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단상]'창어 4호 쇼크'가 던지는 한국 위기론

중국, 인류 최초 달 뒷면 착륙·탐사 성공
초강대국 자리매김 상징···우리 국방·안보에 빨간불
역사적으로 주변국 科技 발전은 생존 위협···동향 예의 주시해야
중국의 '우주굴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중국의 우주탐사선 창어4호가 인류 최초로 달 뒷면 착륙에 성공한데 이어 로버로 탐사활동도 개시했다. 오는 2030년까지 달 기지 건설, 화성 유인탐사로 우주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중국의 야심이 이뤄지고 있다.   

그동안 미국이나 러시아 탐사선이 달 궤도를 순환하고, 달 앞면에 착륙한 적은 있었다. 하지만   달 뒷면은 못했다. 험난한 지형, 지구와의 직접적인 통신 어려움 등으로 시도조차 못했다. 이를 중국이 해낸 것이다. 

미지의 영역을 개척하며 중국은 노동집약국에서 벗어나 최첨단기술 보유국의 위상을 공고히 했다. 지난 1999년 선저우 1호를 발사하며 우주 개발에 뒤쳐졌던 중국이 불과 20년만에 국가적인 전략과 지원으로 단기간에 우주 강국으로 도약했다. 

중국의 성공을 놓고, 우주 강국들도 축하하는 분위기다. 미국·러시아 우주국 책임자들도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인류의 역사적인 여정'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해외 유수 언론에서도 주요 키워드로 '거대한 도약', '역사적 순간'이라며 치켜세웠다.

우주 기술은 최첨단 기술의 집합체이다. 우주시험규격을 통과하는 소재, 재료, 제품만이 우주에서 활용될 수 있다. 가장 고도화되고 경량화된 기술은 산업체로 파급될 뿐 아니라 무기체계나 정찰기술 등 국방·안보와도 직결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이는 이웃국가인 한국으로서는 생존의 위기를 느낄 정도로 충격을 받아야 할 일이다. 이미 소행성 탐사, 국제협력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우주개발을 활발히 하는 일본에 이어 중국까지 최첨단 기술로 우주 개척에 나서면서 동북아 3국 가운데 우리만 뒤쳐진 상황이다.

한국의 역사를 봤을 때 이웃국의 첨단 과학기술 발전은 국가 안보 및 생존 문제와도 직결됐다. 조선시대 임진왜란 당시 일본의 조총, 병자호란 때 청나라의 홍이포, 메이지 유신 당시 서양 문물을 활용한 무력으로 한반도는 위기를 겼었고, 결국 나라가 망한 악몽도 갖고 있다. 비극이 발생하는 동안 우리는 내부 문제에만 한 눈 팔며 이웃 나라의 위협에 대응을 못했다. 

올해는 '달 탐사 50주년'이다. 인류의 우주 도전에 새로운 장을 펼친 '창어 4호'의 성공은 '스푸트니크 쇼크' 이상의 충격파를 우리에게 던진다.

지난 1957년 소련은 스푸트니크 1호를 발사했다. 냉전체제 당시 소련의 기술을 보며 미국 사회는 충격과 혼란에 빠졌고, 이를 위기를 인식하면서 국가 일신의 기회로 활용했다. 미국 의회가 과학 교육을 강화하는 '국가방위교육법'을 제정한데 이어 우주청인 NASA를 출범시켰다. 

이후 1961년부터 가동한 유인 우주 비행 탐사 계획인 아폴로 계획이 추진되고, 정부·사회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1969년 아폴로 11호 인류 최초 달 착륙이란 결실을 거뒀다. 이는 미국인들의 긍지와 자신감을 회복시킬 뿐만 아니라 산업체 발전, 국방·안보 강화로 이어져 소련 해체를 이끌어내는데 역할을 했다. 

한국의 현실은 어떤가? 항공·우주산업계를 지켜 본 입장에서 미래는 암담하게 느껴진다. 우주 후발국인 한국은 로켓과 인공위성을 중심으로 우주에 도전했다. 연구자의 땀과 눈물로 지난 1992년 우리별 1호를 시작으로 각종 위성 개발에서 성과를 거두었다. 여기에 나로호, '누리호' 시험발사체 발사 등 로켓 분야에서도 결실을 맺었다.

하지만 현재와 미래를 놓고 볼때 우리에게는 우주개발을 위한 전략도 비전도 보이지 않는다. 중국의 창어 4호와 일본의 소행성 탐사 등 이웃 나라의 우주개발 경쟁에 비해 우리는 걸음마 수준이다. 

세계는 스페이스 X로 촉발된 'New Space 혁명'의 열풍에 휩싸이고 있다. 지구를 덮는 인공위성성망에 의한 우주 통신, 눈앞에 다가온 우주 여행 등 우주가 인류의 새로운 활동 마당이 되고 있다. 이에 맞춰 본격적 우주 시대를 대비하는 전략적 사고와 철학적 접근이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 

우리 상황은 광속도의 선진국 우주 개발에 비해 늦어도 너무 늦다. 우주개발을 위한 거버넌스부터 예산 확보, 전략, 국제관계까지 제대로 갖춰진 것이 드물다. 그런 가운데 최근 우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우주청 설립이 필요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주개발의 새판을 짜야한다는 의미이다. 

전 세계 70여개국 이상이 우주개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영토 크기나 경제 규모에 관계없이 우주청을 설립·운영하고 있다. 미국, 러시아, 일본, 중국,인도 등 우주강국을 비롯해 U.A.E, 룩셈부르크 같은 신흥국까지 우주개발 레이스에 뛰어들었다. 

한국은 우주청이 없다 보니 전문성, 독립성, 위상도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연구개발, 관리 등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연구재단,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분담해 맡고 있다. 우주 총괄 공무원은 과장급으로 상대적 위상도 낮다. 독립성, 자율성이 없다보니 우주 정책은 정권에 좌우됐다. 

박근혜 정부 당시 무리하게 개발 일정을 단축했고, 현 정부에서 전 정부가 추진한 달탐사를 가로막고 있다는 이야기도 종종 들린다. 우주개발 규모가 커지면서 전세계가 합종연횡으로 국제협력을 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 잦은 공무원 교체, 거버넌스 문제 등에 매몰됐다는 의견도 있다.
  
우주청 설립과 우주 개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더 중요한 것은 국가적 차원의 전략 마련, 심도 깊은 논의, 내실 다지기이다. 

이 과정에서 현장 전문가들이 구성원으로 참여하고, 주도적으로 전략과 액션 플랜을 짜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 또 다른 규제 기관으로 등장하거나 공무원 자리를 만드는 조직으로 전락하지 않고 국가 먹거리 창출과 생존 보장의 플랫폼이 되도록 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원래부터 강국이라 그렇다', '중국과 우리는 다르다'라며 지레 포기하는 자세도 보인다. 정치인들은 상대 비방에, 국민들은 개인 복지와 안위에 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 그런 가운데 한 우주 탐사 전문가는 안타까움 가득한 목소리로 호소한다. 

"창어 4호 쇼크에 바짝 긴장해야 한다. 이 자극도 못 받으면 우리의 장래가 암울하다. 국가 절체절명의 위기 의식만이 우리의 생존을 담보할 것이다. 이제는 깨어나야 한다."

중국국가항천국이 공개한 달 지형 촬영 사진.<사진=중국국가항천국 홈페이지 갈무리>중국국가항천국이 공개한 달 지형 촬영 사진.<사진=중국국가항천국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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