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천후 파수꾼 열영상 센서, 헤드라이트 밝혔다

[모든 것의 시작, 나노 ⑭] 비냉각형 열영상 센서, 반도체 공정 적용으로 본격 상용화
자동차 센서 기업 트루윈, 내장형 적외선 센서 기술로 자율자동차 센서 '퍼즐' 완성
"인생 걸만한 기술을 만났다? 그러면 성공한 엔지니어야."
 
제자들에게 이 말을 당부하던 이귀로 KAIST 교수.
나노종합기술원장 역을 마치면서 ‘인생 기술’을 실현하고 싶었다.
열적외선을 이미지화하는 '비냉각식 열영상 센서'였다.
산업 전반에 두루 쓰일 필수 센서인데 국내서 만드는 곳이 없었다.
이 교수와 창업 동료들은 이 센서를 국민 손에 하나씩 들려주고 싶었다.
밤하늘의 별 '시리우스' 보듯 쉽게 적외선 세상을 볼 수 있도록 상용화에 성공했다.
그들의 센서는 자동차로 시작해 더 큰 세상을 향해 나아간다.
 
"교수님은 열영상 센서를 우리가 꼭 개발해야 할 국가적 자산이라고 강조하셨죠."
 
김근호 트루윈 공정사업부장은 창업기를 회상했다. 김 부장은 이귀로 교수와 창업에 참여한 주역이다. 그는 창업팀 '시리우스'가 상장사 '트루윈'에 합류하기 전까지 3년을 숨 가쁘게 달려와 열영상 센서를 완성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상용 반도체 공정 통해 대량생산 이룬 열영상 센서, 민간 적용 본격화
 

 
"모니터 영상이 열영상 센서로 보는 세상입니다. 우리 눈에 안 보이는 것을 봅니다. 쓰임이 많겠죠?" 
 
김 부장은 한 손에 들어오는 내장형 '비냉각식 열영상 센서' 모듈을 들어보였다. 그는 "이 조그만 모듈 안에 많은 고민이 응집됐다"고 말했다.
 
열영상 센서 모듈. 기존 제품보다 고성능에 경량이다. <사진=윤병철 기자>열영상 센서 모듈. 기존 제품보다 고성능에 경량이다. <사진=윤병철 기자>
모듈은 열에 따라 저항이 변하는 '마이크로볼로미터(microbolometer)' 온도 센서가 핵심 부품이다. 절대온도(-273°C) 이상의 모든 물체는 물체가 갖는 온도만큼의 적외선을 발산한다. 적외선을 열 반응으로 감지하는 센서가 비냉각식 센서다.
 
성능은 좋지만 냉각기가 달려 무겁고 고가의 냉각식 적외선 센서는 정밀함이 요구되는 군용과 연구용에 적합하다.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는 민간의 다양한 적외선 감지 수요에 대응하려면, 작고 저가의 비냉각식 열영상 센서가 대량으로 생산돼야 했다.
 
그러나 열영상 센서의 표준화된 공정 플랫폼이 없어 제조사마다 독자 공정을 구축하는데 많은 시간과 비용을 소모해야 했다. 이 교수 창업팀은 한국이 가장 잘하는 반도체 파운드리 공정을 주목했다. 이 공정에 열영상 센서 제조를 적용하면 대량생산이 가능하다고 예상했다.
 
예상은 적중했다. 대상체의 온도 정보를 포함한 열 신호를 지키는 진공 포장인 '웨이퍼레벨진공패키징' 기술을 확보해 열영상 센서의 대량생산을 이뤄냈다. 대중화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또한 센서 내 셔터를 없앴다. 기존 센서는 내장 셔터로 센서 특성을 초기화시킨다. 이러면 영상이 끊기는 약점이 있다. 영상 품질을 위해 '셔터를 제거'해도 안정적으로 열영상을 제공하도록 기술을 고도화했다.
 
이 과정서 나노융합산업연구조합이 'T2B' 지원사업으로 시제품 개발을 도왔고, 전시회 등을 지원했다. 6건의 MBA 설계와 공정기술 특허를 보유한 것도 개발과정에서 얻은 성과다.
 
현재는 더 높은 수준의 해상도와 최소 단위 파장을 감지하는 열영상 센서를 개발하며, 민간의 다양한 쓰임에 맞춘 제품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다양한 목적과 환경에서 활용될 열영상 센서 <자료=트루윈 제공>다양한 목적과 환경에서 활용될 열영상 센서 <자료=트루윈 제공>

트루윈, 적외선 센서 기술 안으며 다양한 4차 산업 수요 대응
 
적외선 센서의 활용은 4차 산업혁명과 동반하며 산업 전반을 시장으로 본다. 사물간 통신을 주고받는 loT와 비일상적 움직임과 사고를 감지해 위험을 줄이며 편리한 생활을 가능하게 한다. 특히 이동수단인 자동차가 자율주행차를 향해 발전하면서 전과 다른 기능의 센서들을 요구한다.
 
2016년 시리우스에 32억원을 투자했던 트루윈(대표 남용현)은 지난 7월 시리우스를 흡수합병했다. 트루윈은 다양한 자동차 브랜드에 센서를 납품하는 센서 전문 상장사로, 시리우스를 안은 것은 4차 산업혁명에 본격 뛰어들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남용현 트루윈 대표는 "자율주행차에 따른 센서의 진화가 필요하며, 최적화된 열영상 센서를 신성장의 동력으로 삼는다"고 합병 배경을 밝혔다.
 
시리우스 또한 창업 초기목표로 삼던 스마트폰 내장형에서 보다 넓은 시장을 동반할 최적의 파트너를 만난 셈이다. 팀은 트루윈의 연구분야 책임자로 들어와 적외선 센서개발에 몰두할 수 있게 됐다.
 
"저희가 만든 열영상 센서는 엔지니어가 평생을 연구할만한 기술이자, 한국을 먹여 살릴 핵심기술입니다."
 
나노종합기술원장과 LG전자기술원장을 역임하며 한국 센서의 발전을 이끈 이귀로 트루윈 CTO(기술최고경영자)는 열영상 센서 자립화를 자랑스러워했다.

이 CTO는 한편으로 중소기업의 인재 수급을 걱정했다. 그는 "특히 전자 분야는 대기업의 인재 독식으로 중소기업과의 연구개발 불균형이 문제"라고 전했다. 실제로 지역의 청년 잔존율은 우수 일자리와 관계가 깊다. 

그는 이어 "KAIST 졸업생 2명이 얼마 전 대기업을 마다하고 선배들이 심은 적외선 센서기술을 꽃피우겠다고 트루윈에 입사했다"며 "열영상 센서가 지역 기업에 일자리를 주는 기술로도 이어지길 바라왔다"는 기대감을 남겼다.

열영상 센서 개발 주역인 김근호 부장. 연락이 잘 닿지 않을 정도로 차기작 개발에 바쁘다. <사진=윤병철 기자>열영상 센서 개발 주역인 김근호 부장. 연락이 잘 닿지 않을 정도로 차기작 개발에 바쁘다. <사진=윤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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