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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전달보다 연구" 교사 미루고 치료제 개발 과학자

[과학청년 부탁해 ㉟]김정기 UST-생명연 박사과정생
단백질 쓰레기 연구로 암, 퇴행성 뇌질환 치료 활용 목표
학창시절 놀면서도 공부도 잘하는 평범한(?) 꿈을 꿨다. 성적은 나쁘지 않았다. 진로는 대학교수인 부친을 따라 사범대를 택했다. 교사가 되기 위한 꿈을 쫓았다. 졸업하면 2급 정교사 자격증이 나오고, 임용고시를 통해 교사의 길을 걸을 계획이었다.

졸업을 앞두고 인생 방향을 바꾸는 일이 일어난다. 우연히 참석한 강의에서다.
"제자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교사도 보람되지만 반복적으로 지식을 전달하고 가르치는 일이 어느 순간 지겨워질 수도 있다." 한동안 머리가 멍했다.

고민이 시작됐다. '내가 좋아하는 생물을 공부하면서도 이미 알려진 이론이 아니라 미지의 영역을 탐험할 수는 없을까?'. 그리고 내린 결론, 연구자의 길이다. 사범대 특성상 거의 모든 졸업생이 교사의 길을 택하지만 그는 새로운 길을 개척해보자는 생각에 과감히 진로를 바꿨다.

UST-한국생명공학연구원 캠퍼스에서 박사과정을 수행하고 있는 김정기 씨. 김 씨는 누구보다 연구를 좋아한다. 알려지지 않은 분야에 도전하고 찾아가는 과정이 재미있단다. 그는 지식전달 꿈을 미뤄놓고 암이나 뇌질환 치료제 개발에 공헌하는 연구자가 되겠다는 꿈을 향해 질주 중이다. 

김정기 UST-한국생명공학연구원 캠퍼스 박사과정생.<사진=강민구 기자>김정기 UST-한국생명공학연구원 캠퍼스 박사과정생.<사진=강민구 기자>

◆외할머니 보며 질병 치료 관심···주변 반대 무릅쓰고 연구자 길 선택

"외할머니가 암투병을 하시면서 고생이 심하셨어요. 암치료 연구가 많이 진행되지만, 여전히 부작용이 발생하고, 완전 치료가 어렵다는 사실이 안타까웠죠. 암매커니즘을 공부해서 치료제 개발에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외할머니의 영향으로 그는 자연스럽게 생명 분야를 진로로 선택했다. 교직은 적성에 잘 맞았다. 교생실습을 하며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흥미로웠던 것.

하지만 과거의 지식을 전달해야 한다는 데 아쉬움을 느꼈다. 모든 학생이 꿈 없이 정해진 길만 따라가는 것 같았다. 그런 상황에서 진로 강연을 듣게 된다. 졸업을 앞둔 시점이라 고민이 많았다. 연구를 통해 새로운 이론을 정립하고, 질병 치료에 기여하자는 데 생각이 닿았다.

"졸업해서 평범하게 교사의 길을 걸을까, 아님 연구자의 길을 새롭게 시작해야 할까. 결국 가지않은 길을 선택했죠. 현장에서 연구를 수행하며, 새로운 길을 개척해보자고 생각했습니다."

연구자의 길을 선택하자 지인들은 그를 만류했다. '사범대 출신이라 경쟁에서 이겨내기 힘들 것이다.', '4년 동안 사범대를 다녔는데 왜 다른 길을 택하려 하는가' 등.

이를 무릅쓰고 그는 생명연에서 학생연구원으로 활동하며 충북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김 씨는 "연구소 현장에서 실험하며 배우고 싶다는 생각에 항암치료 관련 연구를 수행했다"면서 "이후 마찬가지로 대학원, 연구소 생활을 병행할 수 있는 UST에서 박사과정을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길을 선택한 만큼 그동안의 과정은 쉽지 않았다. 실험 경험이 없어 두려움도 컸다. 교직 공부와 달리 원서를 사용하는 등 그동안 알고 있던 지식의 원리, 개념도 달랐다.

김 씨는 "리소좀, 미토콘드리아, 비만세포 등 한글로 된 지식을 배웠었는데 용어 차이가 생각보다 컸다"면서 "실험 경험도 없어서 과정이 두려웠지만 하나하나 다시 배웠다"며 그간의 과정을 돌아봤다.

