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청년, 부탁해㊴]박창균 기초지원연 박사···초파리, 개구리 실험하며 유전공학 연구자로융합연구도 적극 수행···새로운 에너지 얻어

#1. 중국 남부지방에서 생산한 발효차의 일종인 보이차. 보이차 찻잎은 등급별로 구분되어 품질을 평가한다. 와인도 마찬가지다. 국가별로 등급 기준이 다르다. 이러한 판별에 과학적인 근거가 있을까?

#2. 우주와 별 속에서 인류의 기원은 어디에서 왔을까. 별똥별은 왜 떨어질까?

유전공학을 전공한 젊은 연구자의 궁금증이다. 언뜻 보면 연구와 직접적인 관련성은 없지만, 호기심과 질문은 연구에도 도움이 된다. 

별똥별이 궁금해 천체 망원경을 사서 별을 관측하고, 인공장기에 관심이 많아 과학뉴스, 논문을 꼼꼼히 챙긴다. 생물, 화학, 항공우주, 천문학을 비롯해 인문학, 사회학에도 관심이 많다. 새롭게 시야를 넓히고 경험하는 일이 좋기만 하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참지 못하는 박창균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박사. 호기심을 갖고 질문하며 배우는 모습은 그가 적은 '젊은 과학자는 '블랙홀'이다'라는 표현과도 맞닿는다. 

현재 박창균 박사는 오창에 소재한 기초지원연 질환표적기능연구팀에서 ▲FACS/Cell sorter 분석지원 ▲신규 당뇨병 치료 표적 발굴과 치료제 개발 ▲감염병 진단키트 개발을 수행하고 있다.  
 

 

 

박창균 박사는 젊은 과학은 '블랙홀'이라고 적었다.<사진=강민구 기자>
박창균 박사는 젊은 과학은 '블랙홀'이라고 적었다.<사진=강민구 기자>
◆한 권의 책이 인생 바꿔···초파리, 개구리 해부하며 유전공학 연구 

"유년 시절부터 과학자를 꿈꿨어요. 사물을 관찰하고 질문하는 것이 제 성격과도 잘 맞았죠. 그러던 중에 읽은 한 의학 소설이 제 인생을 바꿨습니다." 

유전공학기술 관련 내용이 수록된 로빈쿡의 '돌연변이'. 막연하게 과학자의 꿈을 갖고 있던 박 박사는 중학생 때 이 책을 읽으면서 생명과학자의 꿈을 갖게 됐다. 대학 입시에서 유전공학과를 지원했고, 입학 시부터 박사까지 마치겠다는 목표를 실행에 옮겼다.  

대학에서 오랜 꿈이었던 분야를 전공하다보니 지식을 습득하는 재미가 따라왔다. 박 박사는 "맨 앞에서 수업을 듣다가 윤재승 교수의 초파리 연구 실험실에 학부 연구생으로 참여하게 됐다"면서 "학부생부터 실험실에서 지내면서 궁금증을 바로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실험실에서 박 박사는 초파리 유전학 실험에 필요한 시약을 다뤘다. 초파리 실험에서 돌연변이 개체 간 교배가 필요하다. 그는 번데기에서 성충이 나오자마자 4시간 안에 수행해야 하는 '처녀선별(Virgin Selection)' 작업을 맡았다. 초파리의 몽고반점과 돌기를 하나하나 확인하며 밤샘 분류 작업을 했다. 학부 시절부터 실험 실습을 선배들로부터 배운 것이 연구에 도움이 됐다. 

대학원에서는 줄기세포를 연구하고 싶었지만, 당시 국내에는 과정이 없어 이와 유사한 발달생물학을 전공하며 한진관 POSTECH 교수의 지도를 받았다. 

