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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DC, 전쟁과 충격에 더욱 강해진 '과학 사령부'

세계 대전과 스푸트니크 쇼크 겪으며 경쟁력 더욱 강화
본부는 워싱턴, 연구는 미 전역···산업도 발전
워싱턴 과학 이해는 미국 이해 지름길···전략 세워야
미국 과학은 전쟁과 국방을 통해 몇 단계 도약했다. 대표적인 사례의 하나가 맨하탄 프로젝트이다. 맨하탄 프로젝트의 주무대는, 우라늄 폭탄은 테네시주 오크리지, 플루토늄 폭탄은 뉴멕시코주 로스앨러모스 연구소였다.

그러나 그 지휘부는 워싱턴에 있었다. 전쟁이 끝난 후 원자력 업무는 정부로 이관됐고 오늘날 에너지성(DOE)에서 관장하는 것으로 발전했다. 국방과 관련된 프로젝트를 통해 하나의 부서가 탄생했고, 그 부서는 미국 과학의 수준을 끌어 올렸다.

1차 세계 대전에 사용된 미 해군의 대포 차(Navy Gun Car). 당시 사정 거리가 3만 8000m에 달할만큼 강력했다. 현재 워싱턴 DC 미 해군 박물관에 전시돼 있다.<사진=이석봉 기자>1차 세계 대전에 사용된 미 해군의 대포 차(Navy Gun Car). 당시 사정 거리가 3만 8000m에 달할만큼 강력했다. 현재 워싱턴 DC 미 해군 박물관에 전시돼 있다.<사진=이석봉 기자>

미 국방성의 과학 지원 관련 자료. 과학연구에 대한 연방 자금이 일선 장병들에 도움된다는 문구가 보인다.<사진=이석봉 기자>미 국방성의 과학 지원 관련 자료. 과학연구에 대한 연방 자금이 일선 장병들에 도움된다는 문구가 보인다.<사진=이석봉 기자>

2019년 미 정부 연구개발 예산안.국방 분야가 압도적으로 많고 보건 에너지 우주 기초연구의 순이다.<사진=이석봉 기자>2019년 미 정부 연구개발 예산안.국방 분야가 압도적으로 많고 보건 에너지 우주 기초연구의 순이다.<사진=이석봉 기자>

현재 DOE의 사명은 원자력 연구를 비롯해 미국의 에너지원의 개발·관리이다. 셰일 오일 등 새로운 에너지원뿐 아니라 무기 개발 등도 소관 업무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국방부 외에는 무기를 개발하거나 관련 업무를 한다는 이야기가 낯선데 미국은 국방성뿐 아니라 다른 부서에서도 독자적으로 무기를 개발하는 것이다.

에너지성의 대표적 업무 가운데 하나는 17개 미 국립연구소 관장이다. Ames Laboratory, Argonne National Laboratory, Brookhaven National Laboratory, Fermi National Accelerator Laboratory, Idaho National Laboratory, Lawrence Berkeley National Laboratory, Lawrence Livermore National Laboratory, Los Alamos National Laboratory, National Energy Technology Laboratory, National Renewable Energy Laboratory, Oak Ridge National Laboratory, Pacific Northwest National Laboratory, Princeton Plasma Physics Laboratory, Sandia National Laboratories, Savannah River National Laboratory, SLAC National Accelerator Laboratory, Thomas Jefferson National Accelerator Facility 등 세계적 연구소가 산하에 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과기부에 해당하는 업무를 에너지성에서 하고 있는 것이다. 홈페이지에는 장관이 부임하고  17개 연구소를 순방하는 모습이 동영상으로 게재돼 있기도 하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본사에 있는 역대 간행물 표지 모음.<사진=이석봉 기자>내셔널 지오그래픽 본사에 있는 역대 간행물 표지 모음.<사진=이석봉 기자>

전쟁이 끝나고 미국 과학의 앞날에 대해 의미있는 보고서가 하나 나온다. 과학 정책가 바네바 부시는 루즈벨트 대통령의 부탁을 받고 '과학, 끊임없는 개척(Science,the Endless Frontier)'이란 보고서를 제출한다. 영토상의 개척은 끝났지만 과학 분야는 지속적으로 개척해야 할 미지의 분야임을 지적한 것이다.

