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청년 부탁해 ㉞]유용균 원자력연 박사···AI 기반 최적설계 연구
보다 많은 사람이 AI 활용하는 플랫폼 개발 목표···"따뜻한 기술로 사회공헌"

유용균 박사는 젊은 과학을 '덕질'이라고 표현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심취하다 보면 그 어떤 것보다 아까울 것이 없다는 이야기다.<사진=박성민 기자>
유용균 박사는 젊은 과학을 '덕질'이라고 표현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심취하다 보면 그 어떤 것보다 아까울 것이 없다는 이야기다.<사진=박성민 기자>
"요즘 어떤 딴짓을 하고 있냐고요? 인공지능 덕질에 푹 빠져 있습니다. 밤샘은 기본이고요. 개인 휴가를 활용해 전국 학회를 다니고 있죠. 인공지능 덕후들의 모임은 유일한 주말 취미입니다."(웃음)

딴짓 과학자 유용균 한국원자력연구원 6년차 박사의 이야기다. 주변에 자신을 소개할 때마다 항상 '인공지능 덕후'라고 말하는 별난사람.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과학자가 크게 별날 것까지는 없겠지만 그의 '딴짓 이력'(?)을 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딴짓은 KAIST 대학원생 시절부터 시작된다. 기계공학과를 전공했던 이십대 후반의 그는 박사과정에 늦을 대로 늦은 사춘기가 찾아왔다. 이공계 연구자의 꿈에 대해 그렇다 할 목적의식이 없었기 때문.

당시 과학고를 졸업하면 KAIST에 입학하는 것이 당연한 목표였다. KAIST 학부를 마치고 대학원에 입학하는 것도 당연하게 여겼다. 목표을 이룬 젊은 공학도에게 목적의식은 여기까지였다. 유용균 박사의 딴짓은 이때, '방황'에서부터 출발했다.

KAIST 재학 당시 학업은 내려놓고 락클래식 딴짓에 빠져있는 모습.<사진=유용균 박사 제공>
KAIST 재학 당시 학업은 내려놓고 락클래식 딴짓에 빠져있는 모습.<사진=유용균 박사 제공>
그때부터 학업을 내려놓고 딴짓에 빠졌다. 주제는 '락클래식'. 공연장을 찾아다니며 락클래식을 즐겼다. 공연 기획에 취미도 생겼다. 주로 락클래식과 국악을 접목한 독특한 기획을 했다. 직접 바이올린을 켜며 무대에 수차례 오르기도 했다. KAIST 오케스트라 회장도 맡아가며 딴짓을 즐겨왔다.

락클래식을 즐기던 공학도에게 어느날 아이디어가 번뜩 떠올랐다. 악기의 '최적설계'였다. '딴짓'과 '전공'의 접점을 찾아낸 것. 기계공학을 전공했던 그는 최적설계가 주요 분야였다. 특정 악기의 형상이 가장 좋은 소리를 내기 위한 최적의 구조라는 것을 과학적으로 증명했고 박사학위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

그는 "방황은 마치 과학과 같다. 방황은 세상의 이치를 알며 세상이 돌아가는 원리를 알아가는 것"이라며 "딴짓을 하면서 다양한 사고의 기회를 접했다. 결국 연구결과로 이어질 수 있었다"고 소회했다. 

그는 KAIST 박사과정 졸업 이후에 원자력연에서 연구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원자력연의 핵심 연구 분야인 원자로 주요기기 설계에 관련된 연구를 맡고 있다. 내진특성이 중요한 원자로를 튼튼하게 만들도록 최적설계로 풀어가고 있다.

◆ 원자력연에서 인공지능 덕질에 빠지다

지난해 그는 SNS에서 구글 기업 관련 뉴스를 접했다. 뉴스의 내용은 이렇다. 구글번역기팀이 10년 동안 만들어온 구글번역기를 새롭게 등장한 인공신경망팀이 6개월 만에 기존보다 훨씬 뛰어난 구글번역기를 만들었다는 것. 기반은 인공지능이었다.

