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의 생명체를 찾아서
저: 데이비드 와인트롭, 역: 홍경탁, 출판: 예문아카이브

저: 데이비드 와인트롭, 역: 홍경탁, 출판: 예문아카이브.<사진=YES24 제공>
저: 데이비드 와인트롭, 역: 홍경탁, 출판: 예문아카이브.<사진=YES24 제공>
◆ 화성에 가기 전에 꼭 알아야 할 것들

화성은 태양계에서 지구와 가장 비슷한 이웃 행성이다. 화성은 단 한 번도 인류의 관심 밖이었던 적이 없었다. 화성 탐사는 기억할 수 없는 과거의 '추억'과 끝내 버릴 수 없는 미래의 '희망' 사이에서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갈망'의 역사다.

오늘날 화성은 우주망원경과 관측 위성 수준을 넘어 여러 대의 탐사 로버가 활동 중인 생생한 '현장'이다. 나아가 NASA는 2030년까지 우주비행사들을 화성 궤도로 보내려는 계획을 진행 중이고, 일론 머스크의 민간 우주개발 기업 스페이스엑스(SpaceX)는 2024년을 목표로 화성 이주 실험기지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수백 년을 애태워온 질문에 여전히 답하지 못한다. "화성에 생명체가 존재하는가?"

◆ 왜 화성인가

화성은 태양계에 속한 행성 중 지구와 가장 환경이 비슷하리라는 기대감으로 수 세기 동안 생명체 존재 가능성이 제기된 매력적인 행성이다.

와인트롭 교수는 화성이 일찍이 고대로부터 인류의 상상과 신화의 대상이었던 데다 아직 결론 나지 않은 생명체 존재 유무 그리고 식민지 건설이라는 과학적 탐구와 욕망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행성이 됐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NASA의 오리온(Orion) 프로젝트, 일론 머스크(Elon Musk)의 스페이스엑스(SpaceX), 제프리 베조스(Jeffrey Bezos)의 블루오리진(Blue Origin), 바스 란스도르프(Bas Lansdorp)와 아르노 빌더르스(Arno Wielders)의 마스원(Mars One), 아랍에미리트 부통령 셰이크 무함마드 빈 라시드 알 막툼(Sheikh Mohammed bin Rashid Al Maktoum)의 화성 식민화 계획 등을 소개하면서, 화성 여행이 현실화된 시점이므로 오히려 과거보다 생명체 존재 가능성에 대한 과학적 판단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강조한다.

만약 DNA 구조를 띤 분자 형태의 생명체가 존재한다면, 화성에 우주비행사들을 보내는 것이 그곳을 오염시키는 결과를 만들어 제대로 결론도 내리기 전에 파괴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 마션

망원경의 발명과 더불어 생명체 존재 가능성 차원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로 떠오른 화성과 태양계 다른 행성들에 대한 17~19세기 연구 결과를 살핀다. 1870년대 후반 이탈리아의 천문학자 조반니 스키아파렐리(Giovanni Schiaparelli)가 당시로서는 최신식 망원경으로 화성을 관측하다가 표면에서 짙은 색 줄무늬를 발견한 뒤 이탈리아어로 '통로'를 의미하는 단어 '카날리(canali)'라고 이름 붙인다.

이후 영어권에서 이 단어를 '운하(canals)'로 해석한다. 그러자 화성에 운하를 건설할 수 있는 지적 생명체가 존재할지 모른다는 기대감이 증폭됐다. 이는 허버트 조지 웰스(Herbert George Wells)의 《우주전쟁(War of the Worlds)》과 같은 소설에서 화성인의 지구 침공 모티프(motif)를 제공했고, 이때부터 화성인과 외계인은 같은 의미로 사용됐다.

화성인을 소재로 한 소설과 영화 그리고 태양계 행성들에 대한 연구가 과학 기술 발달과 맞물려 화성은 점점 더 매력적인 행성으로 부상했고 생명체가 서식할 확률이 가장 높은 행성이라는 인식이 더욱 심화됐다.

◆ 망원경의 시대

와인트롭 교수는 요하네스 케플러(Johannes Kepler), 조반니 도메니코 카시니(Giovanni Domenico Cassini), 크리스티안 하위헌스(Christiaan Huygens) 등 17~18세기 화성에 대한 인류의 지식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킨 대표적 천문학자들의 연구를 살피면서 화성이 천문학자들의 애정을 독점하게 된 과정과 화성이 지구의 쌍둥이라는 생각이 어떤 식으로 형성됐는지 설명한다.

