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최문기 KAIST 글로벌기술사업화센터 센터장
"대덕을 글로벌 창구로···산·학·연 잠재력 해외에 판다"

최문기 센터장이 KAIST 글로벌기술사업화센터에서 확보한 지역거점을 소개하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
최문기 센터장이 KAIST 글로벌기술사업화센터에서 확보한 지역거점을 소개하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
사례 #1. 한국전력에서 개발한 스마트시티 모델이 2017년부터 코스타리카에 확산되고 있다. 코스타리카는 한국 기술인 지능형 전기차 충전 시스템을 비롯해 차세대 전력망, 송배전망 지능화 시스템 등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국의 기술력이 코스타리카를 중심으로 남아메리카 전역에서 주목받고 있다.

사례 #2. 2016년 몽골에 한국의 스마트팜 기술이 도입됐다. ETRI에서 개발한 그린하우스 온실 제어 시스템 기술이 몽골 현지에 구현되면서 국민들의 자급자족 능력을 한층 향상시키고 있다. 겨울철 영하 40도에 육박하는 혹독한 몽골의 기후 조건에서도 신선한 야채와 과일의 재배가 가능해졌다.

"69개국 지역거점을 확보했습니다. 한국의 과학기술이 글로벌로 통하는 물꼬가 확보되고 있습니다. 국내 우수한 과학기술 R&D 성과와 잠재력을 해외 각국에 전파시키겠습니다. 과학기술 중심지 대덕을 글로벌 창구로 만들겠습니다."

'국내 과학기술의 해외 기술사업화'라는 국제무대에 도전장을 던진 최문기 KAIST 글로벌기술사업화센터(GCC·Global Commercialization Center) 센터장.

그는 지난 2006년부터 3년간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 원장으로 지냈고 2013년에는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으로 임명됐다. 임기를 마치고 KAIST 인문사회융합과학대학 기술경영학과 교수로 활동했다.

출연연에 재직했을 때부터 해외 기술사업화에 대한 관심은 끊이지 않았다. 국내 우수한 R&D 성과가 국제무대에 조명을 받지 못하고 시동이 꺼져가는 모습을 현장에서 지켜봐 왔다.

그는 지난 2015년 4월 KAIST 글로벌기술사업화센터를 설립했고, 센터에 '대덕연구단지 글로벌 기술사업화 촉진제'라는 막중한 역할을 부여했다.

KAIST 글로벌기술사업화센터가 코스타리카 전력통신기업과 지난 2016년 스마트 에너지 협력 협정을 체결했다.(왼쪽) KAIST 글로벌기술사업화센터, 대봉엘에스, 제주테크노파크가 몽골 1위 화장품 제조업체인 GKB LLC와 기술이전 프로젝트 추진을 위한 협정을 체결했다.(오른쪽)<사진=KAIST 글로벌기술사업화센터 제공>
KAIST 글로벌기술사업화센터가 코스타리카 전력통신기업과 지난 2016년 스마트 에너지 협력 협정을 체결했다.(왼쪽) KAIST 글로벌기술사업화센터, 대봉엘에스, 제주테크노파크가 몽골 1위 화장품 제조업체인 GKB LLC와 기술이전 프로젝트 추진을 위한 협정을 체결했다.(오른쪽)<사진=KAIST 글로벌기술사업화센터 제공>
KAIST 글로벌기술사업화센터는 KAIST ITTP(Global IT Technology Program)와 함께 손을 잡았다. KAIST ITTP는 신흥국 IT 공무원과 기술 전문가를 대상으로 석·박사 학위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KAIST ITTP는 아시아·중동·동유럽·아프리카·중남미 등에 위치한 67개 국가에 276명의 관련 종사자를 배출했다. 올해만 해도 55명의 재학생이 과정을 수료하고 있다.

이곳을 졸업한 졸업생을 중심으로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해 국제 협력을 강화시키고 있다. 67개 국가에 새로운 기술사업화 판로를 개척하고 있는 것.