이 보고서에서는 국방과 질병과의 전쟁이 강조됐다. 이 보고서에 따라 1950년에 만들어진 기관이 미국 과학재단(NSF)이다. 수학, 컴퓨터 과학, 사회과학, 공학 등 폭 넓은 분야를 지원한다. 미 대학의 기초 연구 지원도 담당한다. 중력파 연구도 이 재단에서 지원한 사업 가운데 하나이다. 본부는 워싱턴 교외이고 식민지 시대부터 번창한 알렉산드리아에 소재해 있다.

NSF의 출범에 의해 정부가 과학자들에 연구자금을 공식적으로 지원하게 되는 제도가 마련됐다. 이전에는 전시의 국방 분야를 제외하고는 과학이 개인 혹은 기업 차원의 일이었고 정부의 지원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과학재단의 출범을 통해 평시에도 정부 지원이 이뤄지게 된 것이다.
AAAS 연차 총회에는 미 과학재단(NSF)도 참가해 과학자들에게 지언사업을 알리고 AAAS와 함께 과학기술문화를 조성해 협력한다.<사진=이석봉 기자>AAAS 연차 총회에는 미 과학재단(NSF)도 참가해 과학자들에게 지언사업을 알리고 AAAS와 함께 과학기술문화를 조성해 협력한다.<사진=이석봉 기자>

전쟁에서 이기고, 과학재단 출범 등으로 순조롭던 미국의 과학 기술 발전과 정책에 큰 충격을 준 사건이 1957년 일어난다. 바로 스푸트니크 쇼크이다.

소련의 위성 발사는 전 미국에 비상을 건 셈이었고, 모든 분야에서 원점에서의 재검토가 이뤄진다. 과학관련 기구의 개편과 신설도 이뤄진다. 대통령에의 과학자문기구로 PSAC(President's Science Advisory Committee)가 발족한다.

이어 대통령 직속의 과학기술국(Office of Science and Technology, OST)이 설치된다. 이와 함께 소련의 우주 개발에 대응하기 위해 우주개발을 주 업무로 하는 항공우주국(NASA)가 출범하고, 혁신적인 국방 기술 개발을 목적으로 하는 국방성 산하 첨단 연구소(DARPA)가 설립된다. NASA 본부는 미 의회와 백악관 사이에 위치하고 있고, DARPA는 워싱턴 외곽에 자리한다.

NASA 본부는 워싱턴에 있고 각 연구소는 전국에 산재해 있다. John F. Kennedy Space Center (Florida), Ames Research Center(California), Armstrong Flight Research Center(formerly Hugh L. Dryden Flight Research Facility, California), Goddard Space Flight Center(Maryland), Jet Propulsion Laboratory(California), Lyndon B. Johnson Space Center(Texas), Langley Research Center(Virginia), John H. Glenn Research Center(Ohio), George C. Marshall Space Flight Center(Alabama), John C. Stennis Space Center(Mississippi). NASA는 자신들의 활동을 알리기 위해 각 지부는 물론 본부에서 연구실을 개방하고 우주 활동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DARPA는 연구 문화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실패 가능성이 높지만 성공하면 국방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는 연구에 투자하는 새로운 패턴을 선보였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연구의 모델을 세운 것이다.

여기서 나온 연구 결과물은 가운데 대표적 사례는 인터넷의 전신인 ARPANET, 미사일 정밀 유도 기술, GPS,무인 항공기(UAV) 등등의 기술이다.

DARPA는 프로젝트를 결정하며 피어 리뷰 등의 방식 보다는 큰 권한을 가진 프로그램 매니저가 자신의 책임 아래 과제를 발굴하고, 승인을 받으면 연구가 진행된다. 또한 단년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3~5년 정도 기간에 걸쳐 이뤄지고, 성취도에 따라 연구비 지원이 탄력적으로 운용되는 특징을 갖는다.

이러한 DARPA의 지원 방식은 효과성이 입증되며 이후 중앙정보국(CIA), 국가 안정보장성, 에너지성 등에서도 이 방식을 도입하게 된다.

