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S·연구회·UST·대덕넷, 'Science Slam D' 행사 개최

"중학생이라 외모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어요. '걸크러시'를 뽐내고 싶은데 가족 모두 키가 작아 좌절했지만 강연을 들으며 희망이 생겼어요."

"잘 차려진 뷔페를 먹은 기분입니다. 뇌과학, 입자과학 등 다양한 강연을 한번에 접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자식이 고등학교 3학년이라 못 데려온 것이 아쉽기만 합니다." 

태풍 전야 속 과학경연이 펼쳐졌다. '납량특집'으로 진행된 과학경연은 무더위도 잊게 했다. 발표 중간 마다 등장한 특별 손님 '드라큘라'의 다소 어색한 입장에 객석에서는 두려움보다 웃음꽃이 폈다. 5인 경연자의 열정적인 발표에 청중의 호응이 이뤄지며 함께 만드는 축제의 장이 됐다. 

'Science Slam D' 행사가 20일 IBS 과학문화센터에서 열렸다. 6회차를 맞은 이날 행사는 사전 신청 접수자만 100여명 이상 몰릴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한 초등학생은 "아빠와 함께 참여해 타임키퍼를 해보고 싶다"며 의지를 표시하기도 했다. 

선착순 참가자 50명에게는 호박 야광봉도 제공됐다. 발표에 앞서 게임이 진행되며 흥미를 끌었다. 10%만 공개된 사진을 보고 정답을 맞추는 게임으로 참석자들은 드라큘라, 강시, 도깨비 방망이, 저승사자, 롤러코스터, 처키, 바퀴벌레까지 척척 맞추며 실력을 과시했다. 

발표자 순서 추첨부터 호응, 타임키퍼, 평가는 이전과 같이 청중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진행됐다. 납량특집답게 유령, 귀신에 비유한 연구자들의 발표가 이뤄져 청중의 관심을 이끌었다.

첫 발표자로 나선 이는 김기웅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박사. 김 박사는 뇌 속 자석 이야기를 전달했다.

사람의 뇌 속에서는 자기장이 발생한다. 지구자기장과 비교해 뇌에서 나오는 자기장은 1억분의 1 정도로 극히 미미하다. 하지만 이 자기장을 SQUID(초전도 양자 간섭 장치) 센서로 측정해 암흑물질 검출, 양자컴퓨터, 방사선 정밀 분석 등에 활용할 수 있다.

김기웅 박사는 귀신이 있다면 서늘하게 느끼는 것처럼 뇌신호를 측정·판단해 새로운 과학적 발견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박사는 "표준연에서 뇌자도 측정 시스템을 만들고 있으며, '생체자기공명'을 제안하기도 했다"라면서 "뇌신호를 측정, 판단해 질병, 장애 등에 대한 해결책도 제시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선희 IBS 박사는 유령입자라고 불리는 중성미자에 대해 설명했다. 이는 태양, 대기, 지구, 초신성, 우주천체폭발, 원자력발전소, 입자가속기 등을 통해 발생한다. 중성미자는 가벼우면서 유령처럼 종이, 플라스틱, 철, 납 등을 모두 통과한다.

서 박사는 "우리는 중성미자를 볼 수 없지만 중성미자의 바다 속에 살고 있다"라면서 "입자물리학자들은 중성미자 질량 등을 확인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미랑 UST-한국생명공학연구원 캠퍼스 교수는 환경이 유전자를 조절하는 원리인 '에피제네틱스(후성유전학)'에 대해 소개했다. 

에피제네틱스는 '유전자가 나의 운명을 결정할까'라는 질문과도 연관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유전적 요인이 작용할 것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이보다 환경이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 김미랑 교수는 "환경이 유전자를 조절한다"면서 "앞으로 에피제네틱스 분야에서 질병 내성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 연구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김경자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박사는 행성으로 떠나는 우주 탐사 과정을 소개했다. 김경자 박사는 우주 탐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김 박사는 화성 협곡 탐사 등이 이뤄지는 영상을 소개해 이목을 사로잡았다.  

김 박사는 "인류가 외계행성을 탐사하며 거주 환경이 가능한지 확인하는 탐사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2030년 유럽과 러시아가 달 식민지 건설을 목표로 하는 등 우주 탐사가 본격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병진 쎄트렉아이 대표는 인공위성 기술에서 사업까지 일궈낸 성공 이야기를 풀어냈다. 김 대표는 1970년대 스파이 위성부터 우리별 1호 인공위성, 회사 창업과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세상의 관심과 비즈니스 측면도 강조하며 "우주에서는 화성 탐사, 광물 채굴 등 많은 도전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문제의식과 현실감각을 두루 갖추면서 삶을 살아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연이 끝난 후 즉석에서 각각의 청중이 지지하는 연구자가 우승을 해야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한 초등학생은 "평소에 뇌에 관심이 많았고, 뇌 연구자가 되는 것이 꿈"이라면서 "자기장이 우리 뇌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알고, 평소 몰랐던 스퀴드 센서가 우주 암흑물질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관련 강연이 흥미로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김병진 대표의 강연을 의미있게 들었다는 주부는 "한국은 지식을 사업화해서 매출을 올리는 사업가 자질을 가진 사람이 더 많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강연을 감명깊게 들었다"고 말했다. 한 초등학생도 "지역에 세계적으로 위성을 수출하는 기업이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고 전했다. 

청중의 문자투표 끝에 우승은 김미랑 교수가 차지했다. 김 교수는 "청중의 수준이 높아 놀랐고, 강연을 통해 유전자보다 환경의 중요성을 알릴 수 있어 보람됐다"면서 "청중이 평가하고 직접 참여한다는 점에서 이 행사가 의미있었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6회 동안 빠짐없이 행사에 참여했다는 한시아 대덕초등학교 학생은 "이번 행사는 호러특집이라 더 재미있었다"면서 "다음 달 과학경연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Science Slam D'는 신개념 과학소통 프로그램으로 매달 5명의 발표자가 나서 학문 지식이나 연구결과를 다양한 도구, 몸짓, 연주 등을 활용해 소개한다.

행사명칭은 Science(과학), Language(언어), And(그리고), Messages(메시지), Daedeok(대덕)의 의미가 담겨있다. 행사는 IBS, 국가과학기술연구회, UST, 대덕넷이 공동 주최한다.

7회차 행사는 다음 달 17일 IBS 과학문화센터에 진행된다. 인공지능, 태양광 에너지, 입자과학을 주제로 과학경연이 펼쳐질 예정이다. 

6회차 'Science Slam D' 행사에서 발표자 5인이 경쟁했다.<사진=대덕넷>
6회차 'Science Slam D' 행사에서 발표자 5인이 경쟁했다.<사진=대덕넷>

최종 우승자는 누가 될까요?<사진=대덕넷>
최종 우승자는 누가 될까요?<사진=대덕넷>

문자 투표 모습.<사진=대덕넷>
문자 투표 모습.<사진=대덕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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