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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호 뒷이야기]뇌경색·디스크에도 자리지켜

발사체보증팀·열공력팀·추진제어팀, 각자 역할 매진
"한 달에 절반을 고흥에서 지낸 연구원도 있었는데 본의 아니게 이산가족이 되기도 했죠. 그래도 성공했을때 가장 기뻐해준 것도 가족입니다."(고주용 열공력팀 선임연구원)

"없던 기술을 개발하다보니 스트레스로 아픈 연구원도 있었어요. 뇌경색으로 치료를 받은 팀원도 있었고요."(한상엽 추진제어팀장)

'우주 독립국'을 향한 시험발사체의 발사 성공 뒤에는 현장에서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한 항우연과 산업체 연구자들이 있기에 가능했다. 연구를 위해 가족과 떨어져 지내고 스트레스로 다양한 질병을 앓기도 했단다.

시험발사체는 극한의 조건을 견디면서 내구성을 가져야 하며 한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다. 설계부터 생산, 발사까지 독자기술로 수행하며 개척해야 하는 길. 그 과정속에 연구진들은 수많은 실험을 반복했고, 시행착오도 이겨내야 했다. 

발사직전까지 연구진들은 전국을 누비면서 사소한 부분을 챙기면서 교통사고나 허리디스크, 뇌경색 등 각종 질환 등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 가족과의 만남도 뒤로 한채 이들은 성공을 향해 피와 땀을 흘리며 희생했다. 

발사체보증팀, 열공력팀, 추진제어팀을 이끌고 있는 이들에게 발사 성공과정과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스트레스로 인한 질병도 이겨낸 '추진제어팀'···밸브, 화약류 1/1000 오차까지 점검

"발사를 앞두고 스트레스로 아픈 팀원들이 많았습니다. 뇌경색이 일어나기도 하고 귀가 않좋아 구토를 반복한 연구원도 있었죠. 또 다른 팀장도 복부 동맥류 수술을 받고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는데 이번 성공으로 아픈 것도 모두 잊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웃음)

한상엽 추진제어팀장은 그동안 겪었던 부담감이 컸지만 발사 후 자부심을 느낀다고 소감을 전했다.

추진제어팀은 19명으로 추진제나 가스가 주입되는 발사체 내부 밸브류, 점화시동장치 등을 개발해 탑재한다. 밸브 숫자만 98개. 

그는 "발사체 밸브 신뢰도는 처음하기 때문에 쉽지 않았다. 해외 전문가 조언도 들었지만 도전의 연속이었다. 1~2개를 제외한 99%를 설계부터 생산까지 이뤄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액체산소 관련 밸브는 극저온으로 영하 183도를 견디는 내구성을 갖춰야한다. 겨울이 영하 10도라면 18배 추운 셈이다. 이러한 내구성을 갖추면서 무게를 낮추고 지상에서와 동일한 성능을 내야 한다"면서 "맨땅에서 헤딩하면서 개발했다. 6년만에 만들면서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 협력 업체와 함께 1/1000mm 신뢰성까지 확보했다"고 밝혔다.

한 팀장은 그동안 연구를 해오면서 기술적 업그레이드도 이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해외 발사체 선진국이 볼때 학생 수준이었는데 이제 동등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자신감을 얻었지만 3단형은 또 다른 도전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해온 일들이 있기 때문에 이번 성공을 동력으로 3단형까지 매진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추진제어팀의 단체사진.(뒷줄왼쪽부터)임하영,정용갑,류수곤,김정한,정태규,한상엽,이중엽,김경석,김병훈,고현석,홍문근(앞줄왼쪽부터)이지성,장제선,문형경,김담규,이민규,권오성,길경섭.<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추진제어팀의 단체사진.(뒷줄왼쪽부터)임하영,정용갑,류수곤,김정한,정태규,한상엽,이중엽,김경석,김병훈,고현석,홍문근(앞줄왼쪽부터)이지성,장제선,문형경,김담규,이민규,권오성,길경섭.<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가족과 떨어져 지내기도 부지기수···열공력팀, 설계와 시행 무한 반복

처음으로 없던 기술을 만들어낸 만큼 현장 연구원들의 노고는 고단했다.

