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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얻어맞고 똥테러에도 '최애 동물'···평생 덕질할 것"

[과학청년, 부탁해㊹]이원영 극지연 박사, 까치 연구자서 펭귄연구자로
유년시절부터 조류학자 꿈 키워···"평생 현장 연구자 꿈"
애니메이션 마다가스카르, 핑구, 뽀로로 등에서 캐릭터로 접한 펭귄. 뒤뚱뒤뚱 걷는 모습이 대중에게 친숙하게 다가온다. 펭귄은 연구자에게도 호기심 가득한 동물이자 과학적 가치가 높다.

매년 이맘때면 극지연구소 연구자들은 분주하다. 남극으로 3개월 가량 파견돼 현장에서 연구를 수행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수행하는 연구중 하나가 펭귄과 연관돼 있다. 현재 남극에 파견돼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극지연구소 박사는 펭귄 연구를 이끌 젊은 과학자이다.

이원영 박사는 자연·환경 덕후. 까치 연구자에서 펭귄 연구자로 변신한 그는 대중들에게 펭귄의 가치와 연구 필요성을 알리는 활동도 적극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젠투펭귄, 턱끈 펭귄, 아델리 펭귄은 그에게 연구 대상이자 호기심 가득한 존재다. 

펭귄은 남극 생태계를 대표하는 포식자다. 펭귄의 추이를 보면서 남극 생태계 위기 척도를 알 수 있고, 생물학적·유전적으로 연구할 분야가 많다.

남극으로 파견되기 전 이원영 박사를 만나 펭귄 연구의 의미가 연구자로 활동하기까지의 과정을 들어봤다. 

이원영 극지연구소 박사는 '젊은과학은 기다림'이라고 적었다.<사진=강민구 기자>이원영 극지연구소 박사는 '젊은과학은 기다림'이라고 적었다.<사진=강민구 기자>

◆잡지 '까치'보고 꿈 키우고 관련 연구도 수행

"과학과 자연이 너무 좋았어요. 살아있는 동물을 키우면서 눈을 보고 교감하는 것이 좋았습니다."

이원영 박사가 조류 연구자로서 꿈을 키웠던 것은 유년시절때부터다. 이 박사는 초등학생때부터 동·식물, 자연에 대한 호기심이 컸다. 가재와 사슴벌레를 키우면서 관찰하는 것을 좋아했다. 중학생 때는 길을 가다 나무의 매미 유충을 보기 위해 6~7시간 서서 지켜 볼 정도로 자연·환경 덕후였다.

이원영 박사는 직접 남극에서 가져온 펭귄 표본을 설명했다.<사진=강민구 기자>이원영 박사는 직접 남극에서 가져온 펭귄 표본을 설명했다.<사진=강민구 기자>
당시 읽었던 생태잡지 '까치'를 보며 조류 연구자의 꿈을 키웠다. 수달을 관찰하기 위해 설악산 계곡을 돌아다니면서 활동하는 연구자의 모습을 보며 자연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실제 그는 대학원에서 까치를 연구하며 꿈을 현실로 이뤘다. 피오트르 야브원스키 서울대 교수의 지도를 받아 까치에 관한 행동생태진화 연구를 수행했다. 당시 진행되던 장기생태연구 프로젝트의 현장 연구 보조원으로 참여하며 이를 연구했다.

이 박사는 "까치가 둥지안에서 하는 일을 분석·관찰하는 연구인데 마치 부모가 육아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의대 진학을 바랐던 부모의 설득도 뿌리치고, 좋아하던 연구를 수행하게 되었지만 현실적 어려움도 존재했다. 열심히 실험하고, 관찰하면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과 달리 결과가 제대로 도출되지 않으면서 조바심을 갖기도 했다. 

이 박사는 "열심히 해도 결과가  나오지 않아 힘들었고, 왜 이 공부를 시작했는지 개인적 질문을 하게 됐다"면서 "슬럼프를 겪다보니 주말에 봉화, 태백산, 지리산 등 지방을 다니며 자연 속 조류를 관찰하고, 생태 관련 책을 다루는 팟캐스트도 진행하면서 재충전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그간 어려웠던 시간을 토로했다.

의도하지 않았던 실험에서 좋은 연구 결과가 나왔고, 그는 과정을 무사히 마쳤다. 이후 극지연구소에서 펭귄 연구자를 모집하던 상황에서 새로운 도전을 택하게 됐다.

