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연 연구진, 고려·조선 태양흑점 기록으로 240년 장주기 태양활동 확인
흑점과 서리 기록으로 태양활동과 기후변화 상관성 입증  

국사에 남아있는 오랜 관측 기록은 자연을 이해하고 연구하는데 활용될 수 있다. 특히 긴 주기의 자연변화를 연구하는데 꾸준하고 사실적인 관측 기록들이 중요하다.  

한국천문연구원(원장 이형목)은 역사서에 기록된 태양흑점과 서리 정보를 연구해 태양의 240년 활동주기를 찾아내고, 이러한 태양의 장주기 활동과 과거 기후변화의 연관성을 입증했다고 20일 밝혔다. 

고려사(1151년 3월) 흑점 기록 부분.<자료=한국천문연구원 제공>
고려사(1151년 3월) 흑점 기록 부분.<자료=한국천문연구원 제공>
흑점은 태양활동의 직접적인 지표로 태양 표면에서 주변보다 온도가 낮아 검게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현재까지 잘 알려진 태양활동의 주기는 11년으로, 흑점 수가 많아지는 극대기와 적어지는 극소기를 지닌다.

11년 주기의 태양활동도 그보다 더 큰 주기를 갖고 변동하는데, 이에 따라 기후도 영향을 받는다. 

양홍진 천문연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고려사와 조선왕조실록에서 흑점에 대한 55군데 기록을 찾아 태양의 활동주기를 연구했다.

이를 통해 태양활동 주기인 약 11년과 60년 이외에 240년의 장주기가 있음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장주기 분석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중국 사서에 기록된 흑점 정보도 함께 연구했다. 

서양에서 태양흑점 관측은 17세기 이후부터 시작됐기 때문에 현대 천문학계에서는 태양의 240년 장주기 활동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 반면 한국과 중국은 12세기 이전부터 태양흑점을 관측해 기록으로 남겼다.

고려사와 조선왕조실록은 흑점의 크기를 다섯 등급으로 나누어 검은 점, 자두, 계란, 복숭아, 배의 크기로 표현했다. 이들 크기는 실제 흑점 활동의 강도를 나타낸다. 

연구진은 태양활동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역사서에 기록된 기상현상 중 서리 기록이 온도 변화를 보여줄 수 있는 지표임을 알아냈다. 고려사와 조선왕조실록에 언급된 약 700번의 서리 기록을 이용해 서리가 내리지 않는 기간인 '무상기간'의 시대적 변화와 태양주기와의 관련성을 알아냈다. 

연구진은 흑점과 서리 기록의 비교를 통해 240년 주기로 태양의 흑점이 많아진 시기에 우리나라의 온도가 급격하게 하락했음을 확인했다. 따라서 기후변화가 태양활동에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다.  

양홍진 박사는 "이번 연구는 우리나라의 풍부한 역사 기록이 현대과학적 측면에서 신빙성이 있으며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고천문 자료를 바탕으로 태양의 장주기 활동을 증명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기상과 태양-지구 물리 저널(Journal of Atmospheric and Solar-Terrestrial Physics)' 5월호에 게재됐다. 

지난 1000년간 흑점과 서리 기록 분포.<자료=한국천문연구원 제공>
지난 1000년간 흑점과 서리 기록 분포.<자료=한국천문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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