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 1년여 조사 결과 발표
국내외 전문가 "물 주입으로 알려지지 않은 단층 활성화"
"지진원인 유발 vs 촉발에 따라 손해배상 달라"

포항지진 정보조사연구단이 20일 기자회견을 갖고 포항지진을 '유발지진'이라고 발표했다.<사진=김지영 기자>
포항지진 정보조사연구단이 20일 기자회견을 갖고 포항지진을 '유발지진'이라고 발표했다.<사진=김지영 기자>
"포항지진은 포항지열발전소가 고압으로 물을 넣다보니 작은 지진들이 유발됐고 시간의 경과에 따라 결과적으로 그 영향이 본진의 진원위치에 도달·누적되어 지진이 촉발됐다."(이강근 서울대 교수)
 
"포항지진은 EGS(지열시스템)에 의해 촉발됐다. 물을 주입하면서 알려지지 않은 단층들이 활성화되면서 지진을 촉발시켰다."(쉐민 게 미국 콜로라도대학 교수)
 
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이 지난 2017년 11월 큰 피해를 낳은 포항지진에 대해 '촉발지진'이라고 최종 발표했다. 포항지진은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지진 중 역대 두 번째로 컸던 지진이다. 가장 큰 지진은 2016년 9월 경북 경주에서 일어난 규모 5.8 지진으로 기록돼있다. 지금까지 포항지진은 자연지진 VS 인근지역발전소로 인한 유발지진이라는 의견이 팽팽했다.
 
포항지진의 원인을 1여 년간 연구분석한 포항지진정부조사연구단(단장 이강근 서울대 교수)은 20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포항지진과 지열발전의 연관성에 관한 정부조사연구단 결과발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결과발표는 공정성을 위해 해외조사위원회가 자체적으로 연구한 내용과 국내 연구단이 국내외 전문가와 함께 연구결과한 과정과 결과가 각각 발표됐다. 두 연구단의 결과는 포항지열발전소로 인한 '촉발지진'이라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연구단에 의하면 유발지진은 지구 내부에 유체 주입 영향으로 응력이 변화된 암석 내에서 지진이 발생한 것이다. 촉발지진은 인위적 영향으로 자극을 받은 지진이 공간적 범위를 벗어나는 지진으로 해석된다.
 
지열발전은 지하 4km이상 깊이에 구멍을 뚫어 고압의 물을 주입해 지열로 데우면서 배출되는 수증기를 빼내 발전기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한다. 해외조사위원회의 쉐민 게 교수에 따르면 포항지열발전소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수압을 통해 지하 저류층 암석을 자극했다. 총 5번의 자극이 있었고 이러한 압력들이 지진활동 구역까지 닿아 이전에는 알려지지 않았던 단층대를 활성시켜 지진을 촉발시켰다.
 
국내 연구단도 보고서를 통해 땅 밑 지열을 끌어올리려고 판 두 개의 구덩이 (PX-1, PX-2)를 이용한 수리자극이 시행됐고, 굴착 시 발생한 이수 누출과 PX-2를 통해 높은 압력으로 주입한 유체에 의해 확상된 공극압이 포항지진 단층면 상에 남서방향으로 깊어지는 심도의 미소지진들을 순차적으로 유발시켰다고 보고했다.
 
이강근 교수는 "시간경과에 따라 결과적으로 그 영향이 본진의 진원 위치에 도달되고 누적되어 거의 임계음력상태에 있었던 단층에서 포항지진이 촉발됐다"고 설명했다.
 
연구단에 따르면 포항지진을 포함해 지열발전 실증부지 부근에서 발생한 지진들의 진원위치를 정확하게 결정하기 위해 속도모델 구축, 상대위치 결정, 정확하게 결정된 지진의 진원을 이용한 보정 등 과정을 거쳤다. 그 결과 PX-2 지열정에서 수행한 수리자극에 의해 유발된 미소지진들이 이루는 평면과 포항지진의 단층면해가 일치했으며, 그 평면이 통과하는 위치에 간한 여러 증거들이 발견됐다. 

