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원광연 연구회 이사장 취임 1주년 기자 간담회서 '이전설' 보도
"원자력연 이전 계획 없다" 직접 해명···연구원 '싱숭생숭' 분위기

한국원자력연구원.<사진=대덕넷 DB>
한국원자력연구원.<사진=대덕넷 DB>
"원자력연 이전설을 접한 연구 현장의 분위기는 말 그대로 초상집이었다. 최근 원장이 사임하면서 가장이 부재한 상태에 실망이 가중됐다. 영향력 있는 한 사람의 목소리에 흔들리는 과학계를 보며 과학기술계 독립의 필요성을 느꼈다."

 

"희망을 품고 연구하는 젊은 연구자들의 열정이 꺾이는 사례였다. 뒤숭숭한 분위기가 연속되고 있다. 이전설에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바라만 보았던 우리의 현실이 안타깝다. 현장에서는 일부 자성의 목소리도 언급됐다."

 

원광연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의 '원자력연 이전 고심' 발언에 과학계 현장은 단숨에 뒤숭숭해졌다.

원 이사장은 지난 23일 서울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 간담회를 가졌다. 당시 '원자력연 일부 기능 이전설'이 언급됐고 몇몇 언론은 이를 '원자력연 부지 이전'으로 보도했다. 하지만 원광연 이사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번 보도에 대해 "원자력연 이전은 언급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원 이사장에 따르면 기자로부터 원자력 연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았고 '원자력 연구는 중요하다. 위험성이 높은 연구의 경우 장소를 옮겨서라도 연구를 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질문이 꼬리를 물며 확대 해석됐다. 원자력연 이전 계획은 생각하지도 않았다"고 해명했다.

 

원자력연 이전설 해명 이전까지 연구 현장에서는 뒤숭숭한 분위기의 연속이었다. 일각에서는 '초상집' 분위기였다고 표현했다. 연구자 현장의 목소리를 결집하지 못하고 영향력 있는 한 사람의 목소리에 흔들리는 과학기술계 현실에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원자력연에서 20년 넘게 연구해온 A 박사는 "최근 원자력연 원장이 사임하면서 가장이 부재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원자력연 이전설이 떠돌자 연구자들 대부분 무기력에 빠져있었다"라며 "윗사람의 한 마디에 정책이 결정되는 형태지만, 이는 올바르지 않다. 과학기술인 목소리로 현장을 독립적으로 지켜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원자력연 연구자는 "젊은 연구자를 비롯해 중년 연구자들까지 희망을 가지고 연구하는 이들의 열정이 꺾이는 사례였다"라며 "뒤숭숭한 분위기가 연속이다. 원장 사퇴에 이어 또 다른 연구 현장 옥죄기라는 의구심까지 들었다"고 언급했다.

 

대덕단지 B 연구자는 "원자력연 죽이기에 국가권력이 동원되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라며 "과학기술계 스스로의 힘을 길러내야 한다. 외부로부터의 외압에 흔들리지 않고 굳건하게 우리의 미래를 그려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자력연에서 연구했던 원로 과학자는 "대덕단지와 원자력연의 설립 목적을 잊지 말자. 기술 식민지에서 독립을 위한 몸부림의 시작이었다"라며 "연구자들이 미래의 후손에게 무엇을 남겨줄 수 있는지를 고민해보자. 이번 원자력연 이전설 파문으로 과학기술계 독립과 자립에 대해 깊이 있게 고민하는 시간을 갖자"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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