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온 플라즈마 운전기술 기반도 마련···올해 10초 도전
한국, KSTAR 발판 日·中과 연구 주류로 도약

에너지는 물, 식량과 함께 지속가능한 인류의 삶 영위를 위해 필수 요소다. 특히 에너지는 국가가 최소한의 산업을 영위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핵심요소로 에너지 자립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된다. 미래 세대 에너지 자립은 연료 매장량이 아니라 과학기술 보유 여부로 가려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학선진국들이 핵융합에너지에 집중하는 이유다. 대덕넷은 한국형 인공태양연구 장치 'KSTAR' 본격 가동 10주년을 맞아 그간의 성과와 앞으로 방향을 짚어본다.<편집자주>

핵융합에너지는 태양에너지 원리를 활용한 에너지로 인공태양이라 불린다. 즉 태양이 높은 온도와 압력으로 핵융합이 일어나면서 에너지를 만들듯, 지구 상에서 중수소와 삼중수소의 핵융합을 통해 에너지를 얻는 방식이다. 중수소는 바닷물에서 추출할 수 있어 원료가 무한하고, 폐기물이 적으며, 폭발 위험이 없어 궁극의 미래 에너지 중 하나로 손꼽는다.

태양보다 중력이 약한 지구상에서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핵융합장치가 필요하다. 여러 방식 중 초고온의 플라즈마를 D자 모양 초전도 자석으로 자기장을 만들어 가두는 토카막 방식이 실용화에 근접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의 핵융합연구장치 'KSTAR(Korea Superconducting Tokamak Advanced Research)'는 토카막 방식이다. 국가핵융합연구소는 지난 1995년부터 2007년까지 국내기술로 KSTAR를 개발하고 2008년 최초 플라즈마를 발생시켰다. 이듬해 본격 가동되며 올해 실험 10주년을 맞았다. 

핵융합 연구에서 뒤쳐졌던 한국은 일명 '인공 태양'이라고도 불리는 이 장치를 발판으로 미국, 일본, 중국과 함께 세계 핵융합 연구를 이끄는 국가 중 하나로 발전했다. 또 전 세계 7개국이 공동으로 프랑스 남부 카다라쉬 지방에 건설하는 인류 최대 프로젝트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건설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원동력이 됐다.

윤시우 국가핵융합연구소 KSTAR연구센터장은 "10여년전 해외에서는 한국의 KSTAR에 관심을 갖지 않았고, 장치나 제대로 만들 수 있겠냐는 반응이 대다수였다"면서 "KSTAR가 지속적으로 성과를 내는 장치라는 것은 분명하며, KSTAR의 제작·운영 경험은 한국이 일본, 중국과 함께 세계 핵융합 연구 주류로 약진하는 바탕이 됐다"고 설명했다.

최근 KSTAR는 초전도 토카막 핵융합 연구장치 중 세계 최초로 중심 이온온도 1억도 이상의 초고온 고성능 플라즈마를 1.5초간 유지하는데 성공했다. 핵융합 실험에서 이온온도를 높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번 성공으로 핵융합에너지 상용화에 한 발 더 다가섰다.

KSTAR 진공용기 내부.<사진=국가핵융합연구소 제공>
KSTAR 진공용기 내부.<사진=국가핵융합연구소 제공>

KSTAR 플라즈마 이온온도 1억도 달성 영상 캡처.<사진=국가핵융합연구소 제공>
KSTAR 플라즈마 이온온도 1억도 달성 영상 캡처.<사진=국가핵융합연구소 제공>
◆KSTAR, 1억도서 1.5초간 유지···올해 10초 도전

"지난해 말 이온온도 1억도에서 초고온 고성능 플라즈마를 1.5초간 유지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핵융합 반응이 효율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최소한의 온도에서 플라즈마를 구현했습니다. 이 실험을 바탕으로 세계 최초로 10초 이상 유지하는데 도전하려고 합니다."

윤 센터장은 이같이 연구성과를 설명했다.

태양보다 중력이 훨씬 작은 지구에서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태양중심 온도인 1500만도의 7배인 1억도 이상의 고온·고밀도 플라즈마를 오랜 시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KSTAR 연구센터는 2008년 첫 플라즈마 달성에 이어 2010년 초전도 핵융합장치에서의 고성능 모드인 H-모드를 달성했다. 이듬해 핵융합 선진국도 해결하지 못했던 제어 기술 성공으로 H-모드 연장에 성공했다.

