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이야기] 광주시 인공지능 산업 예타 면제 선정까지 2년간 준비
GIST 제안하고 지자체 귀기울이고 정치인 동력 역할
"데이터 센터 인프라 구축하고 자동차 에너지 헬스케어와 연계해 지역산업 혁신 이끌것"

문승현 총장이 GIST 뒤로 들어설 광주 인공지능 중심 산업융합 집적단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김인한 기자>
문승현 총장이 GIST 뒤로 들어설 광주 인공지능 중심 산업융합 집적단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김인한 기자>
과학자는 인공지능(AI)이 가져올 삶과 산업의 변화를 공무원, 경제인, 시민에게 지속적으로 설명했다. 지자체는 과학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정치인은 부처와 곳곳을 다니며 지역내 인공지능 인프라 구축 필요성을 강조하는 동력원을 자처했다. 과학계, 지자체, 정치인이 똘똘 뭉쳐 지역을 넘어 국가의 100년 동력을 완성한 셈이다.

광주시의 이야기다. 정부가 지난달 29일 23개의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이하 예타 면제) 대상 사업을 발표한 가운데 광주시는 '인공지능 중심 산업융합 집적단지 조성사업'이 선정돼 각계의 주목을 받았다. 미래 동력을 확보했다는 부러움이다.

대부분 지자체가 철도, 도로 등 예산 규모가 큰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에 집중한 반면 광주시는 예산 4000억원(당초 1조원에서 기간이 단축되며 예산 감소)의 인공지능 산업을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사업으로 추진했다. 100년 후 광주시의 미래를 위해 인공지능 혁신도시로서 위치를 선점하고 대한민국 혁신 성장의 한축을 담당하자는 공감대가 이뤄지며 가능했다.

당장 가시적인 효과를 거둘 수 없는 인공지능 산업분야에 광주시는 어떻게 확신을 가질 수 있었을까. 이면에 과학자, 지자체, 정치인 간 2년여 동안 지속적인 만남이 있었다. 서로 논의하고 협력하며 지역의 미래 성장 동력을 가시화하는데 성공했다.

◆과학자 지속 설명하고 지자체 귀기울이고 정치인 동력

"2016년 다보스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이 언급됐어요. 광주시는 2017년 대선을 앞두고 4차 산업도시를 하겠다는 타이틀을 내놨고 GIST(광주과학기술원)는 내용 기획에 들어갔어요. 엔진은 인공지능이라고 보고 에너지, 자동차, 헬스케어를 주력분야로 선정해 추진했습니다."

광주시의 미래 준비는 2016년 4차 산업혁명 용어가 언급되면서부터 2년 반동안 진행됐다. 과학계와 지자체의 긴밀한 협력이 이뤄졌던 셈이다.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광주시는 4차 산업혁명 도시로 방향을 정했다. GIST는 인공지능을 미래 동력으로 제안했다. 광주시는 GIST의 제안을 적극 수용, 대통령 국정과제에도 포함될 수 있도록 했다.  또 광주시의 주요산업인 에너지, 자동차 등 기존 산업체계와 고령 친화 도시인 광주의 특성을 담은 헬스케어를 바탕으로 미래지향적 산업단지로 혁신한다는 연계안도 구체화 했다.

인공지능을 제안한 GIST에는 인공지능 전도사 문승현 총장과  임혁 단장이 있었다. GIST 초창기 교수로 부임한 문승현 총장은 2015년 총장에 선임됐다. 그는 2016년 무렵부터 시민, 경제인, 공무원 대상의 강연에 자주 나섰다. 언론에 기고도 틈틈이 했다. 그러면 AI의 중요성이 지역에 스미도록 했다. 또 자원 부족 국가의 지속성은 선진 과학기술 보유 여부에 달려 있음을 역설했다.

임혁 단장(GIST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은 문 총장과 함께 인공지능 산업 중요성을 알리는 실무를 맡았다.<사진=김인한 기자>
임혁 단장(GIST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은 문 총장과 함께 인공지능 산업 중요성을 알리는 실무를 맡았다.<사진=김인한 기자>
문 총장은 "4차 산업혁명 관련 강연과 책을 보면서 본질이 정보에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정보를 핸들링하고 기계에 연결하는 것이 스마트 팩토리의 핵심인데 그런 관점에서 보니 인공지능이 중심에 놓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인공지능을 중심에 놓고 업스트림, 다운스트림 속에 자율차, 에너지 등 핵심요소기술이 보였다"며 인공지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임혁 단장은 이번 진행에 참여하면서 스스로 확신과 지역 공감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AI로 방향을 잡기까지 설득하고 논의하고 의견을 모아야 하는데 일자리가 없어질 수 있다는 우려 의견도 있었다"면서 "우리 사업으로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단지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이 필요했다. 해외 사례를 찾아 설명하고 설득하며 지역내 공감대가 확산됐다"며 당시를 기억했다.

광주시는 예타 면제 사업 제안을 놓고 GIST의 제안을 적극 수용했다. 광주시도 다른 지자체와 마찬가지로 대규모 SOC 사업을 제안하자는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광주시는 GIST의 제안에 공감하며 미래 동력인 '인공지능 사업'을 선택했다.

