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의 시작, 나노⑮] 완전구형 유무기 하이브리드 광촉매, 환경오염 정화제 부상화학연 연구소기업 씨투씨소재, 공공기술의 시장 성공 전망

"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삭 치치카포 사리사리센타 워리워리 세브리깡···"
 
장수를 기원하는 이 전설의 이름에 버금갈 다른 제품명이 등장했다.
 
'이온교환방법을 이용한 광활성금속산화물이 함침된 다공성 금속산화물 탄소복합체'
 
묘사하자면 나노 구멍이 많이 난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구슬형 광촉매로
능력으로는 기존 광촉매보다 오래 가고 오염물이 남지 않는다.
이를 발명한 연구원은 신뢰하는 기업가에게 상용화를 맡겼다.
기업가는 원천기술을 시장에서 잘 키워보겠다고 분투 중이다.

 
고경한 씨투씨소재 대표가 흔들어 보인 용기 속 광촉매는 눈에 겨우 보일 만한 새까만 알갱이다. 고 대표는 사무실 베란다에 놓인 2m 길이의 시범용 가열기에서 "최종 공정을 마친다"고 말했다.


 
"저희 광촉매는 상당한 기술과 제조 노하우가 담겨 있습니다. 반응기에 있는 300~500마이크로미터의 지름 구슬은 1.5나노미터 크기의 미세한 구멍들을 갖고 있습니다. 관능기를 통해 나오는 핵심 기술로 만들어집니다. 더 궁금하신가요?"
 
촉매는 반응과정에서 소모되지 않으면서 반응속도를 증가시켜 주는 물질로 다양한 산업에서 중요하게 쓰인다. 특히 빛 에너지로 반응이 일어나는 광촉매는 뛰어난 살균력에 상온에서도 유기물을 이산화탄소와 물로 분해해, 대표적인 미래기술로 꼽힌다.
 
그러나 화학반응에서 촉매는 떨어져 나가기 마련이다. 이를 늦추기 위해 분말 코팅이나 졸-갤 코팅, 플라스마 코팅 등으로 모체에 촉매제를 입혀왔다.
 
그런데 씨투씨소재가 한국화학연구원으로부터 2015년 기술이전 받은 광촉매는 촉매 박리가 잘 일어나지 않는다. 이 점이 기존 품과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나노 기공 속 촉매로 오염물질을 물과 이산화탄소로 분해하는 '매끈한' 구형 광촉매

 

맨눈으로 겨우 볼 수 있는 구슬형 광촉매 <사진=윤병철 기자>
맨눈으로 겨우 볼 수 있는 구슬형 광촉매 <사진=윤병철 기자>
고 대표는 자사 광촉매를 '유무기 하이브리드 광촉매'로 지칭했다. 기존 촉매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유기체인 활성탄을 모체로 금속 이온교환 코팅과 열처리를 동원했다는 의미다.

그 결과 금속 촉매 담지량을 조절해 자외선보다 에너지가 작은 가시광선에서도 광학 반응이 일어난다. 또한 나노 단위 기공들을 만들어 오염물 흡착과 분해 속도를 높였다.
 
기존 나노입자형 광촉매는 화학반응 과정에서 촉매역할을 하는 금속이 모체로부터 떨어져 나가 반응성이 하락하고 금속이 2차 오염물질이 됐다. 입자가 요철형이라 입자 간 마모로 촉매 코팅이 벗겨지기 때문이다. 형태가 나노입자 또는 액상형이라 회수가 안 돼 재활용도 못 한다.
 
하이브리드 광촉매는 입자 간 마모 발생이 없는 완전구형이다. 활성탄 모체의 나노 구멍에는 촉매 금속이 들어차 빠져나오지 않는다. 자연히 촉매 기능이 향상·지속 되며, 박리 금속으로 인한 오염도 없어 수처리와 공기 필터 사용이 가능하다. 구슬형이라 회수해 재활용도 된다.
 

 

각종 오염과 세균이 나노 기공에 빠져 광촉매에 의해 물과 이산화탄소로 분해된다. <자료=씨투씨소재 제공>
각종 오염과 세균이 나노 기공에 빠져 광촉매에 의해 물과 이산화탄소로 분해된다. <자료=씨투씨소재 제공>
수처리와 공기필터로의 쓰임은 성장세가 완만하던 광촉매 시장을 급성장하게 만들 수 있다. 세계는 온난화로 인한 대기오염과 미세먼지, 물 부족에 시달리며 범국제적 대책에 나섰다. 그러나 혁신적인 오염제거 기술이 나오지 않고서는 배출규제 위주의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대기 중에서 햇볕을 받으며 오염을 제거하는 광촉매 기술은 환경오염 해결사 역을 기대받아 왔다. 안전하고 효율적이면서도 2차 오염물질이 없는 씨투씨소재의 하이브리드 광촉매는 시장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다.
 
