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창닫기

[새통사] '왜 우리는 수소에너지를 생각하는가'

글 : 이순석 ETRI 박사
155차 새통사 모임은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의 김종원 박사님을 모시고 '왜 우리는 수소에너지를 생각하는가?'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기후변화에 따른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다양한 생각들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우리나라도 최근 혁신성장 전략의 일환으로 수소경제를 데이터, 인공지능과 함께 전략적 투자를 선언했다. 그 이후 수소전지차에 대한 의견이 많은 사람들에게 뜨겁게 회자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모임 내내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다.

김종원 박사님은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서 수소에너지 연구센터, 고효율수소 제조기술 개발사업단, 21세기 프론티어사업단인 고효율수소 에너지제조, 저장, 이용기술개발사업단의 책임자를 역임 하면서 우리나라 수소에너지 기반의 경제시스템 구축 기술 개발에 한평생을 몸담아 오신 분이다. 최근에는 대전광역시가 수소산업 전주기 제품 안전성 지원센터 구축 사업을 수주하는 데 큰 역할을 담당했다. .
 
◆ 이젠 호모 하이드로제니쿠스(Home Hydrogenicus)의 시대

김종원 박사님은 쥘 베른(Jules Verne)의 '신비의 섬(1874)' 이야기로 발표를 시작했다. 타고가던 배가 난파하며 무인도에 당도한 군인들이 석탄 연료가 떨어질 것을 걱정하자 한 군인은 물을 때면 된다고 제안하는데 '물에서 수소와 산소를 분리할 수 있다면 인류에게 무진장한 열과 빛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수소는 산소와 만나 연소되면서 물의 생산과 함께 높은 열량(1Kg당 약 2만8000Kcal)을 발생시킨다. 원유가 1만0080kcal, LNG가 1만1780kcal, 무연탄이 4450kcal인 것과 비교해보면, 1874년 쥘 베른의 이야기는 탁월한 선견지명이 아닌가 싶다. 김 박사님이 수소 이야기를 하는 것은 단순히 열효율의 문제가 아니다. 바로 기후 변화다. 교토의정서로 시작하는 UN기후변화 협약은 더 이상 피해갈 수 없는 사슬과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네트워킹 시간은 수소가 가지는 의미가 인류사적 측면에서 거대한 새로운 국면전환에 해당하는 것임을 인식하는 자리였다. 인류는 140만년전 불을 발견하고 탄소 덩어리인 셀룰로스로 이루어진 나무를 태우며 살았다. 또 다른 효율 좋은 탄소덩어리인 글루코젠으로 시작되는 석유를 태우다가, 이젠 탄소 1개를 함유한 천연가스(CH4)를 사용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수소는 더 이상 지구의 온실효과를 유발하는 이산화탄소를 만들지 않는다. 인류는 더 이상 탄소를 태우는 호모 카보니쿠스가 아니다.

인류의 기초상식 하나가 '에너지 보존의 법칙'이다. 에너지는 소멸되는 것이 아니라 모습을 변화시킬 뿐이다. 처음에는 자연이 발명한 에너지 저장방법인 탄화물인-나무,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을 이용했다. 다음으로 발견한 것이 전기다. 전기를 발견하고 인류는 에너지를 전기 형태로 저장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멀리 이동하는 방법도 터득했고 남는 에너지를 전기로 전환하여 저장하는 방법도 터득했다. 이제는 수소가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게 되었다.

 '수소'를 새로운 에너지 저장원으로서 재발견이다. 이미 기존의 발전소에서 전기발전 과정에서 나오는 고온의 열을 활용해 수소를 생산하고 에너지로 재활용하고 있었지만, 수소연료전지의 발명은 수소를 새로운 에너지 저장원으로 재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수소연료전지는 수소를 태우지 않는다. 수소로부터 전자를 빼앗았다가 되돌려주는 간단한 방식으로 전기에너지를 얻는다. 이런 의미에서 수소는 직접적인 에너지원으로 사용되지 않고 전기에너지를 실어다 주는 운반자이자 저장자로서의 역할을 담당한다.