지진 발생 원인으로 지목되는 포항지열발전소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이강근 교수는 "지금은 지열발전 행위를 하지 않지만 그냥 두는 것보다 추가 지진 가능성은 없는지, 정말 안전한지 꾸준하게 모니터링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조사연구단 구성표.<사진=김지영 기자>
정부조사연구단 구성표.<사진=김지영 기자>

포항지열발전소가 지어지기 전 한국에서 지열발전의 타당성을 확인하기 위한 연구개발사업이 추진된 바 있다. 사업주관기관은 넥스지오로 이노지오테크놀로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서울대 등이 컨소시엄을 꾸려 연구에 참여했다.

넥스지오는 지진 발생 빈도와 지질조사 등 여러 자료들을 검토해 포항과 강릉, 석모도, 제주도, 울릉도 등 5개 후보지를 추렸고 민간전문가 자문위원회 등을 거쳐 포항이 최종 후보지가 됐다.  

지질자원연 관계자는 "10여년 전 조사에서 지진의 가능성 등 지질조사를 다 했지만 오늘 발표된 내용처럼 숨겨진 단층들이 지진을 촉발시키게 되어 매우 유감이다. 타당성 연구에서 활성단층연구를 더욱 면밀하게 했더라면 상황이 달라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고 안타까워 했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도 지진에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인식하고 (지열발전 타당성 등)타당성 연구시 달라져야 한다는데 매우 공감한다. 앞으로는 활성단층조사를 꾸준히 하는 등 리스크 매니지먼트의 역할에 더 신경 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열 발전소가 포항지진에 영향을 미치며 많은 피해를 발생시킨 만큼 발전소 등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에 앞서 지역과 국가의 이익보다 안전이 우선시 되도록 과학적인 근거가 꾸준히 제시돼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강근 교수는 "댐을 짓는다고 해도 무너질 수도 있는게 아닌가. 이것(지열발전소가 포항지진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 때문에 아무것도 못한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게 뭐가 있을까"라며 "우리가 정확하게 잘 대비하느냐의 문제라고 본다. 땅 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전부 알 수는 없지만 리스크의 확률을 줄일 수 있는 것이 과학의 역할인 만큼, 학자 뿐 아니라 다양한 구성원들이 더 과학을 진보시키는데 힘을 써야한다"고 말했다.
 
포항지진은 규모 5.4로 135명의 부상자와 많은 이재민을 발생시켰다. 일부 이재민들은  집을 잃고 돌아가지 못해 아직까지 정부가 마련해준 임시보호소에 머무르고 있다.
 
경북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는 지열발전 프로젝트를 주관하고 예산을 지원한 국가를 대상으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낸 상태다. 이번 결과발표가 소송 방향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지진 전문가는 "유발 지진과 촉발 지진은 차이가 있다. 유발 지진은 지진 발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것이지만 촉발 지진은 말 그대로 촉발의 의미다. 이번 발표로 손해배상 규모도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아침에 새벽차를 타고 기자회견에 왔다는 한 포항 시민은 "정부조사연구단의 발표를 오랫동안 기다렸다. 우리의 삶의 터전이 빠르게 원상복구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편 포항지진은 2017년 11월 15일 오후 2시 29분경 규모 5.4의 지진으로 경주지진으로부터 북동쪽으로 약 40km 지점에서 발생했다. 포항지진 유발단층은 지표면상에 존재가 보고된 적이 없는 북북동 방향의 단층대를 따라 발생하며 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포항지진으로 시설물 피해 2만7317건, 피해액 551억원으로 집계해 발표한 바 있다.
 

정부조사연구단은 유발지진과 촉발지진에 관한 정의가 국제적으로 확립되지 않은 상태로 보고서를 통해 유발과 촉발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유발지진 = 지구 내부에서 유체 주입의 영향으로 공극압과 응력이 변화된 암석의 공간적 범위 내에서 일어날 수 있는 규모의 지진으로, 이 때 지진은 유체주입과 조구조 운동으로 축적된 변형에너지를 방출한다.

촉발지진 = 인위적인 영향이 최초의 원인이지만 그 영향으로 자극 받은 공간적 범위를 크게 벗어나는 규모의 지진으로 이 때의 지진은 대부분 조구조 운동으로 축적된 변형에너지를 방출한다.

경북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는 국가를 대상으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낸 상태다. 이번 결과발표가 소송 방향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사진=김지영 기자>
경북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는 국가를 대상으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낸 상태다. 이번 결과발표가 소송 방향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사진=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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