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석학 "과학자, 대중에 더 현실적인 과학 보여줘야"

로빈 윌리엄스 교수, 과학기술의 사회적 형성론 분야 권위자
"과학자, '사회적 매개 역할'···이슈 연결고리로 변화 주역"
영국 에든버러 = 김요셉 기자 joesmy@HelloDD.com 입력 : 2019.04.18|수정 : 2019.04.22
과학기술의 사회적 형성론(Social Shaping of Technology) 분야 최고 권위자인 로빈 윌리엄스(Robin Williams) 교수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과학자의 사회적 매개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과학자는 중간 다리가 되어 대중들에게 더 현실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과학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김요셉 기자>과학기술의 사회적 형성론(Social Shaping of Technology) 분야 최고 권위자인 로빈 윌리엄스(Robin Williams) 교수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과학자의 사회적 매개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과학자는 중간 다리가 되어 대중들에게 더 현실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과학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김요셉 기자>

"우리가 로봇에 열광하는 이유는 스타워즈같이 로봇을 이용해 사람들에게 즐거운 분야로 다가갈 수 있게 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과학자들의 역할은 중간 다리가 되어 대중들에게 더 현실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과학을 보여주는 것이다."

"원자력, 농약, 줄기세포 연구 등 다양한 과학기술 분야에서 사회적 개입은 위험요소를 안고 가기도 하지만, 동시에 기술 발전에 있어 굉장히 강력한 자극제가 되기도 한다. 때문에 과학기술자들은 사회와 정부의 다양한 관심사들에 책임을 가지고 연결고리가 되어, 변화를 만들려 노력해야 한다."

과학기술의 사회적 형성론(Social Shaping of Technology) 분야 최고 권위자 로빈 윌리엄스(Robin Williams) 교수의 주문이다. 

로빈 윌리엄스 교수는 과학기술학 분야에서 다학제적 연구를 주도해온 세계적인 석학이다. 

현재 그는 에든버러대학에서 과학기술학(Science, Technology and Innovation Studies) 교수와 과학기술혁신 연구소(the Institute for the Study of Science, Technology and Innovation) 소장을 겸하고 있으며, 유럽을 비롯해 미국과 중국·우리나라와도 연계를 맺고 과학기술 혁신 정책과 관련한 다양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KAIST(한국과학기술원) 과학정책대학원과 KISTI(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기술사업화센터와도 지속적인 교류관계를 맺고 있다. 

영국 스코틀랜드의 수도 에든버러 현지에서 만난 로빈 윌리엄스 교수는 "내가 과학기술의 사회적 영향 연구를 시작할때만해도 한국은 개발도상국이었지만, 이제 세계 정상급의 나라가 되었다. 정말 잘했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그는 "과학기술 혁신 관점에서 한국의 정부는 국가 상황에 알맞게 기술 개발에 중심을 맞췄고, 그 기술개발이 지금의 한국을 만들었다"며 "한국의 기술개발 활동의 규모는 이제 영국에서도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한국의 기술개발 혁신과 전략적 선택을 칭찬하면서 로빈 윌리엄스 교수는 한 박사과정 학생이 수행한 '왜 한국은 성장 기반의 기술개발을 하였는가'에 대한 연구 내용을 소개했다. 

한국의 성장 기반 기술개발 이유의 뒷면에는 기술 공급의 압력이 강하게 작용했고, 톱다운 혁신전략(top-down innovative strategy)이 주효했다. 반면 영국은 기술공급 기반으로 하는 곳에 투자하기 보다는 시장규모의 기술개발을 넓게 퍼뜨려서 분산적 투자를 해왔다. 

가령 과학자들이 자신만의 생각을 펼칠 수 있게 하는 'sand pit'(모래사장에서 생각하는 것을 만들어 내는 것처럼 과학자들의 개별적인 생각을 펼칠 수 있게 해주는) 방식이나 'live in labs'(기술자들이 초기 기술 생산품을 생산할 수 있는 프로젝트) 방식이 영국의 투자 방식이다. 

작은 시장 규모의 연구와 혁신들이 진행되고, 융합이 이뤄지면서 더 큰 이익을 낼 수 있는 바톰 업 전략(bottom-up innovation strategy)을 영국은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풀뿌리 방식의 연구가 진행되면서 대표적으로 성공을 거둔 예가 ‘skyscanner'다. 이 기업은 에든버러에 본사를 두고 있는 작은 인터넷관련 회사였지만, 이제 10억 파운드 이상의 가치를 지닌 글로벌 여행 서비스기업이 됐다. 

로빈 교수는 "영국은 한국처럼 톱다운 전략을 이용하려 했지만, 대부분이 실패했다"면서 "결론적으로 과학기술의 이노베이션에는 여러 방향이 있고 각각 강점과 약점을 가지고 있다. 각 나라는 각 나라의 상황에 맞는 방향을 선택하는 것이며 한국은 한국의 방향성을 잘 찾은 것이고, 그 방향성이 맞지 않았던 영국은 다른 방향으로 성장을 이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톱다운이나 바톰업이나 전략적 방향이 항상 성공할지는 미지수이지만, 항상 성공한 다른 나라의 방법을 따라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 "사회적 개입은 기술발전에 강력한 자극제"

로빈 교수는 "과학자들은 사회와 정부의 다양한 관심사에 책임을 가지고 연결고리가 되어, 변화를 만들려 노력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사진=김요셉 기자>로빈 교수는 "과학자들은 사회와 정부의 다양한 관심사에 책임을 가지고 연결고리가 되어, 변화를 만들려 노력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사진=김요셉 기자>

로빈 교수는 과학기술이 사회적 영향을 받으며 복합적인 과정으로 발전하고, 설계 단계 뿐만 아니라 기술의 실현 단계에서도 사회적 요인이 개입된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특히 과학기술에 대한 사회 경제적 영향 관점에서 로빈 교수는 과학기술자들의 사회적 연결고리 책무를 역설했다.

