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건 대표 "기술과 기술, 기술과 사람 잇는 중간자 역할"
8월 앱스킷 출시, HW부터 SW로 개발자 인프라 기반 마련

개발자 기획사 디벨롭테인먼트 이종건 대표. 기술과 사람 기술과 기술을 잇는 중간자 역할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창업했다.<사진=ETRI>
개발자 기획사 디벨롭테인먼트 이종건 대표. 기술과 사람 기술과 기술을 잇는 중간자 역할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창업했다.<사진=ETRI>
개발자 기획사. 연예인 기획사도 아니고 개발자를 기획한다? 말이 안될 것 같은 일에 도전장을 내민 기업 '디벨롭테인먼트(대표 이종건)'.

회사의 업은 이름 그대로 어떤 제품을 만드는데 필요한 기술 개발자를 양성하거나 네트워크를 구축해 이들의 활동을 지원하고 기술을 기획하는 것이다.

이종건 대표는 15년정도 정보통신 관련 회사에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일에 종사했다. 현장 종사자로서 그는 고난도 첨단 기술이 수없이 쏟아지고 있지만 기술을 어디에서 구하고 어디에 있는지 잘 모른다는 점이 아쉬웠다.

또 창업 아이디어를 가진 비전문가들이 관련 기술을 접근하고 활용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스스로 중간 연결자 역할을 해보자는 데 생각이 닿는다. 디벨롭테인먼트의 시작이다.

◆서류 심사에서 순위에 들지 못했지만 준비한 만큼 다시 기회

"기술기반의 제품을 개발할때 엔지니어들이 공통으로 갖는 부담이 있는데 ICT 분야는 제품과 시장의 변화가 빠르다는 점입니다. 주기가 갈수록 짧아지는데 관련 기술을 개인이 모두 습득하기란 쉽지 않거든요."

현장 경험이 풍부했던 이 대표는 개발자의 고민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생각이 무르익으며 2015년 창업을 결심한다. 가족과 회사의 입장을 고려해 회사에는 1년 후 퇴사를 요청한다고 미리 알렸다.

회사는 그의 뜻을 존중, 급여와 근무시간을 조절해 주며 회사에 다니면서 창업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창업 준비기간 동안 한남대학교의 창업 아이템 검증 프로그램 교육, ETRI의 예비창업자 지원사업을 활용해 차근차근 준비해 나갔다.

2016년 4월,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고 본격 창업에 나섰다. 그러나 시작부터 난관과 마주했다. 그의 창업 아이템은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 서류 평가에서 순위에 들지 못했다. 잠시 낙담했지만 탄탄하게 준비한만큼 그에게 기회가 다시 왔다. 서류에 통과한 업체가 자격미비로 탈락하면서 그가 발표 평가 대상에 오르게 된다.

그의 발표를 들은 심사위원들이 "아이디어가 신선하고 사업성이 충분하다"는 평가를 하며 디벨롭테인먼트의 창업도 본격화 됐다.

◆'개발자 기획사' 비전 이루기 위해 HW→ SW 순으로 준비

디벨롭테인먼트의 하드웨어 앱스킷. 8월초에 개발 본격 활용에 나설 예정이다.<사진=ETRI>
디벨롭테인먼트의 하드웨어 앱스킷. 8월초에 개발 본격 활용에 나설 예정이다.<사진=ETRI>
"시중에 어떤 제품과 기능을 구현할 수 있는 센서는 이미 많습니다. 하지만 크기도 다르고 성능과 제원이 제각각이라 호환이 안되는게 많은게 사실이에요."

이 대표는 회사의 비전 '개발자 기획사'의 시작으로 하드웨어 개발을 염두에 뒀다. 올해 8월에는 앱스킷(APPSKIT)을 선보였다.

앱스킷은 모바일 앱을 의미하는 APPS와 전자모듈을 뜻하는 KIT을 결합한 단어다. 모바일 기기와 사물기기를 연결해 얻은 정보를 분석하고 인터넷으로 전송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가 필요하다. 하지만 앱스킷은 별도의 하드웨어를 개발하지 않고도 기존 센서를 연결해 다양한 기능을 구현할 수 있다.

특히 탈장착이 자유로운 개방형 구조의 하드웨어와 센서의 신호변환, 데이터 처리를 위한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 수집된 데이터를 모바일 기기에서 보여주는 앱 등 핵심기술이 포함돼 주목된다.

그의 설명에 의하면 실내 공기 질을 측정해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업화 하겠다는 아이디어를 가진 창업자가 앱스킷의 VOC라는 실내공기 측정 센서를 허브 모듈에 결합하면 하드웨어를 쉽게 만들 수 있다.

이 대표는 "개발자들은 그들이 모일 인프라가 필요한데 우리 회사의 전자모듈은 그들이 활용할 툴이 될것"이라면서 "앞으로 더 많은 전자모듈을 확보해 우수한 실력을 가진 개발자들과 계약을 맺고 클라우드 소싱(Crowd Sourcing)처럼 모일 수 있도록 하겠다. 프리랜서 개발자도 자유롭게 활동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래는 개방 공유 사회, 10년 비전으로 차근차근"

현재 디벨롭테인먼트의 수익은 전자 모듈 판매로 창출된다. 이후에는 개발된 앱스킷을 바탕으로 하드웨어 스토어 역할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대표는 향후 4~5년간 제품 DB를 갖추는데 주력할 예정이다. 또 자금 확보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그는 "전자 모듈이 많아지면 스토어 역할도 충분하다. 그러면서 제품이 규격화 되고 소스 공유로 우리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이후 전자모듈 확보와 기술 교육시장을 공략할 것"이라면서 "학생들은 기술을 배우고 처리하는 학습이 가능하고 예비 개발자는 만들어야 할 기술 프로토타입을 쉽게 구현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신생기업으로 아직 갈길이 멀지만 그의 창업 소신은 분명하다. 그의 경영 이념은 일본에서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마쯔시타 고노스케 회장의 '댐 경영'. 댐이 강물을 저장하는 것처럼 사람과 자금을 여유있게 담아두어야 기업이 성장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창업하면서 댐 경영이라는 말이 마음에 깊이 각인 됐다"면서 "창업하면 보통 시장, 마케팅이라는 단어를 먼저 떠올리지만 언젠가 들은 고노스케 회장의 말이 마음에 남았다. 창업 후 자연스럽게 경영이념이 됐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창업 후 성장을 위해 창업자는 시장, 사업아이템에 대한 확신이 필요하고 이를 지속하기 위한 학습이 요구된다"면서 "창업 환경과 아이템, 시장성을 분석하며 점검하고 있다. 국내에는 익숙하지 않지만 해외 시장은 이미 활성화되고 있다. 10년 후를 기대해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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