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나로우주센터, 시험발사체 발사 준비 막바지
10월말경 시험발사체 발사 통해 엔진 성능 등 검증

전남 고흥군의 한적한 시골길을 지나자 어느덧 남해가 보인다. 꼬불꼬불한 산길을 이동하며 찾은 곳은 나로우주센터. 해안선을 따라 자리잡은 이곳은 한국 우주개발의 미래를 이끄는 전진기지.

이곳에서는 우리기술로 우주를 개척하겠다는 꿈이 영글고 있다. 그 기반에는 발사체 기술이 있다. 발사체 기술은 우리 위성을 원하는 시기에 발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러나 선진국들이 관련 기술을 통제해왔고, 한국은 독자개발 경험도 없었다. 우주 후발국인 한국은 한국형 발사체 개발을 위해 엔진 등 관련 기술을 축적해 왔다.

센터에서는 오는 2021년 '누리호' 발사에 앞서 10월말경 시험 발사체 발사 막바지 준비 작업에 한창이다. 시험발사체(KSLV-II) 비행모델(FM)이 지난 6일 공개되면서 우주를 향한 꿈에 성큼 다가서고 있다.   

◆시험발사 준비 이상 없다···'누리호' 활용 엔진 성능 점검 

나로우주센터 정문에서 언덕길을 올라가면 발사통제동이 나온다. 시원하게 펼쳐진 바다 건너편에 시험발사대의 모습이 보인다. 주변에 후박나무가 많고, 밤에는 별과 같은 천체를 관측하기에도 좋단다.    

발사통제동 내부 관람석 유리창 너머로 발사통제실의 모습이 보인다. 대형 화면에서 발사대, 센터 등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연구원들이 발사 상황을 실시간으로 점검하고 대응하기 위한 장비도 배치되어 있다.  

먼발치서 발사대가 보인다.<사진=강민구 기자>
먼발치서 발사대가 보인다.<사진=강민구 기자>

발사통제실.<사진=강민구 기자>
발사통제실.<사진=강민구 기자>
3분 가량 이동해 찾은 발사체조립동. 출입을 위해 방진복을 챙겨 입고, 에어샤워를 해야 한다. 조립장 문을 열자 밝게 트인 내부에 걸린 대형 태극기 걸개가 인상적이다. 

왼쪽에는 시험 발사체 비행모델의 모습이 보인다. 비행모델은 무게 52.1톤, 총길이 25.8m, 최대지름 2.6m인 1단형 발사체이다. 

조립장 출입 전 '에어샤워'를 통해 먼지를 걸러낸다.<사진=강민구 기자>
조립장 출입 전 '에어샤워'를 통해 먼지를 걸러낸다.<사진=강민구 기자>

조립장에서는 시험발사체 막바지 점검이 한창이다.<사진=강민구 기자>
조립장에서는 시험발사체 막바지 점검이 한창이다.<사진=강민구 기자>
현재 비행모델의 모습은 마치 원기둥과 유사하다. 질량 시뮬레이터를 부착하지 않았기 때문. 질량 시뮬레이터는 시험모델과 쌍둥이라고 할 수 있는 인증모델(QM)에 부착되어 발사장에서 연료 주입 시험에 활용되고 있다. 시험이 완료되면 해당 시뮬레이터가 시험모델과 결합될 예정이다.

비행모델에는 성능 검사를 마친 전선, 밸브 등 구성품이 빼곡히 조립되고, 점검창만 열려 있는 상황. 상부에는 각종 센서, 안테나가 장착되어 있다. 하부에는 엔진을 부착했고, 엔진 점화 시 발생하는 2000도 이상의 고온을 견디게 하기 위한 단열재 마감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공개된 시험발사체 비행모델. 단열재 마감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공개된 시험발사체 비행모델. 단열재 마감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점검창을 통해 밸브, 전선의 모습이 보인다.<사진=강민구 기자>
점검창을 통해 밸브, 전선의 모습이 보인다.<사진=강민구 기자>
비행모델 오른편에서는 누리호의 최상단 로켓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료탱크와 추진제 탱크도 눈에 들어 온다. 항우연 연구진과 KAI(한국항공우주산업) 등 산업체 관계자의 모습도 보인다.   

시험발사체 비행모델과 달리 오른편에서는 누리호 최상단 로켓 작업도 진행되고 있다.<사진=강민구 기자>
시험발사체 비행모델과 달리 오른편에서는 누리호 최상단 로켓 작업도 진행되고 있다.<사진=강민구 기자>

시험발사체 비행모델과 쌍둥이라 할 수 있는 인증모델이 발사장에 기립되어 있다.<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시험발사체 비행모델과 쌍둥이라 할 수 있는 인증모델이 발사장에 기립되어 있다.<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밖으로 나와 차를 타고 이동해 찾은 곳은 지상연소시험설비동. 이곳서는 한국형발사체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엔진을 시험한다. 엔진 외관에는 마치 빗살무늬 토기와 같이 일정한 간격과 굴곡이 있는 모습이다.

추력 75톤급 이상의 중대형 엔진을 독자개발한 국가는 전 세계적으로 10개국이 되지 않는다. 기술적으로 어렵다보니 국내 연구진도 개발 과정에서 연소불안정, 추진제탱크 용접 불량 등의 기술적 난제를 스스로 해결해야 했다.  

지난 2014년 10월 처음 발생한 엔진의 연소 불안정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설계 변경, 재제작, 반복시험이 이뤄졌다. 해외에서도 이와 관련된 다양한 해결책이 제시되었지만 연구진이 직접 제작하며 해결할 방법밖에 없었다.  

김승한 항우연 엔진시험평가팀 책임연구원은 "그동안 총 10기의 엔진이 시험 과정을 거쳤고, 이중 7번째 엔진이 비행모델에 부착됐다"면서 "지속적으로 개량하고 시험하면서 신뢰성 높은 엔진을 '누리호'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상연소시험설비동에서는 엔진 시험이 이뤄진다.<사진=강민구 기자>
지상연소시험설비동에서는 엔진 시험이 이뤄진다.<사진=강민구 기자>
발사 예비일은 이번 달 중순경 한국형 발사체 추진위원회를 통해 결정될 예정이다. 10월 말경으로 예상되나, 기상 상황 등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

시험 발사를 통해 75톤 액체 엔진의 비행시험을 통해 비행성능과 구조, 전자, 제어 등 서브시스템 점검이 주로 이뤄진다.

항우연은 우주개발진흥법에 따른 시험발사체 계획서를 제출했으며, 산·학·연 전문가로 구성된 전담 평가단이 관련 기준에 맞춰 결과를 분석할 예정이다. 

시험발사가 성공하면 독자 개발한 엔진의 신뢰성 확보와 함께 본발사체인 '누리호' 제작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옥호남 항우연 발사체기술개발단장은 "시험 발사체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개발을 위한 연구진의 자신감을 고취시키게 될 것"면서 "항공우주시스템이 정교하다는 점에서 다양한 변수가 작용할 수 있지만 연구진이 최선의 준비 태세를 갖췄다"고 강조했다. 

정병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연구개발정책실장은 "지난 5년여간 국산기술로 발사체 개발하기 위한 노력이 있었다"면서 "개발된 기술이 다른 산업에 접목되고, 국가 우주 주권을 향상시키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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