이 박사는 "까치만 7년 동안 연구하다 보니 새로운 주제를 해보고 싶었고, 펭귄을 그때 아니면 못한다고 생각해 도전하게 됐다"면서 "펭귄은 동물행동학 연구자에게도 꿈의 동물"이라며 펭균 선택 과정을 밝혔다.

이원영 극지연 박사가 남극에서 활동하는 모습.<사진=이원영 박사 제공>이원영 극지연 박사가 남극에서 활동하는 모습.<사진=이원영 박사 제공>

젠투펭귄에게 다가가고 있는 모습.<사진=이원영 박사 제공>젠투펭귄에게 다가가고 있는 모습.<사진=이원영 박사 제공>

◆1년 중 절반은 남·북극서 생활···육체적 노동도 만만치 않아


"남극에 가서 야생 펭귄을 처음 봤어요. 남극이 아니라고 하면 화성에 온 것이라고 느낄 정도였죠. 말로만 듣던 혹등고래가 눈 앞에 보이고, 새로운 생명체를 보니 꿈만 같았습니다."

극지연에서 처음 남극에 파견된 이 박사는 남극의 인상을 이같이 설명했다. 극지연에서는 매년 겨울 남극, 여름 북극에 대원을 파견한다.

여름에 파견되는 북극에서는 도요 물때새를 연구하고, 남극에서는 펭귄을 연구한다. 한 해의 절반은 극지방에 있다보니 가족에게 미안한 감정을 갖기도 한다. 

남극의 세종과학기지와 장보고과학기지에서 이 박사는 동물의 몸에 GPS, 가속도계, 비디오카메라, Geolocator 등을 부착하고, 이를 수거해서 펭귄들의 생태를 연구하고 환경변화를 모니터링해 국제 사회에 알리는 역할을 수행한다. 

남극에서 대부분 생활은 현장에서 진행된다. 날씨만 좋다면 주말이 따로 없다. 점심 도시락을 싸와서 대피소에서 끼니를 해결한다. 현장에서 펭귄에게 장비를 부착하고 수거해야 하는데 펭귄이 잡히지 않으려고 하다보니 펭귄에게 얻어 맞기도 하고, 배출하는 분뇨에 테러(?)를 당하기도 한다.

파견 때마다 150마리가 넘는 펭귄을 다루는 노동이 쉽지 않다. 시간에도 초연하다. 때로는 자정이 넘어서 끝나는 경우도 많다. 예상보다 고된 환경에 막연히 환상을 갖고 온 연구자들은 놀라기도 한다. 귀국해서도 촬영한 영상을 분석해야 한다. 매년 확보하는 데이터 용량만 1TB가 넘는다. 

이 박사는 "예상 난이도가 5라면 실제 난이도는 10"이라면서 "추운 야외에서 기다리고 일하는 게 주요 업무 중 하나로 변수도 많고 육체적 노동도 많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박사는 "펭귄 영상을 보며 특이한 행동을 포착해 펭귄들이 의사소통하는 증거를 알아내어 짜릿함을 느끼기도 했다"면서 "힘든 과정이고, 지칠 때도 있지만 한국에 오면 꼭 다시 가고 싶을 정도로 흥미가 있다"고 말했다.

◆제인 구달이 롤모델···"현장서 오래 활동하는 연구자로"

펭귄이 먹이를 찾는 물 속 생활이 궁금해 이 박사는 스쿠버 다이빙 전문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했다. 최근 지구온난화와 관련해 남극에도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상 환경 발생시 나타나는 먹이 활동 변화에 대한 연구도 수행하고 있다. 

이 박사의 롤모델은 제인구달이다. 연구자이자 삶으로서 초연하게 연구하는 모습을 닮고싶어서다. 주변 사람들이 좋아하고, 남극 생태계 보호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활동을 지속할 계획이다.

선진국 대비 한국은 지난 2009년경부터 펭귄 연구가 시작됐다. 생태연구는 장기적으로 관찰해야 큰 틀에서 조망할 수 있기 때문에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축적해야 할 필요성도 있다.

이 박사는 앞으로도 현장 중심 연구를 수행할 계획이다. 그러면서 대중활동도 활발히 하면서 펭귄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는 데도 적극 나설 예정이다.

"펭귄이요? 저에게는 최애(가장 사랑하는) 동물입니다. 덕질하고 싶고 알고 싶은 동물이죠. 아직도 펭귄을 잘 모르고 완전하게 이해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하지만 계속 알아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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