고 대표는 고가의 멤브레인 필터 정수기와 헤파(HEPA) 공기필터, 플라스마 미세먼지 포집기를 저가로 대체할 광촉매 필터를 시제품으로 효과를 입증했다. 현재 정수기와 공기청정기 분야 유수 기업들과 상용화 테스트 중이다.
 
광촉매, 환경필터 넘어 다양한 시장 진출···공공기술 시장 취약 편견 극복 '의지'
 
"시장은 정부출연연구기관이 만든 공공기술에 대해 상용화되기 어렵다는 선입견이 있습니다. 이를 극복해야 했지요."
 
씨투씨소재는 화학연과 세운 '사실상' 1호 연구소기업이다. 서정원 박사 등은 오랫동안 산연 협력을 이어온 고 대표에게 상용화를 제안했다. 고 대표는 1호 원천기술을 들고 맨땅에 헤딩하듯 투자시장을 겪었다.
 
당시에는 사업모델이 불분명했다. 오히려 투자사들이 "기술 좋다. 필터 어떠냐"며 상용화 모델을 역제안했다. 그 제안들은 일리가 있었다.
 
고 대표는 사업모델을 다듬고 수익 근거를 붙여갔다. 세계 광촉매 시장은 연평균 11% 성장하고, 특히 한국은 물부족국가에다 파리기후협약국으로 각종 규제를 돌파할 환경필터가 필요한 상황이다.
 
씨투씨소재는 정수기와 공기청정기 필터 납품에 대비해 공정을 확보하고, 원형보다 10배의 효과를 확보했다. 제휴와 투자를 위해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다 보니 예상치 않던 주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캐나다의 배터리 제조사가 2차전지 소재로 쓴다며 광촉매를 수입해 갔다. 한달 전엔 국내 보도블록 제조사도 "독일 코팅제 대신 쓰겠다"고 샘플을 요청했다. 씨투씨소재는 환경필터 뿐만 아니라 자동차, 반도체, 레이저 가공기업 등과도 필터 적용 성능 테스트를 진행한다. 또한 신장투석환자의 요산 흡착성도 발견돼 바이오 적용까지 전망한다.
 
협력사가 많아짐에 따라 기업 성장의 로드맵이 선명해갔다. 고 대표는 "기업을 가치를 키우기 위해선 지속적인 투자금 유입이 필요하다"며 단계별 투자계획을 보였다. 2022년 상장이 목표다.
 

 

광촉매로 만든 다양한 원소재 <사진=씨투씨소재 제공>
광촉매로 만든 다양한 원소재 <사진=씨투씨소재 제공>
고 대표는 대전 출신의 기업가로서 지역에 바람을 전했다. 다른 지역에 영업을 갔더니, 담당 공무원이 "우리 지역기업 챙기기도 바쁘다며 홀대했다"는 것이다. 반면 "대덕의 연구소에서 이전받은 공공기술 창업인데, 지역 투자기관엔 별 관심을 받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다양한 연구소와 산업체가 모인 대덕특구 일대는 창업기업의 도약을 위한 명실상부한 테스트베드가 돼야 하고, 청년 근로자 주거를 위한 교통편과 인프라가 전면 확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 면에서 전국조직인 한국탄소나노산업협회가 특이한 케이스"라고 고 대표는 말했다. "실증지원사업으로 광촉매 시제품 개발과 성능평가를 받는 과정에서 친근하고 문제를 해결해주려는 자세가 창업기업엔 얼마나 큰 응원인지 모른다"고 돌아봤다.
 
"출연연 연구성과로 창업한 만큼 시장에서 제대로 승리하겠다"고 다짐한 고 대표는 작별인사로 숙제를 줬다.
 

"간결하고 멋진 저희 광촉매 이름 생각해 보실래요?"
 

 

기계과 출신으로 교사도 해봤던 고 대표는 "기업가에서 보람을 찾는다"며 소년 같은 미소를 지었다. <사진=윤병철 기자>
기계과 출신으로 교사도 해봤던 고 대표는 "기업가에서 보람을 찾는다"며 소년 같은 미소를 지었다. <사진=윤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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