그는 "작은 튜브 속 세포를 실험하는 반복적인 일에 지칠 때도 있고, 잘 안될 때도 있다"면서도 "연구를 수행하며 나 자신의 질문을 갖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선배 연구자, 동료들은 연구, 생활면에서 큰 힘이 됐다. 이들과 연구에 대해 종종 대화하며 시각을 넓히는 시간도 갖는다. 학회에서 발표하며 참가자와 지식을 공유하고, 교류했던 경험은 연구의 즐거움과 연구자의 의미를 새삼 돌아보게 했다.

"연구를 하다보면 저도 모르게 틀 안에 갇힐 때가 있어요. 한 달에 1~2번 원내 UST 학생들과 연구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도 도움이 됩니다. 또 박사님들과 교수님들께도 연구를 배우면서 실험 결과를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지도를 받고 있습니다."

◆단백질 쓰레기 연구···"퇴행성 뇌질환, 암 관련 질병 치료에 기여"

"연구한 성과를 표현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누군가에게 저의 연구를 보여주고, 지식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교직 경험은 누구보다 쉽게 연구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김 씨는 현재 단백질 쓰레기 관련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노화, 유전적 변이, 여러 가지 스트레스 요인으로 세포 내 불필요한 단백질인 단백질 쓰레기가 발생하게 된다. 이를 적절한 시기에 제거하지 않으면 헌팅턴, 파킨슨, 알츠하이머 등 퇴행성 뇌질환 질병이나 암, 면역계 질환 등을 유발한다. 

그는 연구진들과 p62 단백질이 이 단백질이 존재하는 특정 영역과 결합해 단백질 응집체 전달자뿐만 아니라 단백질 쓰레기를 직접 분해할 수 있다는 새로운 기작을 규명했다. 이 단백질의 자가포식작용을 선택적으로 활성화하고, 이를 통해 단백질의 비정상적 축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질병 치료에 활용할 수 있다.  

그는 2~3년간 더 연구를 수행해야 한다. 앞으로도 연구를 계속 즐기면서 아직 알려지지 않은 분야를 개척하는 연구자가 되는 것이 목표다. 아직 가야할 길이 많아서인지 젊은 과학도 '비포장도로'라고 적었다. 그는 자전거를 타는 모습에 비유하며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넘어지지 않기 위해 열심히 페달을 밟아야죠. 연구가 힘들게 느껴져 휘청거리며 넘어질 것 같을 때도 있습니다. 인생의 즐거운 한부분으로 연구를 즐기고 싶습니다. 앞으로 N-말단법칙과 p62 단백질을 통한 오토파지 활성 기전을 밝혀 퇴행성 뇌질환, 암, 그리고 염증으로 발생하는 질병을 해결하는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주요 연구 모습.<사진=강민구 기자>주요 연구 모습.<사진=강민구 기자>

김 씨는 '젊은 과학은 비포장도로이다'라고 적었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갈 때 힘든 일이 많을 수 있다. 하지만 이를 극복하며 도착점에 이른다면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짜릿함과 쾌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사진=강민구 기자>김 씨는 '젊은 과학은 비포장도로이다'라고 적었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갈 때 힘든 일이 많을 수 있다. 하지만 이를 극복하며 도착점에 이른다면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짜릿함과 쾌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사진=강민구 기자>

◆김정기 UST-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박사과정생은?

2014년 대구대학교 생물교육과를 졸업했다. 충북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이후 UST-생명연 캠퍼스 박사과정에 재학하며, 생체분자학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2016년 '단백질 대사 및 질병 학술대회'와 2017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포스터 축제'에서 각각 최고 포스터상을 받았다.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젊은 과학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최근 젊은 과학자들이 사회의 주역으로 속속 진입하며 자유로운 사고와 도전적인 마인드로 대한민국의 남다른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대덕넷은 어려운 연구 환경 속에서도 뜨거운 연구 열정을 펼쳐가는 과학 청년 50명을 발굴해 인터뷰 시리즈로 연재합니다. 대덕넷은 '과학 청년 부탁해 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구성원은 과학기술계 산·학·연·관 전문가 10여명입니다. 전문가분들께 과학자 50명 선정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과 조언을 참고하고 있습니다. 한편, 대덕넷은 젊은 과학자 추천을 받고 있습니다. 추천할 젊은 과학자의 ▲이름 ▲소속(연락처 포함) ▲추천 사유를 적어 이메일(HelloDDnews@HelloDD.com)로 보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편집자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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