가족과 떨어져 지내기는 부지기수. 고주용 열공력팀 선임연구원은 "이번 시험발사체를 위해 대전과 고흥을 매일 오간 연구원도 있고, 한 달에 15일 이상을 고흥에서 머문 연구원들도 있다"며 "연구센터로 떠나는 날이면 아이가 많이 상심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던 만큼 이번 발사체 성공에 가장 환호했던 이들도 가족이었다"고 덧붙였다.

열공력팀은 발사체 하단의 열을 제어하는 역할과 공기저항을 계산해 발사체가 무리 없이 떠오를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맡았다.

고 연구원은 "발사체가 떠오를 때 엔진이 연소하며 가스가 분출되는데 이때 온도가 극도로 올라간다"며 "기존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무수한 시행착오를 겪어 최적화 수치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번 시험발사체는 열을 만들어내는 곳이 하나였지만, 2021년 누리호 발사 때는 최소 4곳에서 열을 만들어내는 만큼 열 제어의 역량이 커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비행할 때만 볼 수 있는 것들이 있다"며 "향후 발사에는 이번에 만들어진 데이터를 잘 분석해 최적화된 수치가 활용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주용 열공력팀 선임연구원은 "설계와 시행은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며 "수많은 설계의 수정과 시행이 반복돼 간극을 좁혀 만들어진 결실"이라고 말했다.

열공력팀의 단체사진.(왼쪽부터 고주용 선임연구원, 옥호남 기술단장, 최상호 선임연구원, 이준호 팀장, 이정석 선임연구원, 김영훈 선임연구원, 김종민 선임연구원, 촬영은 오범석 책임연구원)<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열공력팀의 단체사진.(왼쪽부터 고주용 선임연구원, 옥호남 기술단장, 최상호 선임연구원, 이준호 팀장, 이정석 선임연구원, 김영훈 선임연구원, 김종민 선임연구원, 촬영은 오범석 책임연구원)<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지원 역할도 자처한 '발사체 보증팀'···'전국' 누비며 품질 보증

"시험발사체 관련 부품만 7만개입니다. 문헌을 참고하거나 자문을 받을 수는 있어도 제대로 가는지 이야기해줄 사람이 없죠. 안산, 안양, 사천, 창원 등 전국에 흩어진 참여기업에 다니면서 품질을 검사하고 납품까지 이뤄냈습니다."

발사통제실(MCC)에서 발사 과정을 지켜봤다는 조상연 발사체보증팀장은 "이제 정말 비행하는구나라면서 짜릿했다"라면서 "발사 일정이 한 차례 연기된 적이 있어서 노심초사했지만 발사에 성공하며 걱정도 함께 날아갔다"고 설명했다. 

발사체보증팀은 발사체 규격, 발사체 신뢰성 확보를 위한 품질관리 업무를 수행한다. 발사체 연료 충전서 고압가스 위험성 검증, 발사대 안전문제 등도 다뤘다.

발사체 업체도 개발 경험이 사실상 없어 힘든 과정을 거쳐야 했다. 제작업체도 공정을 새로 셋업해야 했다. 따라서 전국의 업체를 누비며 철저한 검사와 품질보증 절차가 진행됐다.

특히 연료 탱크는 제작하는데 시간이 많이 소모되고, 단순 실수로 스크래치만 발생해도 전체를 폐기해야하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인 부분이다. 재료 수급부터 가공, 용접 등이 쉽지 않았고, 불량도 다수 나왔지만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성능을 개량했다. 

조상연 발사체보증팀장은 "전국에 팀원들이 출장가다보니 교통사고를 당하기도 했다"면서 "발사장 안전관리 직원이 디스크를 참다가 발사전주에 입원한 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조 팀장은 "항우연, 산업체 모두 이일이 자기 일이라고 최선을 다하고 희생했기에 가능했던 것"이라면서 "앞으로도 안 가본 길을 검증하고 발사체를 보증하는 역할에 팀원들과 매진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는 발사체체계개발단, 발사체추진기관개발단, 발사체기술개발단, 발사체엔진개발단 등으로 구성돼 253명이 한국형발사체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발사체보증팀의 단체사진.(왼쪽부터)정덕영,허건의,양현덕, 심형석, 신명호, 김현우, 설우석 보증단장, 조상연, 이응우, 조현명, 유승우, 최규성, 김광해)<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발사체보증팀의 단체사진.(왼쪽부터)정덕영,허건의,양현덕, 심형석, 신명호, 김현우, 설우석 보증단장, 조상연, 이응우, 조현명, 유승우, 최규성, 김광해)<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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