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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이 암세포' 포식자가 먹이 찾듯 '불규칙·빈번' 이동

IBS 첨단연성물질연구단 연구팀, 암세포 걸음걸이 추적 '레비워크' 확인
전이·비전이 암세포 이동 그래프와 이동성 분석.<사진=IBS>전이·비전이 암세포 이동 그래프와 이동성 분석.<사진=IBS>

국내에서 연구하고 있는 외국인 부부 연구자가 전이 암세포의 이동 형태를 규명하는데 성공했다.

IBS(기초과학연구원·원장 김두철)는 첨단연성물질 연구단(단장 스티브 그래닉)의 바르토슈 그쥐보프스키(Bartosz zybowski) 그룹리더(UNIST 특훈교수)와 크리스티아나 칸델-그쥐보프스카(Kristiana Kandere-Grzybowska) 연구위원이 공동연구를 통해 암세포의 움직임을 추적, 포식자가 먹이를 찾듯 불규칙하고 빈번하게 이동하는 레비워크를 확인했다고 8일 밝혔다.

전이 암세포는 비전이 암세포에 비해 빠르게 확산하고 방향성을 갖는다. 학계는 전이 암세포가 비전이 암세포와 근본적으로 다른 이동 전략을 취한다고 추측해 왔지만 정확히 밝혀진 적이 없었다. 전이 암세포의 움직임을 대량으로 기록하는 것도 어려웠고 데이터를 모은다 하더라도 레비워크를 구분해 낼 분석법과 시뮬레이션 모델을 찾기 쉽지 않았다.

공동연구진은 전이 암세포의 움직임을 수학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실험법을 새로 고안했다. 보통 2차원 접시에서 이뤄지던 세포 실험을 1차원으로 단순화했다. 실제 몸속에서 세포가 섬유질을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이를 반영해 움직임을 관찰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연구진은 세포가 앞뒤로 움직일 트랙을 유리 평면위에 구현했다. 트랙 외에는 금과 자기조립단층을 입혀 세포가 붙지 않고 트랙안에만 머물도록 만들었다. 이는 세포의 방향 전환 시점과 한 걸음의 크기를 정확히 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연구진은 전립선암, 유방암, 피부종양의 전이 세포와 비전이 세포를 최대 16시간 동안 추적해 세포 한 종류 당 5000~2만개의 위치 데이터를 확보했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 해석은 IBS의 콘스탄틴 폴레브 연구위원이 개발한 모델을 토대로 이뤄졌다. 멱함수 분포, 절단된 멱함수 분포, 아카이케 가중치 등을 적용한 결과 전이 암세포가 나타낸 움직임의 누적 빈도분포가 레이워크를 나타낸다는 것을 확인했다.

또 흑색종에 걸린 쥐의 피부에 고해상도 현미경을 사용, 전이와 비전이 세포 이동을 관찰했다. 그 결과 종양 부위에서는 전이, 비전이 세포 모두 빽빽하게 위치해 세포 간 충돌이 잦았지만 종양 부위에서 멀어지자 전이 암세포는 방향성을 갖고 빠르게 이동했다.

이번 성과로 암 전이 원리를 밝히는데 이론적 토대를 제공하고 전이를 막는 기술 개발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이번 연구에서 생물학 부문을 맡은 크리스티아나 연구위원은 "연구결과로 비전이 암세포가 확산운동을 하는 반면 전이 암세포는 레비워크처럼 움직인다는 것을 규명했다"며 "암세포 전이 원리에 대한 이해를 제공해 궁극적으로는 암 전이를 막는 연구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의의를 설명했다.

전체 연구를 총괄한 바르토슈 그룹리더는 "미래에는 세포 움직임을 수정하는 RNA 기술과 이를 관찰하는 통계물리학의 조합으로 세포를 조종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세포의 이동 패턴을 파악하는 연구는 세포생물학의 강력한 도구가 되리라 생각된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IF 11.329)에 지난달 31일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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