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굴기 中 '기술 탈취 아닌 혁신으로' 韓 '깜깜이 정책'

'미·중 기술패권 경쟁과 대응' STEPI 정책포럼'
미 견제에 중국 기술 자립화 가속도
심상치 않은 中 산업정책 "韓 신생산업 넘겨야할지도"
"미국의 중국 견제는 오히려 중국 과학기술을 자립화 시킬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국가적 차원의 대응이 시급하다."<사진=김지영 기자>"미국의 중국 견제는 오히려 중국 과학기술을 자립화 시킬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국가적 차원의 대응이 시급하다."<사진=김지영 기자>
"미국의 중국 견제는 오히려 중국 과학기술을 자립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최근 나온 중국 정책들은 과학기술을 최우선순위로 거론하고 있는데, 이를 바탕으로 세계최초 성과들을 쏟아내고 있다. 중국과학기술 굴기는 더 가속화될 것이다. 중국 정책변화를 예측해 지역 전략을 수립하는 등 국가 차원의 대응이 시급하다."(백서인 STEPI 부연구위원)
 
작년 3월부터 시작된 미국과 중국의 기술패권 경쟁 속에서 우리나라도 기술 경쟁을 위한 빠른 대응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모아졌다.
 
STEPI(과학기술정책연구원·원장 조황희)는 25일 서울 프레지던트호텔에서 '디지털 전환시대의 미·중 기술패권 경쟁과 대응'을 주제로 제427회 STEPI 과학기술정책포럼을 개최했다.

백서인 STEPI 다자협력사업단 부연구위원은 발표를 통해 미·중 무역 전쟁은 중국이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존재로 성장했고, 앞으로 그 정도가 심해질 것으로 판단되면서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무역전쟁으로 중국의 기술혁신이 탄력을 받을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몫이 될 전망이다. 

백서인 부연구위원은 "그동안 배터리, 자동차 등 우리나라의 핵심산업에 대해 중국의 차별적 규제가 있었고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등 주요 핵심기술은 중국의 조직적이고 집요한 국가적 탈취가 있었다"며 "중국이 제조업 굴기가 되면 가장 큰 피해 볼 국가는 우리나라다, 향후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지 민관이 함께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응책 마련과 동시에 그는 중국의 과학기술 투자현황에 주목할 것을 조언했다. 백 부연구위원에 따르면 중국 R&D 투자는 2017년 총연구개발비 1조7606억 위안으로 세계 2위이며, 이공계 대학 졸업생은 470만명으로 세계 1위다. 이는 세계 2위인 인도의 260만명의 거의 2배 되는 수준으로 압도적이다.
 
백 부연구위원은 "중국의 최근 정책들도 과학기술이 최우선으로 거론되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기초와 응용 사업화 영역에서 세계 최고 성과(▲베이더우 위성항법시스템 ▲세계최대 입자가속기 CEPC 건설 ▲세계최대 구면전파망원경 텐옌 ▲세계 최장 최고속도 고속철도 등)를 지속해서 창출하고 있다"면서 "특히 흥미로운 것이 중국과학원이다. 국무원 직속 독립 연구기관으로, 부처와는 별개로 중장기적이고 독자적 연구개발 권한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 견제로 인해 중국의 과학기술 자립화가 더 깊게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중국과학기술 굴기를 더 가속화 시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 정보통신혁신재단(ITIF)이 2019년 발표한 보고서를 인용하며 "중국은 더는 기술탈취가 아니라 '의미 있는 혁신'을 해내고 있다는 데 공감한다"며 "정부의 정책적 지원 하에 시장과 고객 수요를 중심으로 경쟁과 기업가적 도전을 활발하게 전개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갖기 위해 "중국을 국가차원에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아직 중국분석도 잘 안되고 있는 것 같다. 중국의 과학기술 혁신파트에 대한 깊은 분석과 실행능력을 강화할 플랫폼이 중요하다"면서 "국가가 혁신장벽을 타파하고(규제 완화) 지원하는 역할을 해달라"고 덧붙였다.
 
이 외에도 드론을 예로 든 백 부연구위원은 "영상촬영이 아닌 공중교통시대를 대비한 스케일업 전략을 수립하면서 자체역량을 키우는 등 해외 진출을 노려볼만한 연구에 기술혁신을 전략적으로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중국의 어느 지역이 우수한 기술을 갖고 있다면 그것이 표준이 되어 널리 퍼질 것이다. 사업별로 표준이 될 가능성이 큰 부분들을 잘 이해하고 있다가 중국지역별 진출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이를 통해 사업타격도 줄이면서 국부 극대화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조강연이 끝난 후 토론이 이어졌다.<사진=김지영 기자>기조강연이 끝난 후 토론이 이어졌다.<사진=김지영 기자>

 
이어진 토론에서 이필상 미래에셋 아시아 리서치본부장은 "중국 산업정책이 굉장히 깊고 포괄적인 만큼 자칫 잘못하면 우리나라가 신생산업을 넘겨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그는 연간 100여 개의 중국기업과 미팅을 하며 중국 현지의 기업 및 기술성장을 현장에서 가까이 접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공격적으로 신생산업을 지원하고있으며, 이미 기술혁신을 주도하는 대기업집단(하웨이, 알리바바 등)을 대거 출현시키고 있다. 한 예로 중국은 전기자동차 산업을 위해 충전기를 70만대에서 내년에는 500만대 설치를 목표로 하고 있고, 전기차 신생벤처를 탄생시키기 위해 부지, 건물, 공장에 들어가는 장비와 로봇 지원에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다.

그는 "이런 지원이 있으니 중국에서 전기차 벤처를 창업하고 싶으면 대기업 출신 몇 명만 모이면 되는 거다. 모 기업의 경우 전기자동차 30만대 이상을 생산할 수 있도록 지방정부가 지어준다고 했다더라. 전기차 30만대는 테슬라도 팔지 못한 숫자"라며 "충전소, 자동차 브랜드, 전기차 배터리 등 정부가 관여하면서 키워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자동차 산업이 이 정도로 발전하는 동안 우리나라에 전기차 벤처가 없다는 것이 참 아쉽다"며 "충전소 짓는 데 그리 큰돈이 드는 것도 아니다. 전기차의 판매가 부진한 이유는 소비자들이 충전의 어려움이 가장 큰 만큼 우리 정부도 산업정책을 다시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배영자 건국대 교수는 "중국이 자국 기술력을 평가하는 것을 보면 스스로 가야 할 길이 멀다고는 하지만 미국과 패권경쟁을 통해 결국 중국이 혁신국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를 대응하기 위해 발제자가 말한 통합적 전략 혹은 스케일업 등 방안을 찾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유진석 여시재 중국연구팀장은 "과학기술 중심 기술패권이 미래 국제질서를 좌우하는 큰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전환시대의 미중 기술패권 경쟁과 대응' 과학기술정책포럼 모습.<사진=김지영 기자>'디지털 전환시대의 미중 기술패권 경쟁과 대응' 과학기술정책포럼 모습.<사진=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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