그는 "원자력, 농약, 줄기세포 연구 등의 연구분야처럼 사회적 개입이 여러 위험요소들을 떠안고 가는 연구가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기술의 발전에 있어 굉장히 강력한 자극제가 되기도 한다"며 "때문에 과학자들은 사회와 정부의 다양한 관심사에 책임을 가지고 연결고리가 되어, 변화를 만들려 노력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로빈 교수에 따르면 1980년 영국에서는 새로운 기술에 대한 토론을 왕성히 펼쳤는데, 컴퓨터가 우리의 일상적인 업무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가에 대한 토론이었다. 

당시 정부는 사회가 아직 새로운 기술에 대해 수용능력이 부족하다라고 결론짓고, 1981년 새로운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프로그램의 목적은 사회가 새로운 기술을 더 잘 받아들이게끔 도와주고 사회가 걱정하는 기술의 위험요소들을 줄이자는 취지였다. 

사회(대중)의 기술 부적응에는 새로운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이유도 존재했기 때문에 연구의 기본 가설은 사람들의 기술 이해도가 올라가면, 그 기술에 대해 덜 걱정할 것이라는 명제였다. 

이 연구를 기반으로 당시 과학자들은 정부의 지원을 받으면서 연구를 진행했고, 정부는 과학자들을 이용해 사회적인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과학자들도 정부와 비슷하게 단계적인 변화를 이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로빈 교수는 원자력 사례와 같이 사회가 과학에 개입하는 것에 대해 "원자력은 유전자변형식품처럼 많은 사회에서 의견이 갈리고 논란의 요소들이 많다"며 "여러 나라들이 중국의 원자력 발전소를 구매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유는 탄소 기반의 에너지에 국한되지 않고, 새로운 에너지원을 얻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정성 문제와 폐기물 문제 등 여러 요소들로 인한 일반 사회와의 갈등이 원자력 발전소 유치를 어렵게 하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 "로봇에는 흥미 갖지만, 기술에는 흥미 갖지 않아"

로빈 교수는 "사람들은 로봇에는 흥미를 갖지만, 그것을 집약한 기술에는 흥미를 갖지 않는다"며 "과학자는 대중에게 더 현실적인 과학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사진=김요셉 기자>로빈 교수는 "사람들은 로봇에는 흥미를 갖지만, 그것을 집약한 기술에는 흥미를 갖지 않는다"며 "과학자는 대중에게 더 현실적인 과학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사진=김요셉 기자>

로빈 교수는 "대중을 과학으로 초대하기 위해서는 과학자의 역할이 누구보다 중요하다"며 "과학자는 대중에게 더 현실적인 과학을 보여줘야 한다"고 답했다. 

우리가 AI(Artificial intelligence)의 존재를 볼 수 없지만, 로봇은 볼 수 있는 것처럼 어떤 부분의 과학기술에는 사회의 상상을 현실화시킬 수 있는 힘이 있다. 때로는 공포스럽지만, 흥분되는 것도 사실이다. 

로빈 교수는 "사람들은 로봇에는 흥미를 갖지만, 그것을 집약한 기술에는 흥미를 갖지 않는다"라며 "그 이유는 재미없고 지루한 주제이기 때문"이라고 정의했다. 

로봇은 지능 자동화 기술의 한 분야일 뿐이지만, 사람들이 로봇에 열광하는 이유는 스타워즈같이 로봇을 이용해 사람들에게 즐거운 분야로 다가갈 수 있게 했기 때문이다. 

로빈 교수는 "스타워즈의 로봇처럼, 과학자들의 역할은 중간 다리가 되어서 대중들에게 더 현실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과학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바야흐로 현대 사회는 과학지식이 넘쳐나고 있고 누구나 과학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됐다. 

로빈 교수가 항상 듣고 있는 BBC 라디오 채널 4를 들어보면, 굉장히 잘 짜여진 과학 프로그램이 있고, 교육받지 못한 사람들이라도 쉽게 이해할 만한 설명의 과학지식을 전달해주고 있다. 

과거 과학이란 분야는 하얀색 코트를 입고 있는 학자들만이 접근할 수 있는 분야였다면, 지금은 새로운 정보공유 문화가 들어와 많은 부분들이 바뀌고 있다. 

원자력 분야만 보더라도 1960년대에는 원자력 발전소 관련 정보들과 시설들이 한 장소에서만 국한되어 있었다면, 지금은 핸드폰만 꺼내도 많은 사람들이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현재의 기술 수준은 이용자들이 정보에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서비스 환경이 마련되어 있고, 이러한 기술의 발전은 사회에 더 넓게 분포돼 가고 있다. 

그런 가운데 로빈 교수는 "'우리 기술에 관하여 얘기해보자'라고 하면 사람들은 지루하다고 느끼겠지만, '네가 가지고 있는 핸드폰과 연관된 디지털 기술에 대해 얘기해보자' 한다면, 대중들의 일상생활과 다름없는 것이기 때문에 더 흥미를 가지고 대화를 하려할 것"이라며 "대중들과의 대화를 이끌어가는 여러 어려움과 문제점이 있겠지만, 과학자들은 효과적으로 대중을 끌어들일 수 있는 방법을 다양한 분야의 동료들과 강구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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