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국회의원회관서 '연구출연금의 사용과 관리에 관한 법률' 제정 위한 토론회 개최
현장 연구자들 "제도 개선으로 연구비 유연성 확보하며 자율성 강화돼야"

"현 출연제도는 연구자가 아닌 공무원을 위한 제도다. 연구 자율성 강화와 연구 불확실성 대처를 위해 정부가 지원하는 출연금 사용의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 연구출연금을 사용하는 연구기관은 윤리적 절차와 기준을 마련하고 엄격하게 준수해서 사회적 신뢰를 높여야 한다."(노환진 UST 교수)

"연구는 불확실성이라는 특성이 있다. 연구비 이월이 안 되거나 반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는 때가 있다. 인건비도 부족하거나 많을 때도 있다. 연구비 관리가 유연하지 않으면 어쩔 수 없이 편법을 써야 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연구비 유연성 확보와 함께 전문가의 행정 지원이 필요하다."(박현성 서울시립대 교수)

출연제도의 원래 취지를 살려 관련 법안에 반영하고, 이를 사용하는 기관의 윤리적 관리지침을 마련해 연구자율성과 연구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현장 의견이 나왔다.

1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출연연 연구자, 대학 교수 등은 현 출연제도 개선이 필요하며, 관련 내용을 이른바 '연구출연금의 사용과 관리에 관한 법률' 입법 활동에 반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환진 UST 교수가 '출연제도 개선에 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사진=강민구 기자>
노환진 UST 교수가 '출연제도 개선에 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사진=강민구 기자>
◆연구비 사용 제약 지나쳐···유연성 높이고 자율성 강화 필요

발제를 맡은 노환진 UST 교수는 '출연제도 개선에 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출연연구비의 개념과 정의, 윤리적 관리지침, 묶음예산 도입, 자체 감사 강화 등을 담고 있는 법률안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노환진 교수는 국가재정법을 들며 법률적 근거를 설명했다. 노 교수에 의하면 국가재정법에는 출연금의 기능이 대략 정의돼 있다. 산업기술혁신촉진법 등 각 법률에는 출연금의 용도와 출연금 자격 요건이 있지만 사용과 관리 관련 법률 차원의 규범은 없는 실정이다. 

노 교수는 "행정학 사전상으로는 출연금은 민간에게 반대급부 없이 금전적으로 행하는 출연으로 명시돼 있다"면서 "출연금의 근본 취지를 살려 연구비를 유연하게 활용하고, 연구 자율성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미국, 독일 등 선진국에서도 연구비를 유연하고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방향성을 갖고 연구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경쟁성 연구비제도는 행정체계 최소기준을 규정하고 있으며, 비경쟁적 연구비예산은 묶음예산으로 배정한다는 특징이 있다. 

노 교수는 이러한 선진국의 제도를 고려하며 연구비를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는 법률 입법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내비쳤다. 이와 함께 ▲회계원칙 통일과 윤리적 관리지침 제정 ▲확약제도 도입 ▲이해 충돌 신고·관리 ▲출연연 연구비의 묶음예산 지급 ▲자체감사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연구비 사용의 사소한 문제가 현장에서 지적되고 있지만 사업 복잡성, 평가 실효성, 정산 문제점 등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KIST 설립과 출연금제도를 만들 당시 연구 자율성과 연구기관 독립성이 중요하게 다뤄졌던 반면 현행은 그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을 준용하기 때문에 많은 정부 보고와 감사원 감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 교수는 "정부가 연구자의 자율성을 위해 노력한다면 매년 연구자의 불편사항을 정기적으로 조사하고 공표할 필요가 있다"면서 "선진국들이 연구비 유연성을 위해 노력하는 부분을 살펴볼 필요가 있으며, 정부와 연구자 모두가 조금씩 올바른 방향을 위해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오세정 바른미래당 국회의원실과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은 공동으로 1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출연제도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공개토론회를 개최했다.<사진=강민구 기자>
오세정 바른미래당 국회의원실과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은 공동으로 1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출연제도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공개토론회를 개최했다.<사진=강민구 기자>
◆현 출연제도 변화 불가피···유관 법률도 고려해야

패널 토론 참석자들은 현 출연제도에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데 공감했다. 정성철 과학문화진흥회장은 "기존 과학기술정책은 정책을 위한 과학, 경제발전을 위한 목적으로 과학이 활용됐다"라면서 "현 출연제도가 변화하지 않으면 정책적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기 때문에 연구원이 역량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연구비가 관리·활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관련 법과의 연계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고영주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전문위원은 "현행 과학기술 관련 법 제정방향을 고려하면서 부처 간 상황 고려, 법률적 설득력을 갖추는 작업이 필요하다"면서 "연구 목적 기관의 범위 설정, 연구회의 역할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권성훈 국회입법조사처 과학방송통신팀 입법조사관도 기존 법과의 연계 필요성을 강조했다. 권성훈 조사관은 "과학기술기본법 등 각종 법 규정과의 충돌 문제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면서 "연구기관 전문기관 명시작업, 국가 연구개발사업 정의 등을 고려하고, 현행 법의 추진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출연제도 개선을 통해 출연연이 국가 미래를 이끄는 임무를 수행하고, 국가적 난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고영주 전문위원은 "정부가 출연연에게 국가적 난제, 사회적 문제에 대한 임무를 주고 안정적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면서 "출연연은 답을 만들면서 임무를 수행하되 연구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출연연이 서로 벽을 트고 미래를 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미래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적 자산을 만들어야 하며, 이와 관련해 연구회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연구자가 윤리의식을 갖추고 연구환경을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김대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연구예산총괄과장은 "현재 R&D 혁신안을 비롯해 연구자에게 최대한 자율과 권한을 위임한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면서도 "최근 부실학회, 특허 문제 등 연구비 부정집행과 투입대비 낮은 연구 성과 등 비판을 받는 상황에서 연구자가 윤리의식, 연구환경 등을 변화시키는 모습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대기 과장은 "국내 상황상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의 법과 제도를 그대로 접목하기에도 한계가 존재하며, 그에 앞서 연구자 의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면서 "내부 감사기관을 못 믿어 정부의 감사 관리가 필요하다는 민원도 많이 받는다. 연구자의 윤리의식 수준 향상과 내부 변화도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플로어 토론에서 김광선 한국기술교육대학교 메카트로닉스공학부 교수는 "정책 방향은 결국 연구자 중심으로 가야한다고 본다"면서 "창의·선도적 연구를 위해 연구자는 모든 에너지와 네트워크를 활용해 최선을 다할 의무가 있으며, 이를 지원하기 위한 연구자 중심 제도와 평가 체계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편, 오세정 바른미래당 국회의원실과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대표 노석균, 이하 과실연)은 공동으로 1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출연제도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공개토론회를 개최했다.

노석균 과실연 상임대표는 "출연제도의 원래 취지가 연구 현장에 반영돼야 함에도 오랜 세월 동안 만족스럽지 못한 상태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국회에서 입법화해서 올바른 출연제도를 확립해 현장 연구자를 격려하고, 연구 활성화를 이끄는 정책이 추진되기를 기대한다"고 개회사를 밝혔다.

오세정 바른미래당 국회의원은 "출연금 관련 법안 개정은 지난 몇 년간 계속 논의되어 온 과학계의 숙제"라면서 "연구출연금 법적 제도 개선방안 논의를 통해 경쟁력 있는 연구 환경, 연구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환영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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