망원경이 이탈리아를 시작으로 유럽 전역에 보편화되면서 화성은 금성과 더불어 단골 관측 대상이었고, 금성이 진즉에 생명체 존재 가능성이 희박한 행성으로 분류된 반면 화성은 자전주기, 계절 변화, 기울기, 극관, 대기층 등에서 유사한 점이 많기에 지구와 쌍둥이 행성이라는 주장이 신뢰를 얻었다.

◆ 상상 속의 행성

지구와 화성 사이의 많은 유사점이 발견됐지만 19세기 들어 관측 기술이 더욱 발전하자 천문학자들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더 확실한 증거를 찾고자 애썼다. 이 같은 기대는 그대로 집착이 되어 화성이 모든 면에서 지구와 같다고 상상하며 머릿속에서 화성을 '테라포밍(terraforming)', 즉 '지구화'하기 시작했다.

화성 관측을 통해 지도를 그리면서 화성이 지구와 유사한 대기층을 갖고 있다고 주장한 빌헬름 볼프 베어(Wilhelm Wolff Beer)와 요한 하인리히 폰 매들러(Johann Heinrich von Madler)를 비롯해 화성과 지구의 유사성을 연구로 구체화시켰던 천문학자들이 소개된다.

◆ 안개 낀 붉은 땅

19세기 중반 빗의 스펙트럼을 이용한 '분광학(分光學, spectroscopy)' 기술이 화성 탐사에 적용된다. 천문학자들은 분광학 장비를 활용해 화성 표면과 대기층에 물이 존재한다는 증거를 발견했고 이를 근거로 화성이 지구와 비슷하며 붉게 보이는 부분이 식물이라고 믿었다.

와인트롭 교수는 이 장에서 천체물리학을 탄생시키고 최초로 화성 스펙트럼을 분석한 윌리엄 허긴스(William Huggins)와 화성 대기층 수증기의 존재를 두고 치열한 논쟁을 벌인 윌리엄 캠벨(William Campbell)을 중점적으로 살핀다.

천체분광학 기술의 발전으로 연구에 탄력을 받게 된 행성 대기층 연구, 화성 표면에 흐르는 물의 존재를 확인하면서 신뢰성이 강화된 쌍둥이 지구 설, 화성 표면에서 물을 찾는 노력에 대한 칼 세이건(Carl Sagan)의 견해 등을 살핀다.

◆ 지적인 생명체

19세기 후반 천문학자들은 2세기 동안의 관측과 연구를 바탕으로 화성에 물이 있다고 결론 내린 뒤 이제 식물 존재를 증명하는 일에 몰두한다. 윌리엄 허긴스가 화성에 바다, 구름, 눈, 얼음, 안개, 비가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는 사실을 토대로 화성에 식물이 존재한다는 기사를 내보낸 영국 신문 〈런던리더(London Reader)〉와 리처드 프록터(Richard Proctor)가 이에 대한 반박으로 월간지 〈콘힐(Cornhill)〉에 게재한 칼럼 등이 흥미롭게 소개된다.

와인트롭 교수는 화성에 식물이 있다고 굳게 믿은 천문학자들과 이를 후방에서 지원한 신문·잡지 기사를 보여주면서, 과학의 영역이 되어서는 안 되는 학자들의 믿음이 대중의 지지를 받아 사실로 변모하는 과정을 비판적으로 점검한다.

◆ 그 많던 물은 어디에

윌리엄 허긴스가 화성의 물 존재를 증명한 이후 1세기 반이 흐른 20세기 후반과 21세기 초 오늘날 실제 그 물을 찾으려는 천문학계의 노력을 소개한다. 화성의 표면은 물이 표면 아래로 사라지거나 우주로 빠져나가면서 건조해진 상태다.

와인트롭 교수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화성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행성지질학 관점에서 설명한 뒤 NASA의 마스 글로벌 서베이어(Mars Global Surveyor)와 ESA의 마스 익스프레스(Mars Express), NASA 고더드 우주항공센터(Goddard Space Flight Center)와 JPL(제트추진연구소) 등 여러 탐사 위성과 연구소에서 현대 기술로서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화성의 물을 찾는 활동을 공개한다.

