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지평선망원경'(EHT) 연구진 10일 오후 10시 블랙홀 관측 결과 발표
"인간의 상상, 시뮬레이션이 아닌 진짜 블랙홀···200명 넘는 과학자 협력"

인류가 최초로 관측한 블랙홀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유럽·미국·일본·한국 등 전 세계 연구기관 20여 곳의 과학자 200여 명이 참여한 '사건지평선망원경'(EHT) 연구진은 10일 오후 10시(한국시각) 'M87'(Messier87·처녀자리 은하단) 블랙홀을 공개했다. 

학술적으로 블랙홀은 빛조차 빠져나갈 수 없는 강한 중력을 가지고 있다. 흔히 이름처럼 검은 타원을 상상하지만, 블랙홀은 빛까지 흡수하기 때문에 직접 볼 수는 없었다. 그간 블랙홀 이미지는 이론을 바탕으로 한 예측 모델이었다.

이날 공개된 실제 블랙홀은 불붙은 반지 형상(ring of fire)을 나타냈다. 어두운 원형 중심부를 타원 모양의 빛이 둘러쌌다. 이 빛은 은하계의 다른 수십억 개의 별을 합친 것보다 밝다. 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블랙홀을 볼 수 있는 이유다. M87 블랙홀은 지구에서 5500만 광년(1광년은 빛이 1년 가는 거리로 약 9조 4600억km) 떨어져 있다.

블랙홀이 과학적으로 연구 대상이 된 것은 1915년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 덕분이다. 이번에 공개된 블랙홀 모습은 104년 전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이론으로 예측한 것과 들어맞았다.

유럽남방천문대(ESO)는 10일 오후 10시(한국시각) 벨기에 브뤼셀에서 전 세계 과학자 200여 명이 참여한 사건지평선망원경(EHT) 프로젝트의 첫 관측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EHT 제공>
유럽남방천문대(ESO)는 10일 오후 10시(한국시각) 벨기에 브뤼셀에서 전 세계 과학자 200여 명이 참여한 사건지평선망원경(EHT) 프로젝트의 첫 관측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EHT 제공>
헤이노 팔케(Heino Falcke) 네덜란드 래드버드대 교수는 기자회견에서 "전 세계 8곳에 있는 전파망원경이 처녀자리 은하단의 한가운데에 있는 M87 블랙홀을 동시에 관측해 그 모습을 처음으로 확인했다"며 "우리가 보는 것은 전체 태양계의 크기보다 크다. 태양의 65억배(6.5 billion times)나 되는 질량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여러 번의 관측자료 보정과 영상화 작업을 통해 고리 형태의 구조와 중심부의 어두운 지역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쉐퍼드 도엘레만(Sheperd S. Doeleman) EHT 프로젝트 총괄 단장은 "천문학 역사상 매우 중요한 발견이며 200명이 넘는 과학자들의 협력으로 이뤄진 이례적인 과학 성과"라고 평가했다.

해당 관측은 2017년 4월 5일부터 14일까지 6개 대륙에서 8개 망원경이 참여해 진행됐다. 같은 시각, 서로 다른 망원경을 통해 들어온 블랙홀의 전파신호를 컴퓨터로 통합 분석해 이를 역추적하는 방식으로 블랙홀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얻었다. EHT의 원본 데이터를 최종 영상으로 바꾸는 데 필요한 분석은 독일 막스플랑크 전파천문학연구소와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 헤이스택 관측소에 위치한 특화된 슈퍼컴퓨터를 활용했다. 

연구진은 이번 발견을 통해 블랙홀에서 빛이 실제로 어떻게 생성되는지 추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는 한국천문연구원, 서울대 등 국내 과학자 8명도 참여했다. 

◆ 블랙홀이란?

블랙홀은 빛조차 빠져나갈 수 없는 강한 중력을 가지고 있는 우주 영역이다. 사건지평선 바깥을 지나가는 빛도 휘어지게 만들만큼 중력이 크다. 

◆ 사건지평선이란?

사건지평선(Event Horizon)이란 블랙홀의 안과 밖을 연결하는 넓은 경계지대를 뜻한다. 어떤 물질이 사건지평선을 지나 블랙홀로 빨려 들어갈 때 그 일부는 에너지로 방출되기에 높은 해상도의 관측 장비를 동원한다면 사건지평선의 가장자리를 볼 수 있다. 

사건지평선 부근은 강한 중력 효과에 의한 현상이 발생한다. 대표적인 것이 블랙홀의 그림자다. 블랙홀 주변의 원반에서 사건지평선 가까이에 다가간 물질은 빛의 속도로 블랙홀 주변을 공전하며 블랙홀로 끌려 들어간다. 이렇게 블랙홀 주변의 극단적인 환경에서 발생하는 현상에 대한 관측은 일반 상대성 이론과 초대질량 블랙홀의 이해에 대한 강력한 증거가 된다. 

이러한 현상을 관측하기 위해선 거대 관측 장비가 필요하다. 전 세계에 있는 전파천문학자들은 전파망원경 8개를 하나로 연동해 지구 크기의 거대 망원경처럼 활용했다. 이것이 사건지평선망원경(EHT·Event Horizon Telescope)이다.

◆ 일반상대성이론이란?

1915년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했다. 어떤 물체가 존재하면 그 주변 시공간은 그 물체의 질량에 영향을 받아 휘어지게 되는데 질량이 크면 클수록 주변 시공간이 더 많이 휘어져 더 큰 곡률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중력질량과 관성질량이 동등하다는 등가원리는 일반상대성이론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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