유용균 박사가 인공지능에 빠지게 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
유용균 박사가 인공지능에 빠지게 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
유용균 박사는 "그동안 인공지능은 굳이 몰라도 되는 다른 세계라고 생각해왔다"라며 "하지만 구글번역기 사례를 보고 위기감을 느꼈다. 세상이 급변하게 변화하고 있다. 인공지능을 모르면 세상에서 도태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인공지능 덕질에 빠진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6월부터 인공지능 독학에 빠졌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인공지능 대가들의 서적과 영상을 보며 지식을 쌓았다.

나중에는 개인 휴가를 써가며 각종 인공지능 학회까지 다녔다. 덕질 반년인 6개월 만에 인공지능 기술을 최적설계에 적용하는 연구 결과를 국제저널에 투고했다.

그는 "이번에도 '딴짓'과 '전공'의 접점을 찾았다. 학위 주제인 최적설계에 인공지능을 접목한 기법을 연구하고 있다"라며 "최적설계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학습을 마치면 빠른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인공지능이 최적설계의 시간을 단축해줄 것"이라고 확신했다.

인공지능과 최적설계 기술을 융합하는 연구는 최근 연구재단 신진연구과제로 선정돼 연구비를 지원받고 있다.

또 원내에서 개인 연구를 위해 지원해주는 인큐베이터 과제를 통해 '근골격계 영상 고해상화' 기술 개발로 응용되고 있다. 앞으로 원자력 발전소의 안전성을 더욱 향상하기 위해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하는 연구를 수행할 계획이다.

그는 "출연연 인공지능 연구자들이 다함께 중지를 모아 융합 연구를 함께 만들어가고 싶다"라며 "따로 흩어져 연구하지 말고 출연연의 존재와 의미를 생각하며 함께 연구한다면 훌륭한 연구성과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 "인공지능 덕질을 업으로···따뜻한 기술로 사회문제 푼다"

유용균 박사가 인공지능 최적설계 관련 연구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
유용균 박사가 인공지능 최적설계 관련 연구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
 
"현재 인공지능 기술은 수요자와 공급자가 연결돼 있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인공지능 덕질하는 일반인들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여기서 나오는 기술이 사회에 필요한 수요자에게 연결되는 플랫폼을 만들 예정입니다."

그는 "인공지능 분야는 최근에 새롭게 열린 분야이다. 또한 활발한 공유 문화로 모두에게 열려있다. 학부생·대학원생·박사·교수 모두 똑같은 위치에서 출발하는 셈"이라며 "인공지능을 정말 필요한 사람들이 쉽게 쓸 수 있도록 플랫폼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젊은 과학을 '덕질'이라고 표현했다. 취미생활에 사용하는 비용·시간 등은 아깝지 않듯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심취하다 보면 그 어떤 것보다 아까울 것이 없다는 이야기. 결국 연구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유 박사는 인공지능 기술을 모든 분야에 적용될 수 있는 파워풀한 도구인 '컴퓨터'에 비유했다. 과거 컴퓨터가 등장했을 때 운영체제는 '도스'였다. 도스는 일반인들의 사용과 접근이 쉽지 않았다. 이후 이런 문제를 해결한 '윈도우'가 등장했다. 결국 컴퓨터를 잘 활용하기 위해 '새로운 툴'들이 개발된 것.

그는 "현재 인공지능 기술은 도스와 같다. 누구나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윈도우'와 같은 새로운 플랫폼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라며 "인공지능 덕질을 멈추지 않고 실력을 쌓아 원자력 기술을 더욱 안전하게 만들고, 어려운 중소기업들을 도와주고 따뜻한 기술로 사회문제를 풀어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유용균 원자력연 박사는?

그는 경남과학고를 졸업했다. 1996년 KAIST에 입학했고 2001년 석사, 2003년 박사과정에 입학했다. 2010년 박사 학위 후 2년 동안 KAIST 내부 사업단에서 지냈다. 2012년부터 원자력연에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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