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서울대, 138례 암유전체 빅데이터 분석 통해 규명
"구조변이 일으키는 분자 기전 이해 연구할 것"

비흡연자의 폐암을 유발하는 융합유전자의 발암 기전.<사진= KAIST>
비흡연자의 폐암을 유발하는 융합유전자의 발암 기전.<사진= KAIST>
흡연과 무관하게 발생하는 폐암이 유년기부터 시작되는 융합유전자로 인해 발생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서 주목된다.

KAIST(총장 신성철)는 주영석 의과학대학원 교수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흉부외과의 김영태 교수 연구팀이 폐암을 일으키는 융합유전자 유전체 돌연변이 생성 원리를 규명했다고 2일 밝혔다.

흡연은 폐 선암의 가장 큰 발병 인자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암 융합유전자 돌연변이인 ALK, RET, ROS1 등에 의한 암 발생은 대부분 비흡연자에게서 발견된다.

융합유전자에 의한 폐암 환자는 전체 폐암 환자의 1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이 돌연변이의 생성과정은 알려진 게 거의 없었다.

기존 폐 선암 유전체 연구는 유전자 지역을 규명하는 '엑솜서열분석 기법'이 사용됐다. 연구팀은 유전자 간 부분들을 총망라해 분석하는 '전장 유전체 서열분석 기법'을 적용했다.

연구팀은 138개의 폐 선암 사례의 전장 유전체 서열 데이터를 생성하고 분석해 암 세포에 존재하는 다양한 양상의 유전체 돌연변이를 찾아냈다. 특히 흡연과 무관한 폐암의 직접적 원인인 융합유전자를 생성하는 유전체 구조 변의의 특성을 집중 규명했다.

우선 유전체에 발생하는 구조적 변이는 단순 구조변이(DNA 두 부위 연결)와 복잡 구조변이(DNA 많은 조각 복잡하게 재조합)로 구분했다.  복잡 구조변이는 암세포에서 많이 발견됐다. 연구팀에 의하면 70%이상의 융합유전자가 복잡 구조돌연변이에 의해 생성됨을 확인했다.

무엇보다 복잡 구조 돌연변이는 폐암이 진단되기 수십년 전, 10대의 어린나이에도 이미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번 연구는 흡연과 무관한 환경에서도 폐암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힌 것으로 비흡연자의 폐암 발생 원인 규명과 정밀치료 시스템 구축에 적용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KISTI 슈퍼컴퓨터 5호기 누리온 시스템을 통해 유전체 빅데이터의 정밀 분석을 실시했다. 이번 성과로 슈퍼컴퓨터 5호기는 앞으로 다른 유전체 빅데이터 연구에도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이번 연구에는 하버드 의과대학, 국립암센터 연구자도 참여했다.

주영석 교수는 "암유전체 전장서열 빅데이터를 통해 폐암을 발생시키는 첫 돌연변이의 양상을 규명했다"면서 "정상 폐 세포에서 흡연과 무관하게 이들 복잡 구조변이를 일으키는 분자 기전의 이해가 다음 연구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영태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는 "2012년 폐 선암의 KIF5B-RET 융합유전자 최초 발견으로 시작된 본 폐암 연구팀이 융합유전자의 생성과정부터 임상적 의미까지 집대성했다는 것이 이번 연구의 중요한 성과"라고 의미를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보건복지부 포스트게놈 다부처유전체사업/세계선도의과학자 육성사업, 서경배 과학재단 및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실지정기부금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연구에는 KAIST 출신 이준구 박사(현재 하버드 의과대학 박사후연구원)와 박성열 박사과정생이 공동 1 저자로 참여했으며, 성과는 국제 학술지 '셀(Cell)' 온라인 판에 지난달 30일(현지시간)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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