손경종 광주시 전략산업국장은 "지난해 예타 면제 이야기가 나오면서 다양한 사업이 올라왔다. 4조, 6조원 예산의 큰 규모 SOC 사업도 있었지만 광주시는 지역 혁신 성장 아이템을 선정했다"면서 "일부 지적도 있었지만 미래까지 갖고갈 수 있는 인공지능을 선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타 면제 사업 선정까지 실질적 업무를 담당했던 광주시 스마트시티과 김영선 과장 역시 "광주는 대덕만큼은 아니지만 연구기관과 기업이 몰려있고 GIST를 포함한 연구인력도 있다"면서 "또 자동차, 에너지 산업이 있고 고령 친화 도시로 헬스케어 레퍼런스가 가능하다. 인공지능과 관련 산업을 연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협력이 이뤄진데는 광주시의 지역혁신성장협의회(이하 협의회)의 역할도 컸다. 협의회는 부시장을 비롯해 광주첨단산업단지에 위치한 연구소, 협력기관 등 기관장이 모두 참여한다. 광주시 연구기관과 지원기관 수장이 모두 매월 한자리에 모여 지역 발전 방향을 설정하고 논의한다.

김 과장은 "이번 예타 면제는 광주시를 비롯해 과학계, 지역에 위치한 기관의 협력으로 가능했다"면서 "막바지에는 공무원들도 주말을 반납하고 모두 나와 힘을 보탰다. 특히 김경진 국회의원이 발벗고 나서서 동력 역할을 했다"고 귀띔했다.

광주시가 인공지능 산업 분야로 예타 면제 사업을 선정하기까지 역할을 맡았던 손경종 국장(왼쪽)과 김영선 과장(오른쪽).<사진=김인한 기자>
광주시가 인공지능 산업 분야로 예타 면제 사업을 선정하기까지 역할을 맡았던 손경종 국장(왼쪽)과 김영선 과장(오른쪽).<사진=김인한 기자>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위원인 김경진 의원(민주평화당, 광주 북구 갑)은 검사출신 변호사다. 김 의원은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담은 책 '문명'으로 출판기념회를 가질 정도로 과학계에 관심이 높다.

김 의원은 지역구와 상관없이 이번 광주시의 예타면제 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기까지 보이지 않게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김 의원은 "국가는 부국강병 기반속에서 지속가능하다. 이번 인공지능 예타면제 사업은 지자체를 넘어 한국의 미래 동력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한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 광주시, 데이터센터 실증동 기업동 인프라 집적 예정

광주시가 인공지능 산업을 예타 면제 대상 사업으로 추진하면서 관련부서인 스마트시티과 구성원들 대부분은 주말도 반납, 업무에 집중했다. 구성원들은 "누구라도 그렇게 했을 것"이라면서 서로를 격려했다.<사진=김인한 기자>
광주시가 인공지능 산업을 예타 면제 대상 사업으로 추진하면서 관련부서인 스마트시티과 구성원들 대부분은 주말도 반납, 업무에 집중했다. 구성원들은 "누구라도 그렇게 했을 것"이라면서 서로를 격려했다.<사진=김인한 기자>
광주시의 인공지능 중심 산업융합 집적단지 조성 사업의 핵심은 글로벌 인공지능 역량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지역 주력산업을 육성하는 것이다.

예타 면제 사업은 기반인프라 구축 , 산업융합 R&D, AI 창업보육지원을 중심으로 1조원 규모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다. 이번 예타면제는 1단계로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간 40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광주시는 GIST 담장을 따라 위치한 첨단3지구 연구교육단지내 66만1157m²(20만평 규모)부지에 AI 연구개발을 위한 연구시설, 벤처와 스타트업 입주공간, AI 특화 데이터센터 등 인공지능 특화 인프라를 구축할 예정이다.

광주지역 3대 주력산업인 자동차(기아차 중심 280개 자동차 중소기업), 에너지(한전 중심 312개 기업), 헬스케어(헬스케어분야 300여개 기업, 병원, 노인건강타운)를 중심으로 AI 기반 혁신기술 개발, 실증, 사업화를 지원하는 개방형 산업융합 집적단지를 조성하겠다는 의지다.

인공지능 사업으로 광주시는 스타트업 창업 1000개, 고용효과 2만7500명, 인공지능전문인력 5150명 확보를 기대하고 있다. 또 지역 경제의 혁신성장과 국가 균형발전 달성을 목표로 한다.

김영선 과장은 "인공지능에 올인하면서 1단계 국가적 데이터센터가 구축되고 관련 기업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면서 "1단계 인프라 구축 후 2단계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국가 사업도 지역에서 환영받아야 성공하는데 지역 산업이 업그레이드 되도록 빅데이터, 양자정보통신도 같이 가며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승현 총장은 "GIST 교수진이 지역기업과 협력할 수 있도록 예산도 배정하고 월 1회 CEO를 초청해 기술을 설명하는 자리도 마련하고 있다. 매회 50명 이상의 기업인이 참여한다"면서 "지역주민이 볼 수 있는 성과전시회도 매년 열고 있다. 많은 분들이 오신다. 교수진의 시민 대상 외부 강의도 적극 권장하며 지역과 협력 할 수 있도록 한다"며 과학계와 지역유대 중요성을 강조했다.

인공지능 산업단지가 들어설 첨단 3지구(사진 위)와 아직 개발되지 않은 모습.<사진=광주시, 김인한 기자>
인공지능 산업단지가 들어설 첨단 3지구(사진 위)와 아직 개발되지 않은 모습.<사진=광주시, 김인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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