아직까지 수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온실가스가 발생한다. 그러나 화석연료를 이용하는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인 온실가스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때문에 수소를 생산하는 문제는 공학에게 풀어달라고 맡겨보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
 
◆ 수소의 재발견

에너지 분야에 있지 않는 일반인으로서의 첫 번째 재발견은 모든 발전소에서 수소 생산이 가능하고 실제로 생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의 발견은 수소연료전지의 에너지 효율이 리튬이온전지의 200배 이상이다.

보통사람의 시각으로 한번 살펴보자. 화력발전, 원자력발전, 수력발전, 태양열 발전, 태양광 발전, 풍력발전, 재생에너지 발전 등을 활용해 전기를 생산하고 리튬전지에 저장해서 전기를 활용할 것인가, 아니면 수소를 만들어 수소연료전지에 저장해 활용할 것인가는 전문가의 의견이 필요하다.

첫째, 수소 생산은 에너지 효율의 문제다. 물을 전기분해해서 수소를 생산하고 수소연료전지를 만드는 기술을 SOFC (Solid Oxide Fuel Cell)이라고 한다. 수소 생산 효율이 80%에 도달했다는 보고를 보면, 비효율성은 이미 기우가 아닌가 싶다. 두 번째는 전기차의 에너지효율이 단거리에서는 좋지만 장거리나 중량이 큰 차량의 경우 에너지 효율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반면 HFCV (Hydrogen Fuel Cell Vehicle)의 경우에는 장거리나 고중량의 차량에서는 기존의 내연기관차량보다도 효율이 앞선다.

세 번째는 전지의 충전능력이다. 리튬전지는 10시간 이내 10MWh 이하의 소규모 전기저장에 유리하고 수소연료전지는 1GWh ~ 1TWh의 대용량 저장과 최대 100시간의 장기저장에 유리하다고 보고 되었다.

이쯤되니, 그 유명한 제레미 리프킨 (Jeremy Rifkin)의 수소경제(2002) 이야기가 이해가 되기 시작한다. 2003년 미국의 부시 정부가 왜 HFI (Hydrogen Fuel Initiative)를 구상했는지 이해되기 시작한다. 기후변화에 대한 범지구촌적 공동대처는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장기적으로 분명 화석연료에 기반한 국가사회 인프라를 수소기반으로 전환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으리라 생각된다.

김 박사님에 의하면 미국의 경우, 2009년 오바마 정부에서 전기자동차에 우선순위를 두는 정책으로 전환하긴 했지만, 2015년 5월 미국에너지국(DOE)에서 수소전기차 보급을 위한 민관파트너십인 H2USA를 결성했다. 또 수소공급 인프라 확충을 목적으로 DOE 산하의 샌디아 국립연구소(SNL)과 국립재생연구소(NREL)을 중심으로 H2FIRST (Hydrogen Fuelling Infrastructure Research and Station Technology)를 만들어 H2USA를 지원하도록 하는 등 꾸준한 준비가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가 추진하고 있는 재생가능 에너지 정책이 최종 수소 기반의 에너지 생산, 운송, 저장 및 이용 등에 대한 전체 생태계 관점에서의 고민을 담고 있는지 꼼꼼히 한번 점검해 볼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수소에 대한 재발견은 범세계적이다. 2017년 1월 17일 다보스 포럼에서 새로운 수소협의체인 Hydrogen Council을 발족해 수소를 청정에너지로 사용하는 것을 가속화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키로 했다고 한다.

참여한 기업을 살펴보면 BMW, Daimler, Honda, 카오사키, 현대, Toyota, 에어리퀴드, 린데, Alstome, Engie, Shell, Total, AngloAmerican 등의 13개 기업으로 시작해 2019년 1월에 54개 회원사로 늘었다. 바로 산업계의 연합체다. 2018년 10월 23일에는 각국의 수소에너지를 담당하는 각료회의에서 수소관련 기술의 연구개발과 사회전개의 협력을 촉진하는 도쿄선언이 있었다.