◆ 운하의 건설자들

다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조반니 스키아파렐리의 '카날리'가 이후 본격적으로 '운하' 발견 경쟁으로 이어지며 화성의 생명체 논쟁을 촉발한 과정을 상세히 다룬다. 화성 탐사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퍼시벌 로웰(Percival Lowell)의 등장과 활약도 심도 깊게 서술한다.

이 밖에 윌리엄 캠벨, 에드워드 에머든 바너드(Edward Emerson Barnard), 사이먼 뉴컴(Simon Newcomb), 유진 안토니아디(Eugene Antoniadi)와 같은 천문학자들이 화성 관측을 통해 어떤 발견을 했는지 살펴본다.

◆ 엽록소와 이끼 그리고 조류

화성의 운하와 생명체에 대한 퍼시벌 로웰의 개념들은 직업 천문학자들 사이에서는 신뢰를 잃었지만 동쪽으로 뻗어나가 러시아로 옮겨가 계속 이어진다. 가브릴 아드리아노비치 티호프(Gavriil Adrianovich Tikhov)는 엽록소를 찾음으로써 화성에 식물 생명체가 존재함을 입증하려고 노력했지만 증거를 찾지 못한다.

와인트롭 교수는 이 장에서 티호프의 연구 활동을 이어간 천문학자들의 발자취를 따라간다. 1940년대가 되자 화성인의 존재를 믿는 학자들은 거의 없었지만, 화성의 생명체 존재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은 오히려 더 높아진다. 급속히 발전하는 과학 기술에 힘입어 화성을 연구하는 새로운 도구가 발명되고, 이때 천문학의 거두 제러드 카이퍼(Gerard Kuiper)가 등장한다.

하지만 그 역시 확실한 증거를 찾지 못했고 1950년대 중반이 되자 결국 수 세기를 이어온 화성의 생명체 이슈가 급격히 사그라지는데, 이때 다시 빌 신턴(Bill Sinton)이 나타나 화성 생명체 연구를 계속해나가는 드라마가 연출된다.

◆ 바이킹, 닻을 내리다

미국은 1970년대 중반 화성 대기와 표면을 중심으로 생명체 탐사 계획의 일환으로 착륙선 바이킹(Viking) 1호와 2호를 각각 크리세(Chryse) 평원과 유토피아(Utopia Planitia) 평원에 착륙시킨다.

이 장에서는 이때 진행된 바이킹 1호기와 2호에 탑재된 GCMS(가스 크로마토그래프 질량 분석계)를 통한 화성 대기 및 토양의 화학 분석, 가스 교환 실험, 레이블 해제 실험과 같은 활동 내역과 그 결과, 미디어의 반응 등을 살핀다.

와인트롭 교수는 비록 바이킹 착륙선들이 생물체 존재 여부를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그때의 토양 샘플 연구가 이후 관련 연구에 커다란 도움을 줄 수 있었다고 평가한다. 크리스 맥케이(Chris McKay)와 같은 과학자들은 화성 토양 샘플에서 유기 물질에 관한 힌트를 얻었다고 주장했다.

◆ 뜨거운 감자

NASA 존슨우주센터(Johnson Space Center)의 지질학자 로버타 스코어(Roberta Score)가 1984년 남극 대륙에서 가져온 운석이 지구화학자 데이비드 미틀펠트(David Mittelfehldt)의 분석을 통해 화성에서 떨어진 운석이라고 밝혀졌다.

이 장에서는 이 화성 운석 ALH 84001을 중심으로 화성 운석들을 소개한다. 1996년 〈사이언스(Science)〉에 데이비드 맥케이(David McKay)가 쓴 ALH 84001에 화성 생명체의 흔적이 있다는 내용의 논문이 실린다. 운석 내부에 있는 탄산염 알갱이가 화성 화석을 포함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이로 인해 가짜 운석 소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와인트롭 교수는 맥케이 팀이 밝힌 4가지 생물학적 흔적의 증거들과 그에 대한 반론, 과학계에서 진실을 추구하는 과정 속에 일어나는 논란들을 파헤친다.

