.

국민의 정서와 법 정서가 많이 다르다는 이야기를 미디어로부터 많이 접하지만, 일반인들은 그 '법리'를 잘 모르기에 혀만 차고 있을 뿐이다. 변호사들은 의뢰인이 유리한 판결을 받도록 하는 것이 최선의 미덕이다. 때문에 승리를 위한 최선의 법리를 발굴하고 적용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도메인 지식은 다양한 분야에서 그 분야만의 지식논리체계가 존재한다. 뿐만 아니라 정서논리체계도 존재한다. 그것이 기본이다. 그 논리체계를 얼마나 빠른 시간 내에 완성도 높게 만들 수 있게 정보처리를 도와 줄 수 있는 것인가가 관건이다. 그러하기에 legal tech도 tech보다 legal이 먼저다.
 
명제의 정의는 공리와 공리의 논리적 관계성을 통해서 이루어지듯이, 판결이나 변증 또한 법리라는 공리를 기반으로 치밀한 관계성 정의의 싸움이다. 기본 공리에 대한 본질과 그 공리가 다른 공리와의 관련성을 만들어 있는 인터페이스의 정의 능력이 법관과 변호사들의 능력과 직결된다. 세상의 모든 지식체계가 동일하다. 새로운 개념을 창조할 때도 그러하고 새로운 아키텍쳐 설계도 동일하다.

◆ Digital Transformation을 위한 IT의 역할론

비즈니스 시장에서 사용되는 AI기술들은 Robotics Processing Automation 기술이다. RPA라 줄여서 부른다. 사람들이 일하는 과정을 어떻게 인공지능이나 로봇이 도울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HORIGUCHI 대표는 이것을 정확하게 간파하고 있다. 변호사들이 어디에서 시간을 제일 많이 허비하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기존의 판례나 계약서들은 기본 공리들의 논리적 체계다. JLSI는 그런 기본 공리들을 분리한다. 그냥 분리하는 것이 아니라 그 판례나 계약서에 담길 수 있었던 관계성을 기본 공리의 다양한 인터페이스로 정의하고 분리 저장한다. 그리고 그러한 인터페이스를 새로운 작업이 일어날 때마다 지속적으로 재학습을 수행한다. 피드백을 통한 재학습이다. LAWQUE의 기계학습은 그러한 기본 공리들간의 디지털 시냅싱 능력을 지속적으로 확장해 가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런 기본을 바탕으로 사람들이 귀찮아하며 시간 소모적인 단순반복적인 일을 자동화하거나 클라우드 기술을 활용해 불필요한 트랜잭션을 제거한다. 참고 문서에서 새로운 기본 공리를 삽입하거나 삭제하면 그 이후 공리의 일련번호를 자동으로 수정해 준다. 초안을 이메일로 보내고 검토의견을 이메일로 받아 초안을 수정하고 다시 보내고 검토 의견을 받는 과정을 클라우드에서 동시 작업으로 하면서 프로세서를 축약한다.

IT의 Common platform 기술을 다루는 사람들은 각 도메인의 업무 프로세서와 각 단계 업무의 특성의 일반화 능력이 필요하다. platform의 동적 성장이 가능하도록 구조 설계 능력이 요구된다. 이러한 능력들을 만들어 가는데 필요한 단위능력들을 실현하는 방법론을 '공법'이라고 정의할 필요가 있다.

공법은 기술의 개념과 구별된다. 공법은 목표를 이루어내는 방법론과 이론적 근거를 정의하는 것이고 기술은 그 공법을 실제화 한 것이다. 10층 건물을 짓는 기술이 있다고 20층 건물을 지을 수 있다고 장담하지 못하지만, 10층 건물을 지은 공법이 있다면 20층 건물을 지을 수 있는 새로운 공법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기대 가능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공법과 기술은 구분되어야 하고 달리 취급되어야만 한다.

◆ 보편적 서비스를 넘어서

HORIGUCHI 대표님는 법리나 규정의 라이브러리화를 이야기 한다. 상기에서 언급한 방식으로 전문가 집단의 노하우를 기본 공리인 법리와 규정 단위로 라이브러리화 하고 법률사무소 내 변호사들간 노하우를 공유한다. 이를 통해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하고 변호사 서비스의 질적 개선을 도모한다. 이런 방향으로 지속적인 드라이빙을 추구하고 있다.

집단지성의 가치는 경험의 다양성 확보다. 다양성은 지속가능성의 에너지다. 답보상태에 있던 인공지능 기술의 한계를 뚫어 낸 것도 다양성이었다. Unsupervised learning이 바로 그것이다. 다양한 경험들을 목적이나 목표 없이 단순한 분류작업을 수행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다양한 기억의 확보는 편향성 문제를 극복하는 열쇠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억은 다양한 관계 생산의 양식이다. 다양한 관계성 확보야 말로 진정한 지력이다.

지력의 크기는 잉여의 창출을 가져온다. 잉여 창출은 서비스 효율성의 다른 표현이다. 효율성은 곧 서비스 단가를 내릴 수 있고 이를 통해 저렴한 보편적 법률 서비스를 가능하게 한다. HORIGUCHI 대표의 철학이다. 그가 추구하는 것은 일본법무서비스 기술이 아니라 '법무서비스 공법'이기에 만국의 법무서비스를 꿈꿀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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