발달생물학은 생명의 배아에서 신호전달, 조직 분화 등을 다룬다. 박 박사는 "발달생물학은 생명이 탄생하면서 소멸할 때까지의 일련의 과정을 이해하는 것"이라면서 "모든 학문이 융합된 것으로 분자생물학, 세포생물학, 생리학, 진화론 등을 알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 박사는 주로 개구리 알을 실험하며 초기 발생 연구를 수행했다. 지난 2006년 열린 한 국제학회에서 포스터를 발표하며 훗날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존 거든 케임브리지대 거든연구소장의 코멘트도 들었다. 당시 박 박사는 인류에 공헌할 수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는 조언에 힘을 얻었다. 또 그가 노벨상 수상 후 전화통화에서 새벽에도 실험실 현장에서 활동하며 연구를 수행하는 모습에 감명을 받았다. 

포스닥을 거쳐 합류한 기초지원연에서 쥐모델을 활용한 당뇨병 발병기전 연구를 수행하며, 신약 개발 초기 단계 연구개발을 수행했다. 이후 질환표적기능팀에 합류해 다양한 질환 관련 진단, 치료 표적 발굴과 기능 연구를 담당하고 있다. 
 

 

대형 장비를 활용한 연구도 도움이 된다.<사진=강민구 기자>
대형 장비를 활용한 연구도 도움이 된다.<사진=강민구 기자>

 

◆융합연구하며 자극 받아···"바이오 신약 개발로 실질적 기여할 것"

박 박사는 현재 융합연구단에 소속돼 다양한 연구자와 교류·협력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매주 오창과 대전을 매주 오가야 하는 숨가쁜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연구단서는 메르스, 지카 바이러스와 같은 질병을 진단 키트로 신속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전임상 단계 연구를 수행하며, 산업체와의 지속적인 협의도 하고 있다. 

박 박사는 "더 넓은 세상에서 다양한 분야 연구자들이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면 배울점이 많다"면서 "융합연구로 '연구 본보기'들을 만나고, 새로운 에너지를 얻는다"고 강조했다.

젊은 연구자로서 현실적인 고민도 존재한다. 융합연구부터 다양한 분야를 연구하면서 자칫 전문성이 부족해질 수 있다는 우려감이 생긴 것. 연구 시간을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런데도 연구를 수행하는 배경에는 가족의 힘이 크다. 대학원 연구실에서 함께 하며 결혼까지 한 아내는 연구원 생활을 이해해주며, 최근 둘째 아이까지 가져 삶의 활력소가 된다.

박 박사의 연구 신조는 관심있는 분야를 즐겁게 하자는 것. ​자신만의 연구 아이디어 노트를 작성하고, 재충전하는 시간도 갖고 있다. 자전거로 출퇴근하거나 가족과 해외여행을 다녀오며 새로운 문화에 자극받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어 연구에 열정을 쏟는다. 

박 박사의 궁극적인 목표는 항체 개발을 비롯해 바이오 신약 개발에 기여한다는 것. 실질적으로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연구를 수행하고, 제품화까지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연구자로서 보람을 느끼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새로운 지식을 밝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품을 개발해서 상용화까지 이뤄내고 싶습니다. 항체 연구 개발로 바이오 신약 개발로 국민의 삶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싶습니다."
 

 

 

박 박사가 가장 아끼는 물건들이 책장 한켠에 모아져 있다. 가족 사진, 자동차 모형, 기초지원연 배지, 개구리 모형 등.<사진=강민구 기자>
박 박사가 가장 아끼는 물건들이 책장 한켠에 모아져 있다. 가족 사진, 자동차 모형, 기초지원연 배지, 개구리 모형 등.<사진=강민구 기자>
◆박창균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박사는?

경남 창원 출신으로 경희대 유전공학과에 학사, POSTECH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POSTECH과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에서 박사후연구원을 마쳤다. 지난 2014년부터 기초지원연 선임연구원과 UST 생물분석과학전공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2016년 이후부터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의 '신종 바이러스 감염 대응 융합 솔루션 개발' 융합연구단 과제에도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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