◆ 메탄 발견

20세기 중반까지 천문학자들은 화성 대기에서 메탄의 증거를 찾았다. 메탄의 유무는 화성 생명체 존재의 결정적인 단서가 되기 때문이다. 이는 메탄이 있다면 화성에 현재 생명체가 서식한다는 뜻이다. 이 장에서는 메탄에 관한 과학적 상식과 화성 메탄에 대해 과학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순환, 메탄의 근원에 대한 연구 활동, 화성 탐사선 매리너(Mariner) 6·7·9호의 화성 대기 물질 분석 연구 결과를 설명한다.

◆ 잡음 감지

거대 천체망원경과 화성 탐사선의 활약상을 다룬다. 블라디미르 크라스노폴스키(Vladimir Krasnopolsky)와 마이크 머마(Mike Mumma) 등의 천문학자들이 1988년 키트 피크 국립 천문대(Kitt Peak National Observatory)에서 화성 대기 연구를 수행하자 학계에서 화성 메탄 이야기가 다시 시작된다.

크라스노폴스키 팀의 연구 결과는 화성과 관련된 메탄의 전설에 더 많은 정보를 추가하고 후속 연구에 영향을 미친다. 유럽우주국 ESA는 1995년 우주망원경 ISO(Infrared Space Observatory)을 쏘아 올려 1997년 화성의 스펙트럼 연구를 수행하고 그 결과를 2000년 파리 천문대 연구 팀이 발표한다.

화성 대기층에서 이산화탄소, 일산화탄소, 물 등 다수의 분자를 탐지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었다. 크라스노폴스키 팀은 1999년 푸리에 변환 분광기 FTS(Fourier Transform Spectrometer)로 화성에서 메탄 찾기를 계속하고 2004년 중반 메탄을 발견했다고 공식 발표한다. ESA도 마스 익스프레스의 활약으로 2004년 말 화성 대기에 메탄이 존재함을 확인한다.

◆ 내일은 없다

마이크 머마가 이끄는 연구 팀 또한 화성 메탄을 발견했다는 2003년 연구 결과를 2009년에 발표한다. 와인트롭 교수는 머마 팀의 연구 활동과 미디어의 반응을 자세히 소개한 뒤 메탄을 발견한 기존 팀들과 더불어 재분석 작업을 통해 메탄 발견을 철회하는 후속 과정에 관해 살핀다.

화성의 메탄 스펙트럼 해석을 두고 일어난 논란을 비롯해 2010년 마스 글로벌 서베이어의 열방출 분광기 TES(Thermal Emission Spectrometer)로 새롭게 확인된 폰티(S. Fonti)와 마르조(G. A. Marzo)의 연구도 파헤친다. 나아가 여러 대의 망원경을 활용한 화성 탐사를 통해 메탄이 대기 중에 방출되면 그 과정이 지속적이지 않다고 결론 내린 제로니모 빌라누에바(Geronimo Villanueva)의 주장 역시 소개한다.

◆ 큐리오시티와 화성의 냄새

NASA의 화성 탐사 로버 프로젝트는 소저너(Sojourner)를 실은 탐사선 패스파인더(Path Finder)가 화성에 착륙한 1997년에 시작된다. 소저너가 공학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면서 NASA는 화성에 탐사 로버를 지속적으로 보낼 수 있는 명분과 수단을 마련한다.

이후 2004년 스피릿(Spirit)과 오퍼튜니티(Opportunity), 2012년 큐리오시티(Curiosity)가 화성 지표면에 착륙해 탐사 활동을 벌인다. 와인트롭 교수는 이들 화성 탐사 로버들, 특히 현재에도 활동 중인 큐리오시티에 장착된 화성 샘플 분석기 SAM(Sample Analysis at Mars)의 측정 방식을 상세히 묘사한다. 아울러 사문석화 작용과 수증기의 광분해와 같은 비생물학적 활동에 의한 메탄 생성에 관해서도 이야기한다.

◆ 화성인의 것

화성 탐사는 현재 진행형이다. 와인트롭 교수는 화성에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조건들을 다시 한 번 정리하면서, 아직까지 과거에 생명체가 존재했거나 현재에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명확한 증거는 발견되지 못했지만 결코 탐사 활동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다만 수많은 탐사 활동으로 화성이 오염되기 전에 인류가 해답을 찾게 되기를 희망하며 "화성에 생명체가 존재한다면, 화성은 화성인의 것"이라는 칼 세이건의 충고에 주의를 기울일 때라고 조언한다. 

<글: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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