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30일 청와대서 이정동 특보, 이제민 부의장과 오찬

문 대통령은 30일 청와대에서 이정동 특보, 이제민 부의장과 오찬 자리를 가졌다. 이 자리에선 경제, 혁신 분야의 주제로 대화가 오갔다. <사진=청와대 제공>
문 대통령은 30일 청와대에서 이정동 특보, 이제민 부의장과 오찬 자리를 가졌다. 이 자리에선 경제, 혁신 분야의 주제로 대화가 오갔다. <사진=청와대 제공>
이정동 대통령 경제과학특별보좌관은 30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오찬 자리에서 "재정 확장을 개인 돈으로 보면 주머니를 키우는 건 케인즈식으로 하고 쓸 때는 슘페터식으로 혁신적으로 하는 게 좋다"고 언급했다. 

이정동 특보가 언급한 슘페터 하버드대 교수는 기업이 기존 생산방식을 개선해 다른 제품을 출시해 이윤을 창출하면 경쟁기업도 이를 따라가지 않을 수 없고, 이러한 과정에서 경제시스템에 변화가 생기며 혁신이 지속돼 경제시스템을 바꿔 나간다고 설파한 학자다. 

기업가가 도전할 수 있는 여건을 정부가 조성해줘야 한다는 게 슘페터의 주장이다. 이 특보의 발언은 현 정부가 '혁신성장'을 주장하면서도 규제로 기업을 옥죄는 실정을 두고 우회적으로 쓴소리를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목에서 이 특보는 가수 조용필을 언급하며 전면적인 혁신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는 "조용필이 지난해 50주년 콘서트를 했는데 놀라운 건 항상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것"이라며 "어떤 가수는 주구장창 같은 노래만 부르는데 조용필은 끊임없이 한발씩 내딛는다. 그게 바로 혁신"이라고 설명했다. 

이정동 특보는 문 대통령에게 한국의 창업 문화를 해외 사례와 비교하며 제언을 이어갔다. 이 특보는 "중국은 벤처기업들이 정부의 힘으로 창업하고, 성장한 뒤 실리콘밸리에서 큰돈을 번다"며 "한국 인재들은 대학에서 논문을 쓰지만, 중국은 현장에서 물건을 만들고 돈을 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장 공무원들이 민간을 자극할 수 있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현장 책임자가 도전하기 어려운 시스템"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우리나라 성문법 체계와 관련이 있으며 법적 근거가 없으면 과감한 행정을 펼 수가 없다"면서 "금지돼 있지 않으면 모든 것을 다할 수 있도록 법령을 폭넓게 해석해줘야 한다"고 했다. 이어 그는 "감사원이 그 방향으로 가고 있으나 아직은 공직 문화가 굳어져 있다"고 덧붙였다. 

이 특보는 "미국 창업자의 나이는 평균 40대 중반이고, 실리콘밸리에서 활동하는 하이테크 창업자 평균 나이는 50대"라며 "우리처럼 20대가 아니고, 경험이 풍부하고 시행착오가 온몸에 새겨진 사람들이 창업하는 것이다. 정부도 이런 경력자 창업을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그 말이 마음에 든다"며 "시니어 창업이란 말을 써서 어색했는데 앞으로는 경력자 창업이라는 말을 써야겠다"고 공감했다. 

창업과 관련한 주제가 이어지자 문 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 시절 벤처기업을 처음으로 만든 사람들은 대부분 실패했다"며 "그러나 그걸 인수한 사람들은 성공했다. 창업자들이 8~9부 능선까지 올라갔다가 마지막 고비를 못 넘겼던 건데 인수자들이 앞 사람들의 실패를 교훈 삼아 성공률을 높인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이 특보는 "실패를 해도 사회가 이를 뒷받침해줘야 한다"며 "뒷배가 튼튼해야 앞으로 나간다"고 직언했다. 

이날 청와대에서는 문 대통령과 이제민 국민경제자문회의 신임 부의장, 이정동 경제과학특보가 오찬 자리를 가졌으며 경제, 혁신 분야의 주제로 대화가 오갔다.

한편 이정동 특보는 선진 기술을 모방해 추격하는 단계에서 시행착오의 축적을 통해 세상에 없던 제품·서비스를 정의하고 만들어가야 한다고 제언한 책인 '축적의 시간', '축적의 길' 저자다.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던 그는 올 초 경제과학특별보좌관으로 전격 발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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