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S 지하실험 연구단, 국제 물리학자들과 北영변 원자로 모니터링 방법 제시

국내·외 연구진이 그동안 학문적 목적으로 이용해 온 중성미자 검출기를 북한 비핵화 검증 도구로 사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IBS(원장 김두철)는 지하실험 연구단(단장 김영덕)과 세계적 중성미자 학자들이 이와 관련된 아이디어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Letters' 코너에 기사 형태로 게재했다고 11일 밝혔다.

사이언스는 지난 9월 7일 '북한의 비핵화'를 주제로 정책포럼을 개최하고, 북한 핵 활동을 감시하기 위한 과학자들의 아이디어를 모았다.

IBS 지하실험 연구단의 김영덕 단장, 서선희 연구위원, 김수봉 서울대 교수와 국제 중성미자 학자들이 중성미자 검출기가 기존 IAEA(국제원자력기구) 검증 수단들의 단점을 보완한 새로운 검증도구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중성미자(neutrino)는 우주를 구성하는 기본 입자 가운데 가장 가벼운 입자로 빛의 속도에 가깝게 움직이면서 전하를 띠지 않고, 다른 물질과도 약한 상호작용만하기 때문에 관측이 힘들어 '유령 입자'라고 불린다.

이는 빅뱅, 초신성폭발, 태양의 핵융합, 우주선(Cosmic Ray)이 대기에 들어올 때 등 자연에서 만들어지거나 원자로에서 핵연료의 핵분열 시 만들어진다. 

과학자들은 핵분열 과정에서 방출되는 중성미자를 분석해 성질을 규명하려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전남 영광에 위치한 한빛 원자력발전소에서 진행하는 '원자로 중성미자 진동 실험'과 '단거리 중성미자 진동 실험'이 대표적이다.

이번 'Letters' 기사에는 북한 영변 원자로 주변에 중성미자 검출기를 설치하면 원거리에서도 북한의 비핵화 여부를 검증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폐쇄회로(CCTV)의 도움 없이 24시간 원자로의 가동상황과 플루토늄 생성을 감시할 수 있다.

원자로에서는 1초에 1000만W(1GW) 원자로는 소규모 연구용 원자로와 대규모 상업용 원자로로 구분된다. 국내 연구로인 한국원자력연구원의 '하나로'는 열 출력이 30MW수준이다.

영광, 고리, 월성 지역에 전기 생산을 목적으로 하는 경수용원자로는 열 출력이 2.5~2.8GW에 이른다. 북한 영변 지역에는 열 출력 20MW급 원자로와 100MW급 실험용 경수로가 위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출력 당 대략 2해 개(2×1020)개의 중성미자가 생성된다. 생성되는 중성미자의 개수는 원자로의 열 출력에 비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역으로 중성미자가 검출된 개수로 원자로의 가동여부(켜짐과 꺼짐), 열 출력을 추적할 수 있다. 또 핵연료로 사용된 동위원소(우라늄-235, 우라늄-238, 플루토늄-239, 플루토늄-241)의 시간에 따른 변화도 감시할 수 있다. 

서선희 IBS 지하실험 연구단 연구위원은 "영변지역 지형을 고려할 때 중성미자 검출기 설치 위치에 따라 검증도구로 사용될 검출기의 종류가 달라질 것"이라며 "만약 접근제한으로 1km 가량 떨어진 원거리에 설치해야 한다면 국내에서 가동 중인 검출기와 같은 종류의 검출기를 설치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중성미자 학자들은 실제 이 아이디어가 실현되고 북한 과학자들의 참여로 국제공동연구를 추진하면 비핵화 검증과 함께 물리학적으로 가치가 높은 연구결과들을 도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 연구위원은 "중성미자 검출기는 기존 검증도구와 달리 통제지역인 원자로에서 벗어나 원거리에서도 핵 활동을 모니터링할 수 있다"며 "이번 기사는 물리학의 최첨단 기술이 평화적 이용을 위한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 셈"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기사에는 IBS 지하실험 연구단, 서울대, MIT, 버지니아공대, 예일대, 스탠퍼드대, 하와이대, 임페리얼컬리지런던(IPL), 리버풀대, 막스플랑크-하이델베르그 연구소, 후쿠이대, 기타사토대, 도호쿠대, 중국 고에너지물리학연구소(IHEP), 중산대 등 6개국 15개 기관 연구자들이 참여했다.

원자로 중성미자 진동(RENO) 실험 설계.<자료=IBS 제공>
원자로 중성미자 진동(RENO) 실험 설계.<자료=I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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