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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원자력 연구자에게 희망은 있는가

'제 8회 원자력의 날' 을 맞으며
27일, 원자력의 날이다. 2009년 UAE(아랍에미리트) 원전 수출을 기념해 2010년 제정됐다. 정확하게는 '원자력 안전 및 진흥의 날'이다.

원자력의 날 행사는 과기부처와 산업통상자원부가 번갈아 가며 준비한다. 양 부처 장관과 차관, 원자력 관계자가 참석해 원자력계 종사자들의 한해 노고를 격려하고 훈장과 표창을 수여하는 자리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장관은 참석하지 않는다. 차관이 참석하는 자리로 격하시켰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지난해 행사에서는 훈장과 포장, 대통령과 국무총리 표창도 모두 사라졌었다. 장관과 기관장 표창만 남기며 원자력계 종사자들의 사기는 바닥으로 추락했다.

올해도 양 부처의 차관만 참석했다. 그나마 사라졌던 정부 훈포장, 대통령과 국무총리 표창은 슬그머니 다시 등장했다. 올해 원자력의 날 주제는 '에너지 전환과 미래를 준비하는 원자력'이다.

그러나 정부의 급격한 탈원전 정책으로 원자력계에 미래를 준비할 동력이 남아 있는지 우려되는게 사실이다.

문재인 정권은 탈원전 정책을 내세우며 출범이후 1년 반만에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하고 신규원전 4기 사업을 백지화하는 등 어느 정책보다 속전속결로 진행했다. 대통령 공약이라면서 말이다.

에너지 정책은 긴 안목으로 진행해야 할 대표적 정책이다. 정책 과정은 문제인식부터 정책의제 설정, 의견수렴, 정책 입안 후 수정 보완을 거친 후 결정하게 된다. 집행된 정책은 여론이나 선거를 통한 국민의 지지도 등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이번 정권은 학계와 산업계, 연구현장 등 여론의 의견을 외면한채 탈원전을 추진했던 독일, 대만 등 국가의 사례를 앞세웠다. 이들 국가들도 1년반만에 정책을 결정하지 않았다.

1967년 원전을 상용화한 독일은 1980년대 독일 발전량의 30% 이상을 차지했다. 1986년 소련의 체르노빌 원전사고 이후 탈원전 정책이 거론되면서 2002년에 정책이 제도화됐다. 본격적인 탈원전이 시도된 것은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다. 탈원전이 거론되고 25년간의 논의와 절차를 통해 원전을 폐쇄하고 이후 원전 폐쇄를 결정한 셈이다.

대만은 2016년 총통이 2025년까지 탈원전을 실현하겠다고 공약했다. 총 6기의 원전 중 4기를 가동중지했다. 대만은 이후 전력 수급 불안에 시달리며 지난 11월 국민들이 투표를 통해 탈원전 정책 폐기를 결정했다.

한국은 내년이면 원자력 기술 60년을 맞는다. 우리나라는 연구자들의 집념으로  원전기술 불모지에서 기술 자립국을 넘어 기술 강국 반열에 올랐다. 세계에서도 최고의 기술력을 인정받으며 UAE와 사우디아라비아 등에 원전을 수출했다. 우리가 기술을 배워왔듯이 한국형 원전 기술을 그들에게 전수하고 있다.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사례다.

그러나 정부의 급격한 탈원전 정책으로 원자력계는 숨통이 끊어질 지경이다. 서울대와 KAIST 원자력관련 학과는 지원학생이 사라졌다. 원자력 기술의 미래를 이어줄 인력 양성 체계가 무너지는 것이다.

원자력 R&D 담당 연구기관인 한국원자력연구원 수장은 사퇴 압박에 시달리다 석연치않게 사퇴하고 말았다. 한국수력원자력과 발전 공기업들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손실이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인력도 떠나고 있다. 공기업 부도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14일은 1986년 국내 연구진 44명이 원전 기술을 배워오지 못하면 태평양에 빠져 죽겠다는 각오로 미국 윈저로 떠난 날이다. 당시 연구진은 원전 설계 기술 확보를 위해 사투를 펼쳤다. 그들의 노력으로 한국은 에너지 독립 기틀을 마련했고 오늘날 한국의 경제발전이 가능해졌다.

원자력의 날이 제정된 UAE 원전사업 수주는 당시 소나타 약 100만대, A380 초대형 비행기 약 60대 및 30만톤급 초대형 유조선 180척의 수출효과로 한국 원자력기술의 위상을 전 세계에 드높이는 발판이 됐다. 이런 성과가 있기까지 20년 이상이 걸린 것이다.

미래는 과거와 현재를 기반으로 한다. 에너지 정책이 정권에 따라 좌지우지 되어서는 안된다는 의미다. 원자력의 날을 맞아 문 정권은 일방적인 탈원전 정책이 아닌 미래를 준비하는 정책으로 원자력계와 국민에게 희망을 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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