최문기 센터장은 "KAIST ITTP에 참여하는 해외 전문가들은 90% 이상 공무원이다. 이들이 동창회 수준으로 머무르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라며 "KAIST ITTP의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글로벌 기술사업화 모델을 만든 것이 지금의 글로벌기술사업화센터"라고 소개했다.

◆ "67개국 지역거점 활용···개도국 넘어 선진국까지"

최문기 센터장이 해외 네트워크 구축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
최문기 센터장이 해외 네트워크 구축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
KAIST 글로벌기술사업화센터가 전 세계 모든 국가·도시에 협력 네트워크를 만들기에는 한계가 있다.

센터는 '지역거점'의 활용을 선택했다. 해당 국가·도시에 '글로벌기술사업화센터(GCC)' 거점을 세우고 이곳에서 전략적으로 국가·지역의 수요를 확인한다.

예로 코스타리카 일부 도시에 GCC 지역거점을 세우면, 이곳에서 코스타리카 각 도시의 수요, 경제적 여건, 정치적 상황 등을 분석하고 KAIST 글로벌기술사업화센터로 알린다.

수요가 파악되면 국내 과학기술과 매칭한다. 코스타리카 지역거점을 중심으로 중앙아메리카 국가까지 지역거점을 확장할 수 있다.

최 센터장은 "지역거점을 설정하고 해당 국가·도시의 방향을 읽어나간다. KAIST ITTP 졸업자 등을 통해 현지의 지역거점 상황을 파악한다"라며 "또 지역거점의 사정과 형편을 잘 아는 해당 지역의 VC·컨설턴트·액셀러레이터를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 말 유럽 룩셈부르크에 지역거점을 만들었다"라며 "올해는 뉴질랜드, 오스트레일리아, 남아공화국, 스페인 등의 선진국까지 지역거점을 확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 센터장은 "선진국은 제조능력이 갖춰져 있다. 때문에 기술사업화는 IP가 베이스다. 선진국에서도 IP를 다루는 대학 등과 협업해야 한다"라며 "최근 선진국에서도 KAIST ITTP 과정 수료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과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기술사업화 미래형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글로벌 협력의 기회 발굴" 대덕에서 '만남의 장' 운영

KAIST 글로벌기술사업화센터에 배치된 세계 각국 국기의 모습.<사진=박성민 기자>
KAIST 글로벌기술사업화센터에 배치된 세계 각국 국기의 모습.<사진=박성민 기자>

KAIST 글로벌기술사업화센터에서는 글로벌 협력 네트워크에 속한 오세아니아, 아프리카, 중남미, 유럽 권역의 해외 중점기관 관계자들을 초청해 국내 연구자들과 협력 기회를 발굴하는 '만남의 장'인 글로벌 기술사업 워크숍을 매년 운영하고 있다.

만남의 장은 참석자들만 200여 명이 넘고, 80여 명의 해외 중점기관 관계자들이 찾는다. 개발도상국의 기술 요구사항을 파악하고 이에 맞는 국내 기술자원을 제공하는 자리다.

최 센터장은 "해외 수요자와 국내 공급자의 네트워킹 무대를 대덕에서 펼치고 있다. 대덕이 글로벌 과학기술 창구가 될 것"이라며 "워크숍을 찾는 해외 관계자들에게 정부출연연구기관과 스마트시티 등을 소개하며 한국 과학기술의 신뢰를 쌓아가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아직까지 국내 중소·중견기업에서의 관심이 높지 않아 아쉽다. 국내 기업이 해외 협력의 재미를 붙여갈 수 있도록 글로벌기술사업화센터가 먼저 접근할 예정"이라며 "해외 기술사업화 실질적인 혜택이 벤처, 중소중견기업, 대학, 연구기관에 돌아가도록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특구진흥재단과 대전테크노파크와도 유기적인 협력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라며 "출연연이라는 강력한 기반을 바탕으로 중소·중견기업의 기반까지 단단해지도록 역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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