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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로 '틈' 메우는 기술 개발···누출되는 CO₂, 물 잡다

노열 전남대 교수팀, 미생물과 탄산칼슘 활용해 밀봉 능력 향상
17일 'KOREA CCS 2020사업 테크페어'서 누수 업체에 기술 소개
미생물이 배양된 액체(오른쪽)를 콘크리트 틈새에 부어 봉합한 모습(왼쪽). <사진=노열 교수 제공>미생물이 배양된 액체(오른쪽)를 콘크리트 틈새에 부어 봉합한 모습(왼쪽). <사진=노열 교수 제공>

반 토막 난 콘크리트 조각. 그 사이에 미생물이 섞인 액체를 떨어트리자 금이 간 부분에 흰 침전물이 생기면서 틈이 메워졌다. 힘을 가해 다시 조각을 내고 단면을 살펴보면 침전물이 틈새에 골고루 퍼져 있다.
 
콘크리트 사이를 채운 물질은 미생물이 만든 탄산칼슘(CaCO3). 조개껍데기와 석회석 등을 구성하는 광물이자 시멘트의 주원료다. 탄산칼슘은 미생물이 공기 중 이산화탄소와 반응해 만든 탄산염광물 중 대부분을 차지한다.
 
노열 전남대 지질학과 교수팀은 미생물을 활용해 이산화탄소 지중저장소의 밀봉 능력을 향상시키는 기술을 개발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포집된 이산화탄소는 지하 1 km 암석에 액체 상태로 저장되는데, 시멘트로 만든 주입구에 균열이 생겨 이산화탄소가 내어나올 수 있다. 연구팀은 지중저장 후보지의 암석 조각의 틈에 배양한 미생물을 넣어 밀봉 기능이 강화됨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여기서 나아가 미생물에서 탄산칼슘을 만들어내는 세포외중합체물질(EPS) 분리에 성공, 미생물 없이도 틈을 메울 수 있는 기술을 획득했다. 
 
노 교수는 이 기술을 누수 방지 분야로 확장하고 있다. 그는 "물이 새는 부분에 주로 사용되는 에폭시는 점성이 있어서 아주 가는 틈에 들어가기 어렵다"면서 "EPS는 물처럼 흐르기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는 틈까지 들어가 미세균열 보수 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노 교수는 오는 17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리는 'KOREA CCS 2020사업 밀봉능력향상기술 테크페어'에서 누수 업체 관계자를 대상으로 연구성과를 소개할 예정이다.

(왼쪽부터) EPS로 깨진 달걀껍질을 밀봉하기 전과 후 사진. <사진=노열 교수 제공>(왼쪽부터) EPS로 깨진 달걀껍질을 밀봉하기 전과 후 사진. <사진=노열 교수 제공>
 
◆ 소금기 없이 자라는 미생물, 백아산 석회동굴서 찾다
 
우도 홍조단괴해빈에 있는 홍조단괴. <사진=노열 교수 제공>우도 홍조단괴해빈에 있는 홍조단괴. <사진=노열 교수 제공>
연구는 7년 전 노 교수가 우도 홍조단괴해빈에서 주운 돌멩이 모양의 홍조단괴를 관찰하는 것에서 시작됐다.

노 교수는 홍조단괴가 탄산칼슘으로 이뤄져 있으며, 해조류인 홍조에 붙은 미생물이 단괴를 만든다는 것을 알아냈다. 연구팀은 다음 날 곧바로 홍조단괴를 채취해 실험실에서 미생물을 배양하고 칼슘을 넣어줬다. 그러자 홍조단괴의 구성광물과 같은 탄산칼슘이 만들어졌다.
 
한 가지 문제점은 홍조에 있는 미생물이 자라려면 소금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소금은 콘크리트가 굳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에 홍조단괴 유래 미생물은 밀봉 연구에 사용할 수 없었다.

그래서 찾아낸 것이 전남 화순군 백아산의 석회동굴에서 서식하는 미생물이다. 이 미생물은 염분이 없어도 탄산칼슘을 만들어낸다.
 
이어 연구팀은 석회동굴 미생물 배양액에서 EPS가 포함된 액만 분리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배양액에 칼슘을 섞어 탄산칼슘을 만들었고 이 물질을 이용해 깨진 부분을 봉합하는 실험에도 성공했다.

노 교수는 "우리 연구의 핵심은 소금기 없이 자라는 탄산광물염 형성 미생물을 발견하고, 여기서 EPS 액의 수확 방법을 개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7년 노열 교수가 미생물을 채집한 백아산의 석회동굴. 조경남 강원대 교수가 동행했다. 노 교수는 "동굴이 매우 좁아 몸이 끼고 길을 헤매기도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사진=노열 교수 제공> 2017년 노열 교수가 미생물을 채집한 백아산의 석회동굴. 조경남 강원대 교수가 동행했다. 노 교수는 "동굴이 매우 좁아 몸이 끼고 길을 헤매기도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사진=노열 교수 제공>

백아산 석회동굴 미생물이 만든 탄산칼슘을 전자현미경으로 확대한 사진. <사진=노열 교수 제공>백아산 석회동굴 미생물이 만든 탄산칼슘을 전자현미경으로 확대한 사진. <사진=노열 교수 제공>

◆ 미생물과 광물 20년 탐구···"이번 연구는 두 분야 융합한 결과"

노 교수는 20년 간 미생물이 만든 광물과 나노물질을 연구해왔다. 박사 과정에서 토양과 지하수 오염을 전공했지만, 미국국립연구소에서 미생물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는 "광물과 미생물을 융합해 연구해 온 경험이 연구에 도움이 됐다"며 "지질학과 소속이지만 일부러 화학회나 미생물학회를 찾아다니며 다양한 정보를 많이 얻는 편"이라고 소개했다.
 
한 연구주제를 멈추지 않고 연구한 것과 주변 사람들의 조언도 이번 성과에 기여했다. 노 교수팀은 2011년부터 한국이산화탄소포집및처리연구개발센터(KCRC)의 KOREA CCS 2020 사업에 참여해 여러 연구팀과 이산화탄소 저장 분야를 연구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다른 연구자들로부터 우리 기술을 누수에 적용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받았다"며 "워크숍에서 문제 해결과정을 공유하지 않았다면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연구팀은 EPS 액의 대량 생산법을 개발해 기술을 현장에 적용하고 기술이전도 할 계획이다. 노 교수는 "기술에 관심을 보이는 기업이 몇 곳 있다"며 "기술이전을 하게 된다면, 단순한 기술 전수에서 끝내지 않고 기술 비결이 기업에 제대로 정착할 수 있도록 초기에 공동 실험을 하겠다"고 밝혔다.

박상도 센터장은 "이번 사례처럼 기술개발이 실용화와 상용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관련 기업 대상으로 성과를 소개하는 자리를 지속적으로 마련할 예정이다. 많은 기업의 참여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를 함께 한 구성원들. (왼쪽 윗줄부터 시계방향으로) 노열 교수, 강서구 박사, 서현희 박사, 김유미 박사. <사진=노열 교수 제공>이번 연구를 함께 한 구성원들. (왼쪽 윗줄부터 시계방향으로) 노열 교수, 강서구 박사, 서현희 박사, 김유미 박사. <사진=노열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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