이 선언에서는 국제에너지기구 (IEA), 수소연료전지국제파트너십(IPHE), 클린에너지대신회의(CEM)을 중심으로 '수소사회'의 조기실현을 위한 행동협력 촉구도 포함돼 있다. 수소연료전기차를 필두로 하는 수소경제생태계 구축의 전조다.
 
◆ 함께하는 혁신의 국가전략이 요구된다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남들이 한다고 그냥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저들이 잘하는 것 우리가 잘하는 것을 잘 정리해 Give & take하며 선순환구조가 형성된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는 생태계를 설계해야 한다. 글로벌 생태계에 이질적이지 않는 우리만의 새로운 판이 필요하다. 이것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는 전술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우리는 무엇을 핵심역량으로 삼을 것인가 하는 전략적 차원의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그냥 우리가 잘하는 자동차 제조능력을 활용해 가성비 높은 수소연료 전기차를 빨리 내놓는 전략을 가질 것인가? 우리가 공들여 최정상에 올려놓은 2차전지 산업의 경쟁우위를 어떻게 유지계승할 것인가? 그것보다는 우리나라의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Energy-mix를 어떻게 가지고 갈 것인가? 전략의 문제는 비용의 문제가 아니다. 비용은 전술적 차원에서 기술력으로 해결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전략적 고민의 결과에 새로운 가치의 탄생이 필요하다. 기존의 가치를 대체하는 것은 출혈의 경쟁만이 존재한다. 내연기관차가 전기차로, 전기차가 수소전기차로 바뀌는 것은 새로운 가치의 탄생이 아니다. 기존 가치의 내용을 교체한다는 것은 비용과 성능의 우수함을 전제로 하는 출혈의 경쟁만이 존재한다.

2차전지의 선점은 화석연료 생태계에서 전지 생태계로의 새로운 가치 창출이었지만, 수소전기자동차는 2차전지와는 다른 경우다. 차라리 새로운 운반수단을 고민해보는 전략도 대안일 수 있다. 새로운 물류체계의 전략도 생각해 볼 수 있는 대안이다. 애써 잘 만들어 놓은 2차전지 산업이 재도약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는 새로운 판이 필요하다. 화석연료 에너지 생태계와 원자력 에너지 생태계가 힘을 합쳐 수소 에너지 생태계를 탄생시키는 구조에서 자연스럽게 에너지 생태계를 확대하고 글로벌화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지구라는 공유지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에너지시장의 거대한 전환은 필연적이고 필수적이다. 그러나 에너지 시장은 기반 시장이기에 에너지를 소비하는 활용시장의 Grand Transformation 전략이 선결되어야 한다. 2수 3수 앞을 내다보는 전략이 필요하다. 기후변화라는 대전제가 존재하기에 전략적 판단이 용이한 측면이 있음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겠다. 에너지 기반의 전환이 필수라면, energy-mix의 문제는 활용시장과 디커플링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나눠진 문제에서 필수적인 고려사항은 Electro-Intelli-fication이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가 따로 놀아나는 전략은 전략이 아니다. 에너지 시장의 electro-intelli-fication과 새로운 에너지원 활용시장의 electro-intelli-fication은 필수사항이다. 그러한 연후에 두 개를 엮는 Global Grand Smart Grid Initiative가 필요하다.

아울러 새로운 가치의 창출을 위한 도전의 여정에는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하는 과오를 범하지 말아야만 한다. 현대자동차의 전장·차량용 반도체 부문의 내재화 판짜기 실패, 국방 무인기 판짜기 실패, 엔지니어링 플랜트 판짜기 실패, 건설무분 엔지니어링 산업 판짜기 실패, KFX 판짜기 실패, 삼성과 LG의 5G 판짜기 실패 등의 수많은 뼈아픈 실패사례들을 면밀히 검토하고 참고할 필요가 있다.

과학기술자들의 열린소통을 위해 기꺼이 마음을 열어주신 김종원 박사님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지구상에서 어느 누구도 가보지 않은 세상으로의 도전을 항상 응원 드리며, 함께 성공의 길을 만들어 갈 수 있길 희망합니다.
독자의견
로그인 독자분들의 소중한 의견은 과학과 국민을 잇는 밑거름이 됩니다
0/ 3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