워싱턴 외곽에도 과학 관련 기관이 산재해 있다. 대표적인 것이 미 국립보건원(NIH)이다. 1887년에 설립되었고 바이오와 의학, 공중 보건 연구 등에 있어 세계 최고의 실력을 자랑한다. 1870년대 이민자 증가로 다양한 전염병이 유행했다.

카네기 연구소에 강당 벽화의 일부. 태평양을 배경으로 과학을 연구하는 모습.수학 천문학 화학 지리학 지구물리학 등의 학문명이 써있다.<사진=이석봉 기자>카네기 연구소에 강당 벽화의 일부. 태평양을 배경으로 과학을 연구하는 모습.수학 천문학 화학 지리학 지구물리학 등의 학문명이 써있다.<사진=이석봉 기자>

이에 따라 1887년 뉴욕주 해군병원에 만들어진 위생 연구소에서 콜레라균을 분리한 것에서 시작된다. 이후 감기와 희귀한 유전병, 각종 질병과 장해의 원인을 진단, 치료, 예방하는 연구를 해왔다.

의학 등에 대한 새로운 지식 보급으로 인류의 건강 상태를 개선시킨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곳에서 지원받은 연구로 2017년 현재 153명의 과학자가 노벨상을 받았다.

미 식품 의약국(FDA)와 특허청, 과학전문 방송인 디스커버리, 미 해군 박물관 등등도 워싱턴 DC에서 차로 30분내 거리에 자리 잡고 있다.

미 과학재단에 근무하는 조슈아 샤못은 "워싱턴은 미국의 과학 수도"라며 "미 의회와 백악관이 있어 중요 정책이 여기서 결정되고, 그 과정에서 과학적 근거와 합리성이 요구돼 과학관련 많은 기구의 본부가 이곳에 있다"고 밝혔다.

또 그는 "건국의 아버지들의 과학 중시 철학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미국 사회에서 작동하고 있다"며 "정치에 있어서 과학은 중요 요소이고 워싱턴은 200여년 이상의 경험과 지식을 축적한 '과학 두뇌'"라고 덧붙였다.

맞은 편에는 대서양을 배경으로 생물학 동물학 식물학 인류학 고고학 역사 등의 학문을 적었다.<사진=이석봉 기자>맞은 편에는 대서양을 배경으로 생물학 동물학 식물학 인류학 고고학 역사 등의 학문을 적었다.<사진=이석봉 기자>

많은 과학 관련 기관들이 밀집되며 산업도 덩달아 활성화되고 있다. 워싱턴 시내에서 덜레스 공항으로 가는 길은 '덜레스 기술 회랑'(Dulles Technology Corridor)이란 이름이 붙었다.

동부의 실리콘 밸리로 기술 중심 기업들의 새로운 보금자리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제너럭 다이내믹스, 부즈 앨런 해밀턴, 캐피털 원, 베리사인 등등의 본사가 있고, 구글 애플 아도브 델 시스코 등등의 회사도 이곳에 지사를 두고 있다.

워싱턴에는 과학 문화가 형성돼 있다. 각종 과학 관련 민관의 중요 기관이 밀집돼 있고, 이들은 연차 총회라든가 각종 행사에서 수시로 교류한다.

약 10년 단위로 미국의 경쟁력 약화 혹은 새로운 위협 요인이 등장할 경우 등 현안이 발생하면 힘을 합쳐 보고서를 내고 역할 분담을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 그러면서 미국을 다시 세우고 강대국의 지위를 이어간다.

미국은 패권국으로 우리가 반드시 이해해야 할 대상이다. 그동안 정치와 경제 중심으로 워싱턴을 접해온 측면이 강하다. 그런데 그 밑바탕에는 과학이 존재함을 인식하며 대미 전략을 세움에 있어 워싱턴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과학 두뇌' 워싱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우리 나름의 대미 전략과 함께 과학 외교 전략도 수립할 필요가 있다. 200여년 넘게 축적된 워싱턴의 과학 경험과 지식은 우리의 과학연구와 문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미국 과학관련 중요 민관 기관들은 백악관을 중심으로 반경 5km내외에 위치해 있다.필요시 기민하게 만나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거리이다.<사진=이석봉 기자>미국 과학관련 중요 민관 기관들은 백악관을 중심으로 반경 5km내외에 위치해 있다.필요시 기민하게 만나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거리이다.<사진=이석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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