2014년 1만번째 플라즈마, 2016년 H-모드 운전 최장 기록인 70초, 2017년 73초 운전에 성공하며 ITER 기본운전 형상 구현에 성공했다. 지난해 8월말부터 12월까지 진행한 KSTAR 플라즈마 실험에서 초전도 토카막에서 플라즈마 이온온도 1억도 달성에 성공했다. 

이번 기록은 미래 핵융합실증로에 적용할 차세대 플라즈마 운전모드를 구현하는 실험으로 달성됐다. 플라즈마 중심부를 효과적으로 가열하는 기술을 적용해 더 오랜 시간 플라즈마를 유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초고온 플라즈마의 장시간 운전은 핵융합 상용화를 위한 핵심운전기술이다. 올해 이를 10초 이상으로 확대해서 운전하면 ITER의 운영단계에서 고성능 플라즈마 실험을 주도할 수 있는 연구 역량도 확보하게 된다. 이를 위해 국가핵융합연구소는 올해 중성입자빔 가열장치를 추가로 도입한다.  

윤 센터장은 "제한적인 가열장치 입사조건 하에서 진행되어 1억도 이상 초고온 플라즈마를 짧은 시간 동안 유지했으나, 올해는 추가 도입되는 중성입자빔가열장치를 활용해 1억도 이상 초고온 플라즈마를 세계 최초로 10초 이상 안정적으로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10초는 기존 장치들이 극복하지 못한 시간적 한계를 뛰어넘는 것으로 10초, 100초, 300초 순으로 마일스톤을 이뤄나가게 될 것"이라면서 "온도는 KSTAR가 견딜 수 있는 1억 5000만도 수준이면 충분할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번 성과는 오는 20일 KSTAR 실험 10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국제 핵융합 학술대회인 'KSTAR 컨퍼런스 2019'에서 국내외 연구자들에게 발표될 예정이다.

유석재 국가핵융합연구소장은 "이번 성과는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는 주체인 '이온'의 온도가 1억도 이상을 달성해 의미가 있으며, 초전도 토카막 핵융합장치로서는 세계 최초"라고 설명했다. 

최원호 과기부 거대공공연구정책관은 "핵융합에너지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추면 우리의 강력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며 "핵융합 기술의 세계적 리더십을 확보하도록 핵심기술 개발과 인재양성, 산업 확충 등 기반 강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 KSTAR.<사진=국가핵융합연구소 제공>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 KSTAR.<사진=국가핵융합연구소 제공>
◆한·중·일, 핵융합 연구 주류로···중국 인력·연구 투자 확대하며 빠르게 발전

핵융합에너지개발 진흥기본계획에 의하면 핵융합 에너지를 활용한 상용발전소 건설은 2050년으로 예정돼 있다. 그만큼 기술 장벽이 높고, 난제가 많이 남아있다는 의미이다.

KSTAR를 활용한 기초연구부터 ITER를 이용한 기술·공학적 발전이 이뤄져야 한다. 또한 핵융합 실험로의 시스템을 최적화하고, 경제성을 검증하기 위한 시험로 건설도 요구된다. 

윤 센터장은 "핵융합발전소의 관건은 고온 플라즈마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라면서 "각종 변수들을 극복해야 하고, 고성능 플라즈마를 유지하는 운전 모드 개발, ITER 실험, 고온을 견디는 소재 개발 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 7개국은 프랑스에 국제핵융합실험로인 ITER를 건설하고 있다. 최근 공정률은 60%를 넘기며 오는 2025년 첫번째 플라즈마 달성이 가시화되고 있다.

전 세계 각국 차원에서 연구개발 투자도 강화되고 있다. 대표적인 국가가 미국, 유럽, 한·중·일 동북아 3개국이다. 

최근에는 중국의 행보가 본격화되고 있다. 중국은 EAST를 활용해 전자온도 1억도를 달성하기도 했다. 

윤 센터장은 "기술력을 충분히 확보했다고 판단한 미국은 현재 노후화된 장치를 교체하지 않고, 차세대 핵융합 실험로 건설보다 인력 양성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현재 연구개발이 가장 활발한 국가는 한국, 중국, 일본"이라고 말했다.

윤 센터장은 "중국은 후발주자인데 인력, 예산 투자를 확대하며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면서 "현재 한국의 가장 큰 경쟁상대라고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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