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승현 GIST 총장 26일 대덕 열린포럼서 발표
AI에 5년간 4061억원 지원, 광주 예타면제 사례 설명
문승현 총장 "혁신지역이 국가 발전 이끄는 시대"

"연구개발(R&D) 열심히 하면 충분하다고요? 방향이 잘못되면 연구를 아무리 열심히 해도 미래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전략이 필요한거죠." 

문승현 GIST(광주과학기술원) 총장은 26일 대덕테크비즈니스센터(TBC)에서 열린 대덕 열린포럼에서 미래 경제는 국가에 의존해선 안 되고 지역에서 방향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총장은 "혁신 지역이 국가 발전을 이끄는 시대"라며 "지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주도적으로 설정하고, 지역 미래를 위해 대학·지방정부·연구소·기업 등이 협력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26일 대전 대덕테크비즈센터(TBC)에서 열린 '대덕 열린포럼'에서 발표를 맡은 문승현 GIST(광주과학기술원) 총장. <사진= 윤병철 기자>
26일 대전 대덕테크비즈센터(TBC)에서 열린 '대덕 열린포럼'에서 발표를 맡은 문승현 GIST(광주과학기술원) 총장. <사진= 윤병철 기자>
대덕 열린포럼은 광주시가 '인공지능 중심 산업융합 집적단지 조성 사업'을 예타 면제 사업으로 선정 받기까지 과학계에서 중심 역할을 한 문승현 총장을 초청했다. 이날 포럼은 연구자, 연구지원기관, 지자체 공무원 등 6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정부는 지난달 29일 국가 균형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예타 면제 사업을 발표했다. 광주시의 '인공지능(AI) 중심 산업융합 집적단지 조성사업'에 정부는 2020년부터 5년간 4061억 원을 투입한다.

타 지자체가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인 토건 사업에 집중한 반면, 광주시는 AI라는 미래 동력을 확보하면서 타 지자체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특히 과학계, 지자체, 정치인이 협력해 지역이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했다는 측면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문 총장은 "미국 실리콘밸리, 중국 선전이라는 혁신 지역이 나라 발전을 이끈다"면서 "대학·지방정부·연구소는 4차 산업혁명 시대 흐름에 맞는 지역 맞춤 전략을 구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광주의 전략, 지역에서 대학의 역할 등 다양한 이야기를 청중에게 전달했다.

◆ "대학은 지역의 10년 뒤 모습···지역 도시 선도하는 기능 있어야"

문승현 총장은 "대학의 역할은 그 지역의 10년 후 모습을 그리는 일"이라며 "대학이 도시를 선도하는 기능을 하지 않으면 그 도시의 미래는 찾기 어렵다"고 역설했다.

GIST는 1993년 11월 과학기술 인재 양성을 통해 지역·국가에 기여한다는 취지로 설립됐다. 2015년 2월 부임한 문 총장은 제조업·광산업 기반의 지역 산업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부합하는 생태계로 탈바꿈시키기 위해선 대학의 교육·연구가 지역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를 위해 대학 내 융합기술원을 신설하고, 지역과의 접점을 모색했다.

GIST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을 융합으로 판단했고, 핵심기술로 AI를 꼽아 관련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당시 광주시는 첨단지구에 R&D 센터를 구축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자는 기조였다.

문 총장은 "광주시 공무원, 정치인과 대화를 많이 나눴다. 광주가 그동안 가져왔던 제조업 기반 생태계를 바꾸지 못하면 우리에게 어떤 미래가 도래할지 질문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광주시도 문 총장의 제안을 받아들이며 AI 단지 조성 사업을 추진해나갔다. 이후 예타 사업 면제로 이어지며 지역의 100년 동력을 창출하게 됐다.

문 총장은 "GIST는 지역 산업을 선도하는 기관으로서 해야 할 의무를 한 것"이라며 "대학은 지역의 미래를 그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역민, 공무원, 정치인 모두가 AI 센터 구축에 뜻을 모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며 "지역에서 사랑받지 못하는 대학이 해외에서 사랑받을 수 없다. 지역에 기여하고 세계로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참석자들이 문승현 총장의 발표에 집중하고 있다. <사진=윤병철 기자>
참석자들이 문승현 총장의 발표에 집중하고 있다. <사진=윤병철 기자>
◆ "혁신 지역이 국가 발전 이끄는 시대···지역 분석해 미래 전략 구축 必"

광주는 지역의 생태계를 분석해 맞춤 전략을 구상했다. 지역 산업 중 미래 가치가 높은 '자동차, 에너지, 헬스케어'를 3대 사업으로 꼽았다. 이러한 지역산업에 AI 알고리즘을 접목해 산업을 지능화하고,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도시가 되겠다는 것이다.

문 총장은 "도시를 혁신하려면 ICT 기반의 혁신이 일어나야 한다"면서 "4차 산업혁명 흐름에 맞도록 광주의 산업을 통째로 바꿔보자는 생각으로 뜻을 모은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는 "과학기술인들은 데이터 중심의 새로운 지식 창출 도전에 나서야 한다"고 진단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지금의 세대가 흐름을 읽지 못하고 미래를 개척하지 못하면 후손들에게 좋은 도시를 물려줄 수 없다"며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방향이 제대로 설정되지 않으면 우리 미래는 달라지지 않는다"고 내다봤다. 문 총장은 지역 내 혁신주체 간 협력을 통해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지며 발표를 마쳤다.

◆ 다양한 질의 전개···"대덕의 풍요로운 환경, 긴박함 줄이지 않았나 싶다"

문승현 총장이 한 참석자와 질의응답을 나누고 있다. <사진=윤병철 기자>
문승현 총장이 한 참석자와 질의응답을 나누고 있다. <사진=윤병철 기자>
참석자들과 문승현 총장은 발표 이후 1시간 넘게 질의응답을 펼쳤다. 한 참석자가 '지속가능한 성공 요인'에 대해 묻자 문 총장은 "AI단지가 지속가능하려면 가장 중요한 원칙이 R&D가 산업의 한 뿌리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또 국내외 인재 유치가 중요한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대덕의 혁신생태계 장단점을 묻는 질문에 그는 "대덕에 비해 광주의 커뮤니티는 작다. 오히려 그래서 더 많이 만나고 소통할 수 있었던 것"이라면서 "대덕은 우리 입장에서 부러움의 대상이고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아무래도 그런 풍요로움 때문에 긴박함, 위기의식이 없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이날 한 참석자는 "GIST는 광주를 보는 데 KAIST는 대전을 안 본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는 "KAIST뿐만 아니라 대덕에 있는 출연연도 마찬가지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한편 3월 대덕 열린포럼은 이정동 대통령 경제